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그의 등뒤에는 식은땀이 흘렀다.귓가의 욕설이 사라지고 세상이 조용해지더니, 그는 마치 하와이의 그 작은 교회로 돌아간 것 같았다.햇빛은 따뜻했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박연희는 손에 꽃다발을 들고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구두가 깨끗한 마루와 부딫쳤다. 비둘기가 날개를 펴고 자유롭게 날아 다녔다.그가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결혼 반지를 끼워넣자 박연희는 눈을 들어 얇은 베일을 사이에 두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조은혁 씨, 앞으로 나한테 잘해 줘야 돼요.”왜 그녀한테 잘해 줘야 되냐고 하자 박연희는 그녀가 조은혁과 몰래 결혼했기 때문에 박연준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녀의 다리를 부러뜨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이제 조은혁 외에, 그녀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차창을 세게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창밖에서 사람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그에게 차를 옮기라고 소리쳤다.조은혁이 창밖을 내다보자 소리를 지르던 사람이 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조은혁은 시선을 돌리더니 가속페달을 밟아 차를 몰고 나갔다.그는 강가에서 목적 없이 빙빙 돌다가 오후 4시 쯤에 조은서가 사는 별장에 도착했다.마침 일요일이어서 조은서와 유선우는 모두 집에 있었다. 조은서는 유이안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었고, 유선우는 막내아들과 놀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급한 서류가 하나 들려있었는데 방금 진유라가 보내온 것이었다.정원에서 차 소리가 들려오자 도우미가 들어와서 소식을 알렸다."사모님, 조은혁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조은서는 약간 어리둥절해졌다.마침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싶지 않았던 유이안이 환호성을 질렀다.“외삼촌 왔어요?”하지만 조은서가 그녀를 한번 쳐다보자, 유이안은 즉시 성실하게 바이올린을 다시 켰다.현관에 들어 오던 조은혁이 마침 이런 훈훈한 광경을 보고는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였다.조진범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던 유선우가 방금 조은서에 저녁에 가서 생일 선물도 주고 박연희와 아이도 보러 가지 않을까 얘기했고, 조은서도 동의한 참이었다.남자
그녀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이제 그만 내려놔. 아빠도 우리가 증오 속에 사는 걸 원치 않으실 거야. 우리가 행복하길 원하실 거야.”저녁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단정하게 빗어 넘긴 조은혁의 올백머리가 바람에 흩날리자 한순간 그의 모습이 훨씬 젊게 느껴졌다. 그 순간, 그는 마치 20대 시절의 그 자긍심 있고 당당한 조은혁으로 되돌아가는 듯 했다.저녁 노을 아래, 하얀 셔츠를 입은 채 차 앞에 서 있는 그는 충분히 근사했다.조은혁은 여전히 핸들을 잡은 채 눈꺼풀을 내리깔고 여동생이 한 말을 되풀이했다.“행복? 은서야, 그거 알아? 연희와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없어.”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만약 그가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예전에 샹겐에 있을 때, 그가 단호하게 진시아를 거절했다면 지금쯤 그와 박연희의 사이는 아직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짓을 해도 박연희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그와 진시아의 일로 박연희는 그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졌을 것이다.그녀는 이제 단지 더럽다고만 생각한다.묻지도, 쳐다보지도 않고 모든 일을 태연하게 받아들였다.신혼 시절 김 비서가 처음 집에 나타났을 때, 박연희는 질투심에 사로잡혔으면서도 감히 물어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밤이 되자 그의 품에 안기며 겨우 작은 소리로 김 비서가 누구냐고 물었다.그때, 그녀는 그를 얼마나 사랑했던가.하지만 지금의 박연희는 그가 다른 여자랑 썸 타는 영상을 보고도 홀로 마음을 추스르고 진범이의 생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갑자기 슬픈 감정이 차오른 조은혁이 그의 여동생을 끌어당겨 가볍게 껴안았다."넌 유선우랑 잘 지내. 나 따라하지 말고."조은서는 무슨 말을 하려던 차에 곁눈질로 유선우를 발견했다.그는 별장 현관 앞 계단에 서서, 노을 빛을 받으며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울린 휴대전화 벨소리가 고요함을 깨뜨렸다.