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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바람피웠으니 그를 차다

신은지와 어렵게 단둘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박태준은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민우더러 이삿짐 옮기라고 하자.”

그는 사실 그녀에게 중요한 물건만 챙기고 나머지 물건들은 죄다 버리고 새로 사라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혹여나 여지라도 남겼다가 후에 그녀가 이 핑계로 다시 집을 나오려고 할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신은지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더니 입을 열었다.

“응.”

어차피 그녀는 현재 휴가를 신청한 상태라 재경그룹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럼 비좁아 죽을 지경인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운수 좋게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쇼핑센터를 드나들지 않아도 되며 박태준이 그녀 때문에 가슴을 썩히지 않아도 된다.

아내를 달랬다는 건 재혼에 관한 희망도 높아졌다는 것이었다. 기민욱이란 변태만 해결하면 곧바로 그녀를 데라고 구청으로 가 재혼 증명을 뗄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뒤로 또 다른 요소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참에 아이도 다시 돌려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임신 중이라 또 한동안 참아야 한다.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 그보다 더 처참한 유부남은 없을 것이다. 알고 지낸 지 10여 년, 결혼한 지 3년, 이혼한 지 1년이 되면서 정작 행복한 식사 자리를 가진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임신하지 않았더라면, 신은지가 어느날 갑자기 후회하여 도망치면 어떡하나.

만약 고연우의 그의 속마음을 알았다면 분명 대놓고 그를 놀렸겠지? 그녀는 남편을 버린 채 아이만 데리고 도망칠 수도 있고 임신한 채 다른 남자에게 시집갈 수도 있다. 심하면 아이에게 남편을 아저씨라 각인시키고 세 가족끼리 화목하게 지내고 있는데 슬픔에 잠긴 그에게 아이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아저씨, 왜 울어요?”

박태준은 이토록 다채로운 인생을 경험한 적이 없었고 더우기는 이런 추잡한 상상마저 한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는 현재 기분이 아주 좋았고 기운이 넘쳤다. 단 하나 마음에 걸리는 거라면 먼저 고개를 먹을 것인지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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