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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조은서는 심정희의 일을 일단 숨겼다.

조승철은 심정희가 며칠 일이 있어 외출해 간호사가 잠시 돌보기로 한 줄로 알고 있었다. 그는 조은서가 멍을 때리는 걸 보고 말했다.

“넌 먼저 돌아가거라. 여긴 간호사가 있잖아.”

조은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지금 여기를 지키는 것 말고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환자인 조승철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곯아떨어지고, 조은서는 혼자 간이의자에 앉아 넋을 잃고 있었다.

그녀의 뺨에는 아직도 백아현의 어머니가 때려서 남긴 희미한 붉은 자국이 있었다.

병실 밖 투명한 유리를 사이에 둔 거기에 유선우가 조용히 서 있다.

그는 조은서 얼굴의 상처와 그녀가 넋을 잃고 있는 모습을 눈도 깜짝 않고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생기라고는 없는 멍한 눈동자도 보았다…

유선우는 그날 조은서가 서미연 부인의 집에서 나올 때, 피곤하지만 의기양양하게 말을 하던 그 표정을 떠올렸다.

[사실은 과거에 나도 똑같았어요! 그저 선우씨가 날 신경 안 썼을 뿐이야.]

[선우 씨, 그 4억에는 나랑 당신이 자는 것까지 포함된 건 아니에요. 선우 씨가 공사는 구분하는 줄로 알고 있는데요.]

……

그때의 조은서는 살아있는 생기발랄한 사람이었다.

물론 그도 잘 알고 있다. 자기만 손을 놓으면 그녀는 또 옛날의 생기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는 더 이상 자기 와이프가 아니고, 하경진의 와이프거나, 또는 이지훈의 와이프가 될 테지…

남과 자신, 둘 중에 누구한테 자비를 베풀 건가 하는 선택에서, 유선우는 자신을 택했다!

그는 조용히 떠났다. 조은서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 믿으니까!

왜냐면 그녀는 항상, 매우 똑똑한 사람이니.

……

병원 옥상의 바람은 매우 크게 불었고, 하늘 끝에서는 한 줄기 빛이 보였다.

조은서는 묵묵히 그 한 줄기 빛을 바라보며 날이 곧 밝을 걸 알았지만, 그 빛이 그녀의 마음속까지 비추진 못했다.

오빠는 예전에, 인생에는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말했지만, 그녀한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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