조은혁은 여동생을 놓아주고 전화를 받았다.전화는 김 비서에게 걸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조은혁이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박연희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끝내는 두려운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그는 새벽 1시까지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차 열쇠를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그가 한밤중에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도우미가 문을 지키고 있다가 그를 맞이하며 작은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오후에 일이 생긴 뒤 사모님께서 쭉 서재에 혼자 계셨습니다.”조은혁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 "저녁은 먹었나요?”"그럼요.”하인은 한숨을 쉬었다."오늘 도련님 생일인데요. 사모님이 아무리 기분이 나빴어도 도련님을 위해 미역국을 몇 입 먹어야죠. 아이고, 사모님이 도련님을 좀 아끼시나요.”조은혁은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단을 올라 천천히 2층을 향해 걸어갔다....박연희은 거실에 앉아서 조진범이 8살 때 입을 스웨터를 짜고 있다.창밖에는 달빛이 어슴푸레하게 비췄다.그녀는 이미 여러 밤을 새서 눈이 충혈되었지만 뜨개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밤낮없이 조진범에게 작은 옷을 짜 주었다. 그러다가 아랫배가 아프면 진통제 두 알을 먹었고, 너무 아파서 견디기 힘들면 침대에 누워서 잠시 쉬었다.그런 다음 일어나서 계속해서 조진범의 옷을 짰다.정원에서 차 소리가 났을 때 그녀는 조은혁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눈을 들지 않았다.현재 그녀의 마음은 한 점의 동요도 없이 평온했다.조은혁은 침실 문을 열고 문 앞에 서서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고, 눈빛에는 약간의 화해의 의미도 있었다.박연희는 그를 바라보더니 그의 몸에서 흩어지는 악취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그녀는 이미 소녀가 아니었기에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눈빛을 보내는지 알고있었다.과연, 조은혁이 그녀에게 점점 가까워지더니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손에 들린 반쯤 짜인 작은 스웨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그의 어조는 매우 부드러웠다."진범이한테 줄거야? 연희야
조은혁은 매일 밤 집에 갔다.다만 더 이상 관계를 강요하지 않았고, 가끔 서재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그는 시간이 오래 지나면 박연희는 결국 마음이 약해질 것이고, 심지어 그들 사이에는 진범이도 있었으니 언젠간 이 관계도 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조진범을 매우 아꼈고 사랑스럽게 대했다.보름 후, 박연희의 몸 상태는 점점 악화되어서 때로는 아침에 일어나면 많은 피를 토해내기도 했다.하지만 박연희는 치료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자신의 생명을 포기했다.저녁 무렵, 그녀는 정원에 앉아 저녁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녀의 야윈 몸매는 황혼의 빛 속에서 곧 스러질 듯한 아스라한 아름다움을 띠고 있었다.장숙자가 와서 작은 담요를 덮어주며 조용히 말했다.“그 진시아라는 여자가 또 찾아와서 사모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하길래 제가 돌려보냈습니다.”박연희가 살짝 멍해졌다.“진시아 씨 또 왔네요, 이번이 세 번째죠?”그녀는 격렬하게 기침을 몇 번 하고 장숙자를 불렀다.“들어오라고 하세요.”장숙자가 언짢아하며 찬성하지 않았다.“들어오게 하면 안돼요... 그리고 사모님, 정말 병원에 가보셔야 합니다. 기침을 너무 오래 했어요!”박연희는 손을 흔들었다.“괜찮아요. 어서 진시아 씨한테 들어오라고 하세요.”약 5분 정도 뒤, 진시아가 정원으로 들어왔는데 그녀는 박연희보다 더 말랐고 귀신같이 초췌했다.그녀는 만나자마자 박연희에게 무릎을 꿇었다.진시아가 이를 악물고 온몸을 떨며 말했다."사모님께 이렇게 부탁합니다.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박연희는 그 말에 멍해졌다가 잠시 후 그녀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시아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을 만난 것은 당신의 부탁을 듣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에요. 사실 전 당신과 조은혁 사이의 일들에 조금도 흥미가 없어요. 당신을 만나자고 한 건 단지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만약 당신이 사정을 하고 싶다면 나를 찾을게 아니라 조은혁을 찾아가야 해요. 당신을 상대하는 사람은 조은혁이지 내가 아니에요.”
