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4화

엘리베이터는 침묵만이 흘러넘쳤다.

참다못한 유선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필 YS 그룹에서 만든 피임약을 처방 받았네?”

조은서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피임약이야 다 똑같죠.”

그러고는 해맑게 이어 물었다.

“왜 따라 내려왔어요? 애인 곁에 있어 주지. 아현 씨는 당신이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는 눈치던데.”

유선우는 그윽한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한참 조은서를 바라보던 그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우리 자기는 서방님이 옆에 있어 주기를 원하지 않아?”

조은서는 남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는 유 대표님의 아내라는 타이틀로만 충분해요.”

그녀의 이 말은 남편의 심기를 건드렸던 것이었다.

화가 난 유선우는 아내의 말에 대답했다.

“소박한 꿈이라 참 고맙네.”

...

그렇게 그들은 유쾌하지 않은 채로 헤어졌다.

유선우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넥타이와 카라핀을 쥐어뜯었다. 그러다 그는 카라 핀에 손가락이 찔려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

유선우의 굳은 표정을 본 진 비서는 단번에 조은서와 싸운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실 백아현은 그나마 선견지명이 있었지만, 그녀의 엄마인 김춘희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유선우가 다시 돌아온 것을 보고 또다시 허망 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유 대표, 비록 우리 아현이와 부부의 연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 딸이...”

“엄마!”

백아현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사실 그녀는 유선우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 남자의 눈빛은 몹시 차가웠지만 조은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현실에 직면한 백아현은 눈물이 핑 돌았다.

김춘희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유선우의 눈치를 살피며 진 비서에게 말했다.

“앞으로 우리 집에 주는 지원금을 줄여줘.”

그녀의 말을 들은 백아현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동안 유선우의 지원이 있었기에 두 모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