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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이기적이고 비겁한 가족

왕지석의 앞에 놓은 건 오늘 재경그룹에서 해고당한 인원의 리스트였다.

“이 사람들, 왕 부사장 사람들이지? 회사 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해고되었어. 앞으로도 아마 경인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걸?”

고연우의 목소리가 어두운 지하실에서 싸늘하게 울려퍼졌다.

“이건 오늘 분량이고. 아마 내일에 2차 리스트가 올 거야.”

왕지석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리스트를 꽉 붙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희미한 광선을 통해 리스트에 쓰인 명단이 한눈에 들어왔다.

“말했잖습니까. 다 돈 때문에 한 일이라고요. 누군가가 저에게 새 프로젝트에 장난질 좀 쳐주면 10억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재경에서 평생 일했지만 보지도 못했던 금액이었어요. 하늘에서 떡이 떨어졌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지요.”

그는 리스트에서 시선을 돌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계속해서 말했다.

“이 사람들은 제 직장 동료일 뿐이고 회사에서 그들을 해고한다고 해도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 왕 부사장 말을 믿을게. 그래서 이들을 재경에서 쫓아낼 때 이들에게 말했어. 왕 부사장 당신이 돈을 받고 이들을 배신한 뒤에 가족들이랑 해외로 도주했다고.”

왕지석은 분노한 눈으로 고연우를 힘껏 노려보았다. 극도의 분노 때문인지 기름기 좔좔 흐르는 그의 얼굴이 더 흉하게 일그러졌다.

“제 집사람은요? 아들은요? 그들을 어디로 보낸 겁니까?”

박태준은 집사람이라는 단어를 듣고 신은지를 떠올렸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그녀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왕지석은 온몸을 비틀며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의자에 손발이 꽁꽁 묶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방음이 잘 되어 있는 별장 지하실이었기에 소리가 새어 나갈 걱정도 필요 없었다.

고연우는 슬슬 짜증이 치밀었다. 박태준이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여전히 나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멍청한 웃음을 짓고 있는 박태준을 볼 수 있었다.

고연우는 욕설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는 소매를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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