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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한나절이나 신은지를 보지 못한 박태준은 지금 그녀를 품에 안고 뽀뽀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는데, 무슨 옷을 볼 정신이 있겠는가.

하지만 신은지는 그림을 그의 눈앞에 들이댔고, 안 보면 그를 찢어버릴 기세였다.

박태준은 고개를 숙여 대충 훑어보았다. 남자 옷은 디자인이 거기서 거기지만 아내가 디자인한 것은 반드시 다른 사람이 한 것보다 보기 좋아야 한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기 좋아. 곧바로 제작 의뢰할게.”

그는 기뻐하며 신은지를 안으려 했다.

“앞으로 내 옷은 모두 네가 디자인하는 게 어때? 우리 마누라는 진짜 대단해. 문화재 복원뿐 아니라 옷도 디자인할 줄 알아.”

기분 좋은 박태준과 달리 신은지는 지금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자기 옷도 알아보지 못하면서 옷을 디자인해달라고? 무슨 옷? 꿈도 꾸지 마.’

신은지는 손을 내리고 자기가 그린 옷을 보았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배운 데다 예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그림 솜씨가 좋아서 몇 번 훑어본 옷을 실물과 똑같이 그렸다.

“보기 좋아? 근데 내 기억엔 너한테 똑같은 옷이 한 벌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 드레스룸에 가서 찾았더니 없었어. 다른 곳에 뒀어?”

그제야 눈여겨본 박태준은 이전에 공예지를 구할 때 입었던 옷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당시 그녀의 옷이 찢어진 것을 보고, 그녀에게 던져주면서 입었다가 버리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잃어버렸어.”

자세히 설명하자면 말이 길어지는데, 신은지가 다음 주 월요일에 이탈리아로 떠나면 두 사람은 한 달 넘게 떨어져 있게 된다. 그래서 박태준은 남은 시간을 상관없는 사람 얘기로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이 시간을 이용해 그녀와 더 친밀해지고 싶을 뿐이다.

신은지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렇게 보기 좋은 옷을 잃어버리면 아까운데, 다시 찾을 수 있어?”

그녀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박태준은 심지어 좀 질투가 났다.

‘나한테는 이렇게 관심을 보인 적이 없잖아. 이제는 옷 한 벌보다도 못한 건가?’

“찾지 못해. 네가 좋다면 다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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