공유

제17화

남자는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부드러운 눈빛으로 지유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민우, 우리 초등학교, 중학교 다 같은 반이었어.”

지유는 머릿속에서 그 이름을 잠깐 떠올려봤다.

그녀가 기억하는 민우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 민우는 뚱뚱했고 매 학기마다 제일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지유는 민우와 얘기를 나눠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녀는 성적이 좋았던지라 늘 간부였고 숙제를 거둘 때만 그와 몇 마디 나눴을 뿐이다.

지금의 민우는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할 만큼 잘생겨졌다.

“나민우?”

지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너 왜 이렇게 변했어? 몰라보겠다야.”

“그래, 많이 변하긴 했지. 몰라봐도 이상해할 거 없어.”

민우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봤다.

“다들 나 못 알아보더라. 근데 나는 너 기억해.”

지유는 옛 친구를 만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일을 하고 난 후로 매번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동창회에 간 적이 별로 없었다.

지유는 생활이 단조로운 편이었다. 일과 가족, 그리고 업무적으로 알고 있는 파트너 외에 친구라고는 지희 하나뿐이었다.

생각해 보니 생활이 정말 너무 재미없어 보였다. 대부분 시간을 이현에게 가져다 바쳤기 때문이다.

“중학교 졸업하고 어디 갔어? 그 뒤로 소식 못 들은 것 같은데.”

지유가 민우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유학 하러 갔었어.”

민우가 대답했다.

“최근에 귀국한 거야.”

“그랬구나.”

지유는 한 웅큼이나 젖은 그의 슈트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일단 벗어서 줘. 내가 씻어줄게.”

“진짜 괜찮아.”

지유가 말했다.

“어렵게 만났는데 이런 큰 선물을 줬으니 마음이 내려가지 않네. 씻으면 바로 가져다줄게.”

지유가 계속 고집을 부리자 민우도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 그럼.”

그는 슈트를 벗어 지유에게 건네주었다.

다행히 안에 입은 셔츠는 젖지 않아 보기에 그렇게 참담해 보이지는 않았다.

지유는 쇼핑백에 바로 슈트를 개어 담았다.

“나 대표님.”

갑자기 누군가 민우를 부르며 열정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에요. 언제 귀국하셨어요? 미리 말씀하시면 찾아뵈었을 텐데.”

“잠깐만, 나 다른 사람이랑 인사 좀 하고 올게.”

민우가 지유에게 말했다.

지유는 알겠다고 했다. 민우를 찾아온 사람은 유명한 기업의 오너였다. 민우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대하는 걸 봐서는 민우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았다.

몰래 민우의 신분을 검색해 보니 확실히 대단했다.

M국 휘스턴 대학에서 졸업해 어린 나이에 두 전공의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스타트업을 시작해 M국에 유명한 금융회사를 설립해 불타는 노력으로 지금의 나민우가 되었다.

관심사가 적었던 지유는 그를 중학교 때의 뚱보로만 기억했지만 그는 이미 뚱보에서 벗어나 기업을 이끄는 대표가 되어 있었다.

지유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지희가 어깨로 그녀를 툭 건드리며 얍삽하게 웃었다.

“나민우, 누군지 알아?”

지유가 말했다.

“옛 친구.”

“좀 센데? 나민우랑 친구라니.”

지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사람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 젊은 나이에 상장 회사 대표야. 스타트업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온 것도 대단한데 그것도 금융업이라니. 그런 사람들이 돈을 잘 벌잖아. 여이현보다는 백번 나은 거 같은데? 너의 인연이 온 것 같아.”

지유가 경고했다.

“그냥 친구일 뿐이야. 헛다리 짚지 마. 민우는 어쩌면 그런 생각 일도 안 할 거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나는 뭔가 좀 생각이 있어 보이는데?”

지희가 확신하며 말했다.

“단번에 너를 알아봤다는 건 머릿속에서 너를 계속 생각해 왔다는 거야.”

“헛소리하지 마.”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