조은혁이 무정하게 말하자 진시아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빌었다."제발, 우리의 지난 정을 봐서라도 살려줘요. 당신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는 더 이상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요.”"그 사람은 결국 부모님의 압력을 못 이겨 나와 헤어졌어요.”"나는 이제 가진 게 하나도 없어요!”하지만 조은혁은 결코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그가 되물었다. "이것들은 네가 자초한 거잖아. 살 길을 열어주려고 했는데 너 스스로 무덤을 팠잖아.”그는 황혼 속에 서서 하얀 담배에 불을 붙였다.지금의 조은혁은 더 이상 그녀가 사랑했던 모습이 아니었다.연한 회색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가 저녁 바람에 흩어졌고, 조은혁의 말투는 차갑고 무자비했다.“B시를 떠나. 그리고 영원히 돌아오지 마.”진시아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다 울먹였다."정말 나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돼? 나는 B시를 떠나면 정말 아무것도 없어. 내 가족, 내 일, 내 인맥이 모두 여기에 있는데, 나보고 여기를 떠나라는 거야?”그녀가 애원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조은혁이 몸을 기울여 담배꽁초를 끄고 현관으로 향하려고 할 때, 진시아가 앞으로 나아가 그를 붙잡았다.“은혁 씨, 제발... 그때는 내가...”하지만 조은혁은 그녀를 뿌리치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도우미에게 말했다."저 여자 이만 내보내세요. 그리고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다시는 이 사람을 들여보내지 마세요.”그러자 두 사람이 진시아를 끌고 나가서 문밖으로 내던졌다.검은 꽃무늬 문 두 개가 그녀 앞에서 천천히 닫혔다. 마치 조은혁 마음처럼.그녀는 그 두 개의 문을 보고 허탈하게 웃었다....조은혁이 거실에 들어섰지만 그곳에 박연희는 없었다.장숙자가 그에게 말했다.“사모님은 2층에 계십니다... 대표님, 요즘 사모님이 몸이 안좋으셔서 외출이 점점 뜸해졌어요. 평소에는 집에서 스웨터만 짜고 계세요. 기분 전환 겸 사모님을 데리고 나가시는 건 어떠실까요? 밖에 나가면 우울하고 답답했던 마음의
조은혁은 아들을 다독이며 그녀에게 물었다."박연희, 네 마음속에서 우리는 뭔데?”“죄수.”박연희의 목소리는 희미했다."조은혁 씨, 난 당신 애인이 아니라 그저 당신에게 감금된 죄수에 불과해요!”또 한번 밤바람이 불어왔다.조은혁은 등뒤가 차갑게 식으며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다....그날 밤, 그는 서재에서 잤다.그리고 꿈을 꾸었다.그는 박연희가 조진범과 그에게 짜준 모든 스카프와 스웨터를 다 들고 떠나가는 장면을 꿈 꿨다. 침실은 텅 비어 있었고, 시트만이 가볍게 펄럭였다.“박연희!”조은혁은 등뒤에 식은땀을 흘리다가 깜짝 놀라 깼다.눈을 떠보니 창밖이 아직 어두웠다.시간을 다시 보니 새벽 3시밖에 안 되었다.조은혁은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아예 일어나 서재 문을 열고 맞은편 침실로 향했다.침실 문이 닫혀 있어서 한 줄기 빛만 새어 나왔다.그가 들어갔을 때, 뜻밖에 박연희는 거실에 있었는데 얇은 잠옷 하나만 입고 있었다.그녀의 몸이 불빛에 휩싸여 은은한 윤기를 발산하고 있었다.박연희는 몹시 말랐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조은혁은 그녀의 손에 쥐인 약을 보며 말했다."아파? 왜 한밤중에 일어나서 약을 먹었어?”박연희가 약을 입 안에 넣고는 말을 이었다."위가 좀 불편해서요.”그녀는 그에게 많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요즘 그들은 마치 한 집에서 생활하는 낯선 사람들처럼 서로 예의 바르고 서먹서먹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그래서 오늘 밤도 그럴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하지만 조은혁은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방금 악몽을 꿨고 지금 매우 당황스러웠다. 그렇기에 그녀가 아직 자기 곁에 있다는 증거로 지금 당장 그녀를 간절히 원했다.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조은혁은 그녀의 가는 손목을 잡아 그녀를 영국식 소파로 가볍게 밀고는 그의 다부진 몸을 밀착했다.그녀는 가늘고 여위었으며, 그는 건장하고 튼튼했다.박연희는 조은혁에게 거의 집어삼켜질 듯 했다.이어 그는 그녀에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고, 코끝에서 입술로, 그리고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됐어요.”난폭하게 군 사람도 자기면서 왜 이제와서 걱정하는 척인지.그녀는 미련 없이 떠났다.조은혁은 홀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방안에는 방금 전의 정사로 끈적한 기운이 남아있었다.