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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치매

곽동건은 고개를 숙이고 진유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너무 가까워 키스하려는 줄로 착각할 뻔했지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입술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멈췄다.

숨결이 그녀의 볼에 닿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라라, 당신은 증거가 없어요.”

이같이 부드럽고 질척대는 소리가 진유라의 귓가에 울렸지만 그녀는 조금도 설레는 느낌이 없었다. 그가 강아지를 부르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 말에 담긴 뜻 때문이다.

“...”

도리로는 안 되니까 막무가내로 나오겠다는 건가? 게다가 파렴치한 짓을 하면서 아주 당당하다.

곽동건은 그녀의 혀에 난 상처를 자세히 살폈다.

“괜찮네요. 심각하지 않아요. 약은 바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진유라는 눈을 흘기며 그를 확 밀어냈다.

“그저 실수로 깨물었을 뿐이에요. 혀를 깨물고 자결한 것도 아닌데, 다치면 얼마나 다쳤겠어요? 누가 실수로 혀를 좀 깨물었다고 약 바르는 걸 봤어요?”

“많이 늦었어요. 먼저 갈게요.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강아지도 그녀가 가려는 걸 아는지 조금 전까지 그녀의 발 옆에 엎드려 있더니 어느새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물고 ‘깽깽’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곽동건이 눈을 내리깔았다.

“라라야...”

진유라는 잔뜩 화가 나서 그의 말을 잘랐다.

“닥쳐요.”

그녀는 바짓가랑이를 물고 있는 강아지를 뿌리치려 했다.

“곽동건, 뭐 하는 거야? 내 바지를 물지 마. 안 그러면...”

겁을 주려던 그녀는 곽동건의 말이 생각나서 말을 바꿨다.

“안 그러면 아빠한테 배상하라고 할 거야.”

곽동건이 빙그레 웃었다.

“제 이름을 부르고 싶으면 정정당당하게 불러도 돼요. 강아지를 매개로 삼지 말고.”

“...”

낯가죽이 두껍기로 철면피다. 그녀가 맞받아쳤다.

“그러니까 당신은 제 이름을 부르고 싶은데 당당하게 부를 수 없어서 강아지를 ‘라라’라고 부르는 거예요?”

진짜 변태같이 잘도 논다.

“아니, 처음 왔을 때 자꾸 ‘라라라’ 하면서 울어서.”

“?”

강아지가 낯선 환경에 가면 운다는 걸 진유라도 안다. 하지만 어떤 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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