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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그녀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제 그만 내려놔. 아빠도 우리가 증오 속에 사는 걸 원치 않으실 거야. 우리가 행복하길 원하실 거야.”

저녁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조은혁의 올백머리가 바람에 흩날리자 한순간 그의 모습이 훨씬 젊게 느껴졌다. 그 순간, 그는 마치 20대 시절의 그 자긍심 있고 당당한 조은혁으로 되돌아가는 듯 했다.

저녁 노을 아래, 하얀 셔츠를 입은 채 차 앞에 서 있는 그는 충분히 근사했다.

조은혁은 여전히 핸들을 잡은 채 눈꺼풀을 내리깔고 여동생이 한 말을 되풀이했다.

“행복? 은서야, 그거 알아? 연희와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없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만약 그가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예전에 샹겐에 있을 때, 그가 단호하게 진시아를 거절했다면 지금쯤 그와 박연희의 사이는 아직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짓을 해도 박연희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와 진시아의 일로 박연희는 그에게 오만 정이 다 떨어졌을 것이다.

그녀는 이제 단지 더럽다고만 생각한다.

묻지도, 쳐다보지도 않고 모든 일을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신혼 시절 김 비서가 처음 집에 나타났을 때, 박연희는 질투심에 사로잡혔으면서도 감히 물어보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밤이 되자 그의 품에 안기며 겨우 작은 소리로 김 비서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때, 그녀는 그를 얼마나 사랑했던가.

하지만 지금의 박연희는 그가 다른 여자랑 썸 타는 영상을 보고도 홀로 마음을 추스르고 진범이의 생일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슬픈 감정이 차오른 조은혁이 그의 여동생을 끌어당겨 가볍게 껴안았다.

"넌 유선우랑 잘 지내. 나 따라하지 말고."

조은서는 무슨 말을 하려던 차에 곁눈질로 유선우를 발견했다.

그는 별장 현관 앞 계단에 서서, 노을 빛을 받으며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울린 휴대전화 벨소리가 고요함을 깨뜨렸다.

조은혁은 여동생을 놓아주고 전화를 받았다.

전화는 김 비서에게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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