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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하지만 결국 조은혁은 끝까지 달리지 않았다.

그는 박연희의 옆에 털썩 쓰러져 눕더니 그녀의 수척한 몸에 바싹 달라붙었다. 낮은 목소리가 옆을 통해 들려왔는데 어쩌면 말로 이룰 수 없이 쉰 목소리에는 심지어 약간의 비굴함을 띠고 있었다.

“연희야,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건 어때? 난 다시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고 이제 나에게도 다른 사람은 없을 거야. 일편단심으로 너만 바라봐줄게. 네가 어렸을 때 원하던 것, 좋아하던 것, 내가 다 줄게.”

“그러니까 날 떠나지 마. 너만 떠나지 않는다면.”

그 말에 박연희는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

다시 시작한다고? 어떻게 이토록 우스울 수가. 뭘 또 어떻게 시작하려고 하려나?

그들은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그들 사이에는 거짓말과 속임수, 그리고 그녀의 젊은 시절 일방적인 희망만이 있을 뿐이다.

박연희는 옷이 반쯤 찢긴 상태에서 병상에 누워있었는데 뼈만 앙상하게 삐쩍 마른 몸이 그대로 훤히 드러났으나 불빛 아래서 놀랍게도 그녀는 여전히 맑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옷을 걷어 올리고 싶었지만 힘이 없었다.

그 순간,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영혼을 잃었고 박연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봄이 가고... 여름도 지나가고 이제 2년 가을이 지나면 진범이도 학교에 가겠네. 그래, 학교... 학교... 학교... 나도 원래 행복하게 학교에 다녔어야 하는 건데.”

“전 몇 번이고 꿈속에서 당신을 만났던 그 날의 아침을 그려요.”

“그리고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전 저 자신을 원망하죠. 그날 내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고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다면 여기에 누워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캠퍼스에서, 또는 졸업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겠지.”

결국 두 줄기의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조은혁은 그녀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박연희를 바라보는 그의 검은 눈빛은 참으로 깊고 이해하기 어려운 뜻을 품고 있다.

“나는 네가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나는 절대 너를 죽게 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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