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인은 자신이 너무 이 상황에서 구원되고 싶은 나머지 헛것을 들었다 생각했다.그러나 곧이어 또 한 소리가 들려왔다.“윤혜인, 어디 있어?”익숙한 목소리였다.윤혜인은 힘차게 외쳤다.“진혁 씨, 나 여기 있어요! 읍...”앞에 있는 사람이 그녀의 입을 가렸다.곧 아진과 강현, 두 사람은 힘을 합쳐 그녀를 다른 곳으로 끌고 갔다.윤혜인은 온 힘을 다해 죽을 각오로 몸부림쳤다.그러나 두 건장한 성인 남자를 막기에는 무리였고 둘은 그녀를 어둠으로 끌고 들어갔다.그러나 윤혜인은 포기하지 않고 뒤꿈치로 바닥에 흔적을 남겼다.무언가 이상하다 느낀 이진은 곧장 윤혜인의 머리를 힘껏 당겨 그녀가 힘을 쓰지 못하게 했다.그렇게 윤혜인이 거의 포기할 정도로 지쳐있을 때, 강한 바람이 불어보며 그녀를 끌고 가던 남자의 참혹한 울부짖음 소리가 산에 울려 퍼졌다.“아!”남자가 누군가에 걷어차여 날아갔다.이 시각, 이진혁의 눈동자에는 비할 바 없이 끔찍하고 포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어찌나 강한 발차기였는지, 남자는 걷어차여 굴러간 후로 앓는 소리도 내지 못했다.뒤이어 그의 차가운 눈빛은 다른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그 예쁘고 얇은 입술로 뱉는 말은 덧없이 험악했다.“스스로 죽기를 자처하는 거지?”순간, 강현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그가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 서 있을 때, 이진혁은 큰 손으로 강현의 목을 잡더니 옆으로 내던졌다.그러고는 윤혜인의 앞에 와 반쯤 쪼그려 앉더니 팔을 살짝 앞으로 뻗었다.하지만 곧 윤혜인이 자신의 손길을 꺼린다는 것을 떠올리고 묵묵히 다시 손을 거뒀다.“어디 다친 데 없어?”그는 포악한 기운을 감추고 눈썹을 찌푸렸다.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윤혜인은 걱정에 찬 듯 잔뜩 긴장한 그의 표정을 보아냈다.곧이어 오랫동안 버텨왔던 그녀의 강인함이 단번에 무너졌다.왈칵 눈물을 흘리며 윤혜인은 갑자기 이진혁의 품으로 뛰어들었다.그 동작이 이진혁의 마음을 완전히 강타했다.그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윤혜인
윤혜인은 손으로 이준혁의 등을 받쳤다. 놀란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고 말도 울음소리에 먹혀 똑똑하게 들리지 않았다.“준혁 씨... 정신 차려요, 나 놀라게 하지 말고요!”이준혁의 가슴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잘생긴 얼굴도 하얗게 변해갔다.윤혜인은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그의 이름을 거듭 불렀다.“준혁 씨, 잠들면 안 돼요. 나랑 얘기해요, 제발, 나랑 얘기해요, 네?”“울지 마, 바보야... 나 하나도 안 아파...”힘이 들어 손을 들 수는 없었지만, 이준혁의 의식은 여전히 깨어있었다.윤혜인이 눈물을 뚝뚝 떨구며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보고 이준혁은 하얗게 변한 입술로 씩 미소를 지었다.진통제를 맞은 듯 상처도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날 여전히 신경 쓰고 있구나... 그래도... 자기 자신만 모르는 거였네.’그동안 윤혜인은 이준혁을 외면하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상처를 주었다.그러나 이준혁은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감정을 감춰왔던 터라 겉으로는 담담한 척 할 수밖에 없었다.“혜인아, 아이 일은 나도 많이 슬퍼...”이준혁은 하얘진 입을 힘들게 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을 때마다 마치 온몸의 힘을 다 쓰는 것 같았다.“미안해. 나 용서해주면 안 될까...”이혼 후, 아이라는 화제는 건드릴 수 없는 금기처럼 여겨졌다.그들은 모두 침묵하여 여태 단 한 번도 언급한 적 없었다.그러나 현재 이준혁은 제 생각을 윤혜인에게 말하고 싶어한다.그 아이는 이준혁에게 있어 첫째 아이였다. 자신의 슬픔을 다른 사람처럼 뚜렷하게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준혁이 슬퍼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윤혜인은 눈물을 가득 머금고 연신 말했다.“용서할게요. 용서해요. 준혁 씨만 괜찮으면 돼요...”아이를 잃었을 때, 윤혜인은 그를 증오하다 못해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그러나 그거 부상입은 몸을 던져 또 한 번 자신을 구해줬을 때, 그 증오는 순식간에 사라졌다.현재 윤혜인은 그저 이준혁이
