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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박연희는 소파 뒷부분을 계속 더듬거려 마침내 딱딱한 물건을 찾았는데 그것은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벽화였다. 그녀는 어디서 힘이 나온 건지 손을 뻗어 조은혁의 이마를 후려갈겼다...

조은혁의 움직임이 멈췄다.

검붉은 선혈이 조은혁의 잘생긴 이목구비를 따라 천천히 흘러내리며 보기만 해도 끔찍하다.

박연희는 몸을 웅크리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얇은 스웨터를 허리춤까지 걷어 올려 가녀린 상반신이 드러났고 바지도 반쯤 벗겨져 그녀의 가녀린 발목에 걸려 있었다.

장씨 아주머니가 소리를 듣고 급히 달려왔다.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이토록 아찔한 장면을 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

“무슨 일이에요? 대표님 이마는 왜 그러세요? 그리고 사모님이 입고 있는 옷도... 아이고, 사모님께서 고생이 많으시군요.”

조은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장씨 아주머니는 박연희를 부축하고는 그녀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걱정했다. 그러고는 조은혁의 상처에 대해서는 그저 입으로 붕대로 감싸주겠다고 하고 또 의사를 불러주겠다고 했지만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았다.

조은혁이 어떻게 눈치채지 못하겠는가?

장씨 아주머니는 지금 그를 홀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상처를 감싸며 담담히 말했다.

“연희를 부축해 침실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생강물 한 그릇 더 끓여오세요.”

장씨 아주머니는 관심 있는 척하며 그의 상처를 물었다.

“안 죽습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듯 조은혁의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화장지를 몇 장 뽑아서 간단하게 닦고는 별일 없다는 듯 마무리 지었다. 장씨 아주머니가 박연희를 데리고 떠나자 그는 서재 문을 닫고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짧게 몇 마디 분부했다.

같은 시각, 김 비서는 하와이에서 설을 쇠고 있었다.

이 전화를 받고 김 비서는 넋이 나가고 말았다. 어젯밤에야 진시아가 다음 해에 부사장으로 승진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겨우 하룻밤 지나서 부사장의 자리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매니저 자리도 박탈당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조은혁이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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