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자는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애를 너무 곱게 곱게 키웠어요. 앞으로 부디 아버님과 준혁이가 많이 돌봐줬으면 합니다.”이 말은 들은 이천수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물론입니다. 안심하세요, 사모님. 저희 집에서는 유미를 절대로 마음고생 시키지 않게 할 겁니다.”그들이 얘기를 나눌수록 이준혁은 점점 얼굴이 싸늘해지면서 예의를 차릴 수조차 없게 되었다.그는 장선자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피식 냉소하며 말했다.“사모님, 한동안 저는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 태도도 이전과 다르지 않아요. 사모님의 따님분을 저는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혼할 생각도 없습니다.”사모님, 따님...거리를 두는 듯한 생소한 단어 사용에 장선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곧이어 그녀도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준혁아, 이게 무슨 뜻이니? 네 아버지가 어젯밤 직접 집에 와서 너랑 유미를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하셨어.”어제 이천수가 직접 와 약속을 했기에 장선자도 이러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도 않았을 것이다.장선자는 이준혁이 정유미의 장점을 보고 태도가 바뀐 줄로 알았다.비록 정유미는 조금 고집스럽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게다가 이준혁이 이렇게 우수하고 정유미도 마침 좋아하니 장선자는 이것이 두 집안에 있어 모두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가 오늘 정유미를 데리고 이준혁을 보러 온 것이었다.옆에 있던 이천수도 이준혁을 힐끗 째려보더니 곧 장선자를 위로했다.“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준혁이가 이상한 소리 한 거예요.”말을 마친 후 그는 다시 이준혁을 쳐다보며 꾸짖었다.“이놈아, 얼른 장모님한테 사과해! 자꾸 나 화나게 만들거야?!”이준혁은 분명히 이천수가 뒤에서 무언가를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왜냐하면, 이미 며칠 전 그가 장선자에게 태도를 밝혔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아닌 이상 그녀가 이렇게 직접 찾아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천수가 이준혁 대신 결혼을 약속하리
“너, 너!” 이천수는 이준혁을 한참을 꾸짖었다. 화가 나다 못해 이가 간지러울 정도였다.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왜냐하면 사업적으로 후일을 도모할 사람이 현재는 이준혁밖에 없었기 때문이다.곧바로 그는 화를 애써 누른 후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유미와 결혼하는 건 잠시일 뿐이야. 협력 건을 손에 넣고 이혼하면 되는 거 아니냐. 어차피 이혼한 적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게다가...”이천수는 잠시 멈칫하더니 득의양양하게 말을 계속 이어 말했다.“우리 이씨 집안의 남자들이 열 번이나 이혼했더라도, 그 재벌가 여식들은 너도나도 빼앗으려 들 거야.”이천수의 눈에 여자는 항상 도구일 뿐이었다.이익만 있다면 결혼과 이혼은 모두 문제가 아니었다.문현미조차도 애초 그는 문씨 집안의 세력을 보고 그녀와 결혼했던 것이다.혐오스러운 발언에 이준혁은 더더욱 이천수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는 절대로 정유미와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이만 가세요. 쉬겠습니다.”친아들이 이렇게 자신을 대하자 이천수는 곧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러나 이준혁의 핏기 하나 없는 입술을 보고 별수 없이 참았다.“그럼 쉬어라. 하지만 마지막 경고야. 지난번에도 나를 속이고 결혼하더니... 게다가 아버지도 네 편을 드셔서 그냥 참았던 거야. 그러나 이번은 절대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이씨 집안의 남자로서 너는 선택권이 없다. 정씨 집안이 아니더라도 안씨 집안이 있고, 주씨 집안도 있고, 임씨 집안도 있어. 앞으로 다시 한번 허튼소리로 하지 말거라. 안 그럼 좋은 결과가 없을 테니.”마지막 몇 글자는 위협의 뜻이 분명했다.친아들에게 이천수는 손을 댈 수 없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위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준혁이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순간 이준혁은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혼인에 집착하시는데... 차라리 아버지가 직접 하시는 건 어때요? 어차피 아버지는 밖에 여자도 많으시니 아예 안씨, 주씨, 임씨 집안 사람과 함께 결혼하세요. 그래야