윤혜인은 마음속이 복잡했다. 이혼에 대해서 그들 두 사람은 당시 이태수에게 숨기기로 했고 문현미에게도 숨기기로 했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더 이상 문현미를 속이고 싶지 않다.“어머님, 죄송해요. 사실 저희 이혼했어요.”문현미는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너희! 너희가 이혼했다고?!”윤혜인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혜인아, 너 정말 멍청한 거 아니니? 준혁이가 겉으론 차가워서 그렇지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데, 걔 마음속에는 틀림없이 네가 있을 거라고!”문현미가 비통해하며 말했다.그녀는 윤혜인은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 저 수술실 안에 중상을 입고 누워있는 사람은 그녀의 유일한 아들이다!어머니로서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혜인은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단 한 마디도 변명할 수 없었다.문현미의 마음속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윤혜인은 그녀에게 욕을 먹고 맞는다고 해도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굳게 닫힌 수술실 문과 윤혜인을 번갈아 보다가 문현미는 가슴이 통증이 극심해져 끝내 기절하고 말았다.“어머님! 어머님!”윤혜인은 문현미를 부축하고 두어 번 소리쳤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당황한 윤혜인이 외쳤다.“의사 선생님!!!”곧이어 의사가 문현미를 다른 응급실로 보냈다.다행히 문현미는 일시적으로 심장 박동수가 너무 빠른 탓에 쓰러진 거라, 응급처치를 거쳐 다시 심박 수를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이런 경우 그저 조용히 안정을 취하면 된다.윤혜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다시 수술실 쪽으로 돌아가 이준혁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이하진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까지 이준혁의 수술은 끝나지 않았다.정유미도 오려고 했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강제로 데려가는 바람에 올 수 없었다.이하진은 서리 맞은 가지처럼 축 쳐져 있었다.그는 이신우에게도 이 사실을 알았다. 통화 속 이신우의 말투는 여전히 간결했지만, 이하진은 그가 돌아오면 자신이 엄청 혼나게 될 거라는
그의 손에는 힘이 많이 실려있었다.이하진은 입가에 피가 조금 났고 충격에 비틀거리며 뒤에 있는 벽에 부딪혔다.“쿵!”딱 봐도 매우 아플 것 같은 소리였다.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곧 다시 곧게 자리에 섰다.이신우는 늘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이 순간 분노를 숨길 수 없었다.“이하진, 내가 너를 가만히 두는 건 세상이 무법천지인 것처럼 굴라는 말이 아니야!”이하진은 입을 벌렸지만, 여전히 말을 할 수 없었다.“안에 누워있는 사람은 네 형이다. 준혁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 목숨으로도 갚을 수 없어 그건.”이하진은 마침내 약간 두려워하며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예요. 저.. 저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그러자 이신우가 냉혹하게 외쳤다.“미안하다는 말은 오직 너 자신만을 위로할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이하진의 안색은 완전히 혈색을 잃었다.이신우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난 너를 장장 15년 동안 키워왔다. 엄마를 잃은 비통함을 달래주고자 너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인제 와 보니 내가 틀린 것 같구나. 네 지금 모습이 어떤지 한번 봐봐라. 네 엄마가 목숨 바쳐 널 구한 가치가 있기나 하니?”갑자기 이하진이 고개를 들더니 붉게 충혈된 눈으로 물었다.“엄마가... 정말 자신의 목숨으로 절 구한 거예요?”여러 해 동안 이신우는 그의 어머니에 대한 일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그는 또한 항상 자신이 버려진 아이라고 생각했다.이하진은 이신우의 팔을 붙잡고 분노하며 외쳤다.“알려주세요! 엄마에 관한 일을 전부 알려달라고요!”이신우의 눈동자가 더욱 어두워졌다.“네 엄마랑 약속했어. 네가 능력이 되면 모든 걸 알려주기로.”이하진이 더욱 크게 고함을 질렀다.“지금 알아야겠어요! 왜 안 알려주시는 건데요!”그러나 이신우는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이만 돌아가. 여기는 네가 필요하지 않으니.”그 후, 이신우는 돌아서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진료
