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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가을의 날씨는 많이 쌀쌀했다.

그 남자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밖에도 검은색 바람막이를 걸쳤다. 가을 아침의 햇살은 그의 얼굴을 비췄고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려 더 분위기 있어 보였다.

조은서가 자신을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 유선우는 테라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이 마주쳤지만, 그 누구도 눈을 피하지 않았고 햇빛을 마주해 서 있는 아내의 모습은 오늘따라 더욱 예뻐 보였다.

유선우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무슨 재미나는 일이 떠 올랐는지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때, 진 비서가 캐리어를 끌고 온 것을 본 조은서는 그제야 남편이 출장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자 조은서는 안방으로 걸어갔다.

전화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진 비서였다.

“사모님, 대표님이 드실 감기약 좀 가져다주세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진 비서의 목소리는 예의 바르면서도 낯설었다.

조은서는 그녀가 자신에게 이렇게 지시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필시 유선우의 지시였다.

할 수 없이 조은서는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널브러진 약통들을 정리했다. 밖으로 나가기 전방 안의 상태를 살펴보다가 엊저녁 남편의 무모한 짓 때문에, 소파에 묻은 하얀색 액체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돌아와 직접 소파에 묻은 그것을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고용인들이 이것을 보았다가는 반드시 뒤에서 말들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원에 와 보니 유선우는 이미 차에 올라타 있었고 뒷좌석 창문은 내려져 있었다.

조은서는 내려진 창문으로 약을 건네며 말했다.

“하루에 한 알씩 두 번 먹으면 돼요.”

유선우는 아내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입을 삐쭉거리며 물었다.

“어디로 출장 가는지, 며칠 가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태클을 걸어오는 남편이 너무나 미웠지만 조은서는 마음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밖에서 몸조심해요. 진 비서님, 선우 씨 잘 부탁해요.”

뒷좌석의 창문은 올려졌다. 이 남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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