문현미의 공격이 너무 갑작스러웠기에 이천수는 차마 방어하지 못했다. 머리에는 피가 났고 눈빛도 얼어붙었다.손을 들어 문현미의 뺨을 때리려고 했지만 잘 보이지 않아 빗나간 것은 물론 오히려 넘어지고 말았다.‘쿵!’이천수는 머리부터 땅에 떨어졌고 또 큰 멍이 생겼다.매우 낭패스러운 모습이었다!문현미는 옆에서 분노하며 말했다.“꼴 좋다!”이천수는 여태까지 여자들의 구애를 받기만 했고 모든 여자가 그한테 부드럽게만 대했었다.때문에 이런 모욕은 당한 적은 없었다.가장 중요한 사실은 여자한테 맞아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 창피했다!그는 일어서서 문현미한테 달려가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미친년아, 내가 오늘 너를 죽이고 말 거야!”하지만 또 시야가 막혀 빗나가고 말았다.‘둥!’벽이 무너지는 듯한 큰소리가 났다.이천수는 다시 세게 넘어졌고, 머리에는 두 개의 혹이 대칭으로 생겨났다.문현미는 그의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고 화가 그나마 조금이나마 사그라들었다.예전에 그녀는 이준혁을 생각해 이천수의 앞에서 매번 참기만 했었다.그래서 오늘은 정말이지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했다!그러나 그녀는 이천수가 이런 것으로 손해를 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몇 장 찍었다.“찰칵, 찰칵.”소리를 들은 이천수가 경계하며 물었다.“뭐 하는 거야?!”문현미는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밖에 있는 당신 여자들한테 보내주려는 거지. 온화하고 우아한 대표님이 지금 왜 이렇게 됐을까?”“네가 감히!”이천수는 자존심을 제일로 중요시하는 사람이며, 창피함을 가장 두려워했다!문현미는 이준혁이 걱정할까 봐 더 이상 그와 실랑이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말을 뱉었다.“무서워? 무서우면 얼른 꺼져!”이천수는 화가 나서 입술이 떨며 말했다.“여자니깐 봐주는 거야! 다음엔 내가 반드시 죽인다!”말을 끝내고 그는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볼까 봐 머리를 가리고 의사를 찾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문현미는 서둘러 병실에 들
그는 윤혜인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문현미가 불러서 온 거라면 그건 윤혜인이 자발적으로 온 것이 된다.이준혁은 이미 자기 자신을 속일 정도로 처지가 비참해졌다.문현미는 처음 이준혁의 말을 듣고 약간 멍해 있더니 후에는 마음이 언짢아졌다.문현미가 아무리 윤혜인을 좋아한다 해도 결정적인 시점이 되어서는 제 아들보다는 못할 것이다.의사가 심장에 찔릴 뻔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은 그녀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비록 이제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의사가 그때 한 말을 생각할 때마다 그녀는 마음이 차가웠고 온몸이 떨렸다.‘준혁이가 덜 좋아하는 여자랑 결혼했다면 아마도 조금은 냉정하게 굴며 목숨을 내걸진 않았을 텐데...’여기까지 생각해본 후 문현미는 한숨을 길게 쉬더니 얘기를 꺼냈다.“준혁아, 혜인이는 아이를 잃었고, 너는 혜인이의 목숨을 구해줬기에 이미 빚은 다 갚았다고 볼 수 있어. 이미 이혼까지 한 마당에 그만 지나치면 안 될까?”‘혜인이가 어머니한테 이혼한 것까지 말했다고?’순간, 이준혁의 표정이 매우 심각해졌다.그는 문현미를 힐끔 보더니 말을 꺼냈다.“어머니, 이혼은 제가 원해서 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혜인이랑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면 저 평생 한이 될 것 같아요.”문현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당황해했다.“준혁아, 왜 자꾸 이렇게 멍청한 짓만 하는 거냐...”이준혁은 이불을 제치더니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어머니께서 원하지 않으시면 제가 직접 혜인이 만나러 갈 겁니다!”하지만 움직이자마자 상처가 벌어져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놀란 문현미는 얼굴이 희끗희끗해지더니 이내 다시 이준혁을 눌러 앉히고 말했다.“움직이지 마, 엄마가 혜인이 불러올게.”...윤혜인은 문현미의 전화를 받고는 조금 의아해했다.왜냐면 문현미가 그날 윤혜인에게 혐오감을 느껴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전화기 너머 문현미의