‘그래도 나를 이렇게 싫어할 일인가? 흥, 나도 싫다 뭐?!’...윤혜인은 병실에서 수액을 다 맞은 다음, 힘든 나머지 기절했다.고열과 고도의 정신적 긴장으로 인해 그녀는 밤새 잠을 잤다.그러나 꿈을 꾸다가 그녀는 불안에 떨며 식은땀에 젖은 채 깨어났다.윤혜인은 창밖의 눈부신 햇살을 보며 그녀에게 수액을 주러 들어온 간호사에게 지금이 몇 시인지 물었다.간호사가 대답한 후에야 윤혜인은 자신이 이렇게 오래 잤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곧이어 그녀는 이불을 젖히고 간호사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손에 꽂은 수액 관을 뽑은 뒤 중환자실로 달려갔다.중환자실에 도착해 의사에서 물어보니 이준혁은 이미 위험시기를 벗어나 VIP 병동으로 옮겨졌다고 했다.윤혜인은 바로 돌아서서 위층 VIP 병동으로 달려갔다.하지만 열이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아 몇 걸음만 걸어도 숨이 찼고 이마는 어느새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VIP 병동 입구에 도착하자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두 명이 입구를 막아나서며 그녀가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죄송합니다만 대신 말 좀 전해주시겠어요? 윤혜인이 이준혁 씨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요.”경호원은 차갑게 거절했다.“저희는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윤혜인은 잠시 멍해졌다.‘조금 전 의사 선생님이 준혁 씨가 이미 깨어났다고 말했는데? 설마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건가?’그녀의 마음속에 또다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그와 조금 더 가까이 있는 이곳에 앉아있으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 것 같아서 말이다.그렇게 그녀는 하늘이 어두워질 때까지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앉아있었다.경호원조차도 이미 교대를 했다.또 한참이 지난 후, 윤혜인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준혁이 자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앞으로 다가가 경호원과 상의했다.“저 좀 도와서 한번 물어봐 주시겠어요? 만약 대표님께서 원하신다면 저 잠깐 보고 금방 돌아갈게요.”
‘역시 보잘것없는 출신 아니랄까 봐, 아무렇게나 툭 내뱉은 말에도 충격을 받다니.’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그녀를 위해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것을 생각하자, 이천수는 화가 나 이를 갈았다.하지만 그는 이준혁이 윤혜인을 구하다 부상을 입은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뜻밖의 사고라고 여겼을 뿐. 만약 그 사실을 알았다면 이천수는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됐네, 이미 이혼한 이상 이제 준혁이 앞에도 적당히 나타나 주게. 걔 앞길 방해하지 말고.”이천수는 경멸의 눈빛을 띠며 계속 윤혜인을 압박하려고 했다.“여자답게, 조신하게 행동하길 바라네.”평소 같으면, 이천수는 절대 이런 젊은 여자에게 특별히 시간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준혁이 윤혜인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 그의 심기를 건드렸다.그는 평소 아들과 소통이 잘되지 않았다. 대부분 이준혁은 담담하게 대응하고 이천수에게 대드는 일도 거의 없었다.하지만 지금 와서 직접 윤혜인을 보고 이천수는 깨달았다.그녀의 외모는 뭇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출중했다!‘문제가 더 심해지기 전에 반드시 기를 꺾어놔야지.’윤혜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곧이어 이천수가 발걸음을 돌려 떠나려는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아버님. 저는 아버님의 말씀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이천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어두워진 안색으로 윤혜인을 바라보았다.윤혜인도 전혀 비굴해 하는 기색 없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말했다.“저는 제 배경이 결코 남에게 보일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비록 평범한 집안 출신에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지만, 그녀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았다.오히려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외할머니가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말이다.이전에 이준혁에게서 느꼈던 열등감은 단지 그라는 사람에게 비롯된 것이었다.이준혁은 확실히 대단한 사림이었다. 20대 초반에 그는 외국에서 복수학위를 땄고 해외에서 업계 기적을 창조한 적이 있었다.비즈니스 분야에서 그의 나이에 이룩한
