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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날카로운 종이가 그녀의 고운 피부를 긁어내자 붉은 피가 방울방울 떨어졌다.

조은혁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찢어. 어차피 복사본이야.”

박연희는 눈이 빨갛게 달아올라 그를 쳐다보았다.

이 순간, 조은혁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들은 마침내 이 관계를 완전히 박살 내버렸다. 더 이상 아무 연기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 이상 애틋한 척할 필요가 없었고 그리고 그녀도 더 이상 설설 길 필요가 없었다.

진실은 항상 이렇게 잔인하다.

그들 사이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이 발전할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원한이 마음속에 쌓여 있는데 그의 마음속에 자리가 남아 있을리가 없었다.

조은혁은 더 말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등불 아래에서도 그는 여전히 고귀한 모습이었다.

장숙자는 마침 조진범을 껴안고 달래다가 조은혁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급히 물었다.

"사모님께서 밥을 드신다고 하나요?”

조은혁은 장숙자는 보며 말했다.

"그녀가 배고프다고 할때까지 내버려둬요. 그리고 김석호한테 말해서 오늘부터 영양제를 놓으러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세요.”

장숙자는 완전히 멍해졌다.

조은혁은 박연희를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것일까.

그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조은혁은 안색이 안 좋아 보였고 자신이 말을 더 하면 박연희가 오히려 더 힘들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해서 장숙자는 어쩔 수 없이 그저 작은 아이를 안고 속으로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불쌍한 우리 도련님, 이제 곧 엄마 없는 아이가 될 거야!”

"계모 밑에서 좋은 사랑을 받을 확률이 얼마나 적은데."

"불쌍한 우리 도련님!”

조은혁이 그녀를 노려보자 장숙자는 즉시 울음을 그쳤다.

……

그날 저녁, 조은혁의 말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박연희는 어두컴컴한 거실에 앉아 있었고 소파 건너편 TV에는 국내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변호사 박연준이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증거가 충분할 경우 면허 취소와 함께 사법기관에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신 소식에 따르면 박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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