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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조은혁이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박연희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끝내는 두려운 마음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는 새벽 1시까지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차 열쇠를 챙겨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가 한밤중에 별장으로 돌아왔을 때 도우미가 문을 지키고 있다가 그를 맞이하며 작은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오후에 일이 생긴 뒤 사모님께서 쭉 서재에 혼자 계셨습니다.”

조은혁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물었다.

"저녁은 먹었나요?”

"그럼요.”

하인은 한숨을 쉬었다.

"오늘 도련님 생일인데요. 사모님이 아무리 기분이 나빴어도 도련님을 위해 미역국을 몇 입 먹어야죠. 아이고, 사모님이 도련님을 좀 아끼시나요.”

조은혁은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단을 올라 천천히 2층을 향해 걸어갔다.

...

박연희은 거실에 앉아서 조진범이 8살 때 입을 스웨터를 짜고 있다.

창밖에는 달빛이 어슴푸레하게 비췄다.

그녀는 이미 여러 밤을 새서 눈이 충혈되었지만 뜨개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밤낮없이 조진범에게 작은 옷을 짜 주었다. 그러다가 아랫배가 아프면 진통제 두 알을 먹었고, 너무 아파서 견디기 힘들면 침대에 누워서 잠시 쉬었다.

그런 다음 일어나서 계속해서 조진범의 옷을 짰다.

정원에서 차 소리가 났을 때 그녀는 조은혁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눈을 들지 않았다.

현재 그녀의 마음은 한 점의 동요도 없이 평온했다.

조은혁은 침실 문을 열고 문 앞에 서서 조용히 그녀를 응시했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고, 눈빛에는 약간의 화해의 의미도 있었다.

박연희는 그를 바라보더니 그의 몸에서 흩어지는 악취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이미 소녀가 아니었기에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눈빛을 보내는지 알고있었다.

과연, 조은혁이 그녀에게 점점 가까워지더니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녀의 손에 들린 반쯤 짜인 작은 스웨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어조는 매우 부드러웠다.

"진범이한테 줄거야? 연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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