이천수와 이렇게 이념이 다르니 그가 여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이천수는 윤혜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녀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며 콧방귀를 뀌었다.“2년 동안 내 아들은 너무 본능에 충실해 살았어. 자네도 재벌 집 며느리 생활을 잘 누렸을 테니 이제 다시 준혁이 앞에 나타나지 말게.”비열하고도 역겨운 말이었다.윤혜인이 이천수에게 물었다.“아버님은 뭐가 두려우셔서 이러시는 건가요?”정곡을 찔린 이천수가 뜨끔했다.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그들 두 사람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어 자신의 계획을 망칠까 두려워서였다.“농담하는 거지? 내가 두려워한다고? 자네한테 내가 두려워할 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지?”이천수는 득의양양해서 말했다.“사실 준혁이가 어젯밤에 이미 나더러 정씨 집안에 가서 혼사에 관한 얘기를 나누라고 했네. 곧 우리 두 집안은 가족이 될 거야.”‘혼사? 준혁 씨가 정씨 집안과 혼사를 논하라 했다고?’순간, 윤혜인은 벼락에 맞은 것처럼 어리둥절해졌다.‘정유미 씨랑 결혼하기로 결정했으면서 왜 죽음을 무릅쓰고 나를 구하려고 하고 또 그런 말을 한 거지?’모든 것이 이천수의 계획대로 흘러갔고 윤혜인의 얼굴은 어느새 창백해졌다.‘감히 나한테 대들다니! 제 주제가 어떤지도 모르고!’“내 미래 며느리 될 아이를 위해 장애물을 제거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아니면...”이천수는 마치 개미를 보듯 경멸에 찬 눈빛으로 윤혜인을 바라보았다.“자네, 준혁이의 불륜녀이라도 될 생각인가?”불륜녀라는 말에 윤혜인은 끓는 기름에 내던져져 피부가 전부 벗겨진 듯 했다. 그 정도로 부끄럽고 화가 났다.주체할 수 없이 손이 떨렸지만, 그녀는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곧이어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걱정하실 필요 없으십니다. 전 평생 그런 사람은 되지 않을 거거든요. 준혁 씨가 정유미 씨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저는 절대 준혁 씨와 얽매이지 않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이천수가 매우 만족스
윤혜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조금 전에는 이천수의 말에 대해 약간의 의심을 하고 있었다면, 윤혜인은 이제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장선자가 그와 같이 거짓말을 하려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었는지라 윤혜인은 돌아서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장선자는 윤혜인을 보고 어리둥절해서 이천수에게 물었다. “이분은?”정유미도 윤혜인을 보고 그녀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이천수의 말에 입을 닫았다.“모르는 사람입니다.”이천수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윤혜인의 뒷모습을 보며 장선자에게 말했다.“병원 청소하는 사람일 거에요.”그 말을 들은 윤혜인이 발걸음을 멈칫했다.이천수는 정말이지 그녀를 비하할 기회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말은 더이상 그녀에게 어떠한 타격도 되지 않았다.이준혁이 누구와 함께 있든 그녀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임은 사실이다.윤혜인이 그를 용서하기로 약속한 이상, 이제 정말 그를 놔줘야 할 때인 것이다.마음속으로 이준혁의 행복을 바라며 말이다.게다가 상황을 보니 이준혁의 목숨엔 큰 우려가 없을 것 같았고 다행히 호전되고 있는 것 같았다.전처라는 신분은 매우 난감했다. 모두들 그들이 다시 만나기를 원하지 않으니 더 이상 만나지 않는 것이 맞다.이런 생각이 드는 즉시 윤혜인은 등을 곧게 펴고 유유히 떠났다.정유미는 윤혜인과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고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정유미는 이천수가 윤혜인을 이렇게 싫어할 줄 몰랐다. 심지어 그녀가 병원 청소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더욱 놀랐다.사실 현재 정유미의 마음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이준혁이 생명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전처를 구하는 것을 보고 그에 대한 정유미의 집념이 많이 줄어들었다.얼마나 사랑해야 하면 이렇게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들 수 있는 것일까.정유미는 부러웠지만, 다른 사람의 사랑을 뺏는 악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어차피 이준혁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도 않고 말이다.그러나 오늘 아침 장선자는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