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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도대체 무슨 병에 걸린 거예요?

잘 모르는 사람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싫어하는 박태준은 눈을 감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

공예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생활을 알아내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검사 과정일 뿐입니다. 긴장해서 검사 결과가 부정확하게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벼운 대화나 환자의 관심사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어드리는 것입니다.”

“네.”

남자는 나지막이 대답했지만 여전히 말을 이어갈 의향이 없었다.

그가 거부하자 공예지는 화제를 돌렸다.

“지난번에 저를 구해주셨는데, 정식으로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제가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박태준이 눈을 뜨더니 거리감이 느껴지는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우연히 마주쳐서 도와준 것뿐이에요. 누구라도 마찬가지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알아요.”

공예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박태준 씨에게는 쉬운 일이었겠지만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은혜를 기억하고 보답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박태준 씨가 따지지 않는다고 제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박태준은 은혜를 갚겠다고 고집부리는 여인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신은지가 이렇게 고집스럽게 은혜를 갚겠다고 했다면 귀엽다고 생각하며 어지간히 괴롭혔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이러는 건 짜증 나고, 말귀를 못 알아듣냐고 묻고 싶을 뿐이다.

“이 일을 잊어버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거예요.”

박태준은 이 말을 내뱉은 후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저는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과정은 생략해도 되니까, 그쪽은 자기 본업에 충실하세요.”

“...”

이 말은 직접 닥치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공예지는 졸업도 안 한 인턴인지라 이런 무안을 당하니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죄송합니다.”

“네.”

아무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검사실에는 최면 음악만 남았다. 박태준은 사실 매우 졸렸다. 그는 요즘 두통이 점점 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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