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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나 머리 좀 눌러줘”

유선우의 목소리는 허스키했다.

조은서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남편의 머리를 마사지해 주려고 다가갔다. 오래전 그녀는 매일 힘들게 일하는 남편을 위해 특별히 마사지를 배웠다.

유선우의 이마에 손을 올린 그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당신, 열나요.”

아내의 말에 그는 눈을 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관계로 유선우의 두 눈은 평소처럼 빛이 나지 않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조은서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의 몸을 쓰다듬었다. 관계를 갖고 싶어 하는눈치였다.

조은서는 유선우의 나쁜 손을 뿌리쳤다.

평소 잘 아프지 않는 유선우지만 아플 때마다 신경이 많이 예민해졌기에 그의 무례한 요구에도 웬만해서 들어주는 조은서였다.

몸도 안 좋은 상황에서 그의 성적인 욕구도 채워주지 못하면 유선우는 사람을 더 귀찮게 굴 것이다. 그 남자는 조은서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왜? 해주기 싫어?”

조은서는 약상자에서 체온계를 꺼내 남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체온을 재주었다.

체온계를 보니 39도였다.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열이 높네요. 감기약 가져다줄 테니, 먹어요. 그리고 몸도 성치 않으니 엉큼한 생각은 그만해요.”

하지만 유선우는 아내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하던 것을 계속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유선우는 하던 것을 멈추고 다시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 그러자 조은서는 집안의 고용인들이 방금 남편과 있었던 일을 눈치채지 못하게 흐트러진 치맛자락을 정리했다. 왜냐하면 고용인들이 뒤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매사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아내가 얄미웠던 유선우는 비꼬며 말했다.

“흥, 부부 사이에 밝은 낮에도 불붙으면 관계를가질 수 있지. 고용인들이 알면 뭐 어때?”

이런 남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으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감기약과 고용인이 준비한 따뜻한 차를 유성우에게 가져다주었다.

이젠 날도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고 방안도 불빛 하나 없이 어두웠다.

조은서가 방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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