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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유선우는 백아현에게 남녀 간 사랑의 감정은 없지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는 백아현을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조은서와 약속했다. 사실 유선우가 마음을 굳게 먹고 백아현을 진유라와 의료진에게 맡긴 후 그녀에 대한 관심을 버리면 그는 바로 조은서와 같이 상냥한 아내와 귀여운 아이를 갖게 될 것이며 들킬까 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선우의 마음속에 조은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조은서는 소유하고 싶지만 사랑하지 않는 여자일 뿐... 만약 언젠가 그녀가 이 마음을 알고 울고불고 난리를 친다고 해도 두 사람 사이는 기껏해야 얼마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유선우는 조은서와의 관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유선우도 조은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분석해 장단점을 따져본 적이 있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그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눌러 끄고 병원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갈게요.”

하지만 전화를 끊은 유선우는 바로 나가지 않았다.

그는 사진첩에서 조은서의 잠자는 생얼 사진을 한 장 꺼내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

방으로 돌아오니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조은서는 이미 잠이 든 듯했다.

유선우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의 하얗고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탓인지 그녀의 볼은 살짝 뜨거운 느낌을 줬다. 한참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 조은서가 잠에서 부스스 깨더니 쉰 목소리로 물었다.

“선우 씨, 또 나가요?”

유선우는 다시 한번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응,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조은서는 하얀 베개에 붙인 채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눈빛에는 왠지 모를 서운함이 들어있었다.

유선우는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입을 맞추더니 다정하게 말했다.

“금방 올게. 좀 이따 옆에 꼭 붙어있을 거니까 기다려. 알았지?”

조은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다정한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 걸까? 유선우는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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