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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우리 경인시를 떠나자

죽어도 괜찮은 박태준은 이때 집 문 앞에 도착했다. 그는 오늘 밤 접대로 몇 잔을 더 마셨다. 비록 취하진 않았지만, 취기가 올라왔다.

문을 열자, 문 앞에 누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조금 긴 검정 머리가 이마를 가리고 어둠 속에서 반짝거리는 눈과 비정상적으로 새빨간 입술만 보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놀랄 것이다. 박태준은 갑자기 술이 깼다.

그는 미간을 확 찌푸리고 말했다. “왜 불도 안 켜고 있어?”

그가 손을 뻗어 벽에 달린 등을 누르자 거실이 환해졌고, 나무 송장처럼 서있던 기민욱도 밝은 빛에 모습이 드러났다.

비록 아직 음산한 기운은 남아있었지만, 최소한 귀신같지는 않았다.

거실은 얼음장처럼 추웠고, 박태준이 난방을 켰다. “온 지 얼마나 됐어? 난방은 왜 안 켰어?”

기민욱은 그의 몸에서 진동하는 술 냄새를 맡고 동문서답을 했다. “형, 술 마셨어?”

“어, 거절할 수 없어서 몇 잔 마셨어.”

“내가 꿀물 좀 타올게.” 그는 말이 끝나자 곧장 주방으로 갔다. 박태준은 밥을 해먹지 않지만, 도구는 다 갖추고 있었다.

먹는 것에 있어서 기민욱은 유통기한을 지나지 않기 위해 일정 기간에 한 번씩 모두 새걸로 바꾸었다.

박태준이 말했다. “됐어, 나 안 취했어.”

“그럼 내가 물 좀 따라줄게.”

“내가 알아서 해……”

기민욱은 고개를 홱 돌리고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약 탈까 봐 겁나?”

그의 정신상태는 이상했고, 그 눈에서 사람을 불태워버릴 것 같은 불꽃이 희미하게 보였다.

박태준은 오늘 재경의 일을 떠올리니, 기민욱이 왜 이러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나 목 안 말라.”

기민욱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 그 안에 있는 것을 만지작거렸다. 그건 오 박사가 얼마 전 해외 교류회에서 가져다준 신제품이었다.

약이 독하고 효과가 빨라서 한 달이면 기억을 완전히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박태준이 소파 쪽으로 간 것을 본 기민욱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빼고 뒤돌아 따라갔다.

박태준은 두 다리를 벌리고 무릎에 팔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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