하지만 그는 이 공간도, 그의 마음도 모두 텅텅 비어있다고 느껴졌다.……조은혁의 불안한 예감이 현실로 다가왔고, 사흘째 되던 날 집에 일이 터졌다.조진범이 사라졌다.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조은혁이 가장 먼저 달려갔고, 김 비서는 그가 운전하다가 사고가 날까 봐 따라왔다.장숙자가 그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제가 진범 도련님을 데리고 놀고 있었다가 마침 아는 사람을 만나서 뒤돌아보며 몇 마디 했는데, 그 동안에 다른 사람이 유모차 안에 있던 도려님을 데려갔어요. 대표님, 저는 정말 자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단지 몇 마디 한 것 뿐인데, 그 순간에...”그녀는 자책하며 자신에게 따귀를 몇 대 갈겼다.‘그러게 누가 다른 사람이랑 말하래!’‘도련님을 잃어버리다니!’‘도련님에게 일이 생겼으니 이걸 진짜 어떡해...’...조은혁은 박연희를 바라보았다.박연희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진시아한테 전화해서 당장 물어봐요, 그 여자가 한 짓은 아닌지.”조은혁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럴리가.”그러자 박연희가 그의 따귀를 세게 때렸다.“짝!”큰 소리에 거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든 도우미들이 그들을 바라보았다.박연희가 숄을 잡아당기며 조은혁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여자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조은혁, 당신이 그녀와 함께 자고, 당신이 무책임하게군 건데, 그 벌을 왜 우리 진범이가 받아야 되는거죠?”조은혁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지금 박연희는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진시아에게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바로 연결되었다. 진시아 뜻밖에도 대놓고 자백했다."그래요, 내가 당신의 소중한 아들을 데려갔어요. 근데 아무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쓰레기 더미에
멀리서 차의 비상등이 깜빡였다.조은혁은 차에서 빨리 내리더니 얼굴을 닦으며 이쪽으로 걸어왔다.“박연희.”조은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박연희의 손은 선혈이 낭자했다. 빗물 때문에 조은혁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넌 차 안에서 기다려. 진범이는 내가 찾을게.”하지만 박연희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비틀거리며 다른 쓰레기통으로 달려갔다.그녀는 1분 1초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박연희는 끊임없이 조진범의 이름을 불르며 헤맸다.“진범, 진범아...…”그녀가 몇 걸음 뛰자 조은혁이 다시 그녀를 붙잡았다.그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엄한 어조로 말했다.“진범이는 내 아들이기도 해. 나도 최선을 다해 찾을 거야!”“당신은 아버지가 아니야! 당신은 짐승이야!”박연희는 또 그의 따귀를 한 대 갈겼다.그녀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그를 노려보며 큰소리로 외쳤다.“조은혁, 잘 들어. 진범이는 내 목숨이야, 진범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너희 개 같은 년놈들 내가 살려두지 않을 거야. 너희 둘 다 목숨으로 갚아야 해.”그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다시 비를 맞으며 더러운 쓰레기통을 뒤졌다. 그녀는 계속 조진범의 이름을 불렀다."진범아, 진범아….…”"조금만 더 버티면 엄마가 갈게.”……조은혁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보았다.그의 마음은 당장 부서질 것 같았다.멀리서 김비서가 비를 맞으며 달려와서는 조은혁을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아직 아무 소식도 없습니다. 진시아의 행방도 찾지 못했습니다. 대표님… 지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다들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망설임 없이 말했다."10배 월급을 준다고 해.”김 비서는 즉시 가서 처리했다.조은혁은 쓰레기 더미 옆으로 달려가 맨손으로 파헤치며 조진범을 찾았다.그는 사실 알고 있었다. 진범은 그의 아들일 뿐만 아니라 박연희의 모든 희망이라는것을. 조진범이 없어지면 박연희도 더 이상 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천둥이 우르릉 울린다.그리고 그 거대한 울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