순간 그녀는 코끝이 시큰거렸고 눈물이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자신을 과대평가 했던 것이다.그가 이렇게 허약한 것을 보고 윤혜인은 습관적으로 마음이 아팠고 괴로워하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그녀는 침대 옆으로 가서 가볍게 물었다.“괜찮아요?”약간 울먹이는 목소리가 그녀의 현재 마음을 드러냈다.그러나 이준혁은 무시했다. 은은하게 비웃으며 말이다.“지금 나 관심해주는 거야?”윤혜인은 말문이 막혀 멍해졌다.‘화났나? 왜 화를 내지?’윤혜인은 이해하지 못했으며 물어볼 생각도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가져온 보온병을 열어 돼지간이 들어간 죽 한 그릇을 담아 내왔다.돼지 간은 피를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되며, 그녀는 바로 이 죽을 끓이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했던 것이다.그녀는 이준혁 앞에 죽을 담은 그릇을 가져가며 말했다.“이것 좀 먹어봐요.”그러나 이준혁은 냉담한 표정으로 먹을 기미가 전혀 없이 손에 든 잡지만 주구장창 보고 있었다.한동안 들고 있은 탓에 윤혜인은 손이 시큰거렸지만, 그는 여전히 받을 의도가 없어 보였다.난처해진 그녀가 그릇을 침대 앞 간이책상에 놓았다.병실 안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워졌다.윤혜인은 이준혁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아예 말도 하지 않고 앉아있으니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소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이준혁은 그녀가 다른 이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고 또 괜히 답답해졌다.‘이렇게 내키지 않으면 아예 오지를 말지.’그는 입술을 연신 물어뜯었다. 자신이 입을 열면 또 윤혜인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할까 봐 두려워서 애써 통제하며 말이다.잠시 후, 마침내 이준혁이 침대에서 내려오려는 모습을 보였다.움직이는 와중에 가슴에 있는 상처가 또 벌어져 그는 얼굴을 찌푸렸다.그 모습을 본 윤혜인도 서둘러 앞으로 나아가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툭.”이준혁은 갑자기 그녀의 손을 때려 내팽개쳤다.그녀의 손길을 혐오한다는 듯이 아주 세게 말이다.그 바람에 윤혜인의 손등은 붉게 부어올랐고 눈시울도 빨갛게 변
이준혁은 매우 깊게 키스했다.틈새라곤 찾을 수 없는 입맞춤, 윤혜인은 온몸이 이준혁의 차가운 향기에 휩싸인 것 같았다.이준혁은 그녀의 손목을 세게 잡으며 힘을 조금이라도 풀지 않았다.윤혜인은 그가 상할까 봐 너무 힘껏 밀지도 못했다. 마음은 더욱더 초조하게 타들어 갔는데 말이다.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면서 윤혜인은 별수 없이 이 상황을 버텨냈다.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미쳤어, 이준혁은 정말 미쳤어.’마침내 웬 냄새가 차가운 분위기를 뚫고 천천히 풍겨왔다.피 냄새였다.윤혜인은 정말 다급해 미칠 것만 같았다. 머릿속은 온통 백지장으로 변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하지만 이준혁은 아직도 그녀와 깊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마치 그녀의 영혼을 전부 흡입해갈 것 같이 말이다.그때, 윤혜인과 이준혁의 시선이 마주쳤다.한 사람은 탈출하고 싶었고, 다른 한 사람은 이 순간을 간직하고 싶었다.찰나의 순간, 이준혁의 손에 잠시 힘이 풀렸다. 그러자 윤혜인은 망설이지 않고 이준혁의 아랫입술을 꽉 하고 물었다.밀려오는 고통에 이준혁은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놓아주었다.눈빛은 여전히 사나운 늑대처럼 그녀를 박탈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윤혜인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제일 먼저 호출 벨을 눌렀다.의사를 기다리고 있으며 반쯤 쪼그려 앉아 이준혁의 상처를 살펴보던 윤혜인은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피가 이전보다 더 빨리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눈가마저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가 고함을 질렀다.“이준혁 씨! 당신 미친 거예요?”그는 자신의 목숨으로 장난을 치고 있었다.이준혁은 힘이 빠져 바닥에 누워 있었지만 얼굴은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상처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조금도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마치 무슨 약을 먹은 것처럼 그의 얇은 입술조차 붉게 변했다.그는 허약한 목소리로 그녀한테 대답했다.“응, 미쳤어.”윤혜인은 조금 당황해했다. 진짜로 미쳤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가 자신의 몸을 갖고 너무 장난치는 것 같아서 화냈을
“뭐 먹으려고요? 주 비서님한테 사 오라고 할게요.”이준혁은 고개를 옆으로 올리더니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여기 먹을 거 있잖아.”그는 돼지 간 죽을 가리키고 있었다.‘아까는 안 먹겠다고 하지 않았나?’그러나 그녀는 굳이 물어보지 않고 차가워진 죽을 병실의 주방에 가져가 버리고 깨끗한 그릇과 젓가락을 다시 가져오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이준혁이 윤혜인의 손을 덥석 잡더니 말했다.“아직 먹을 수 있어.”윤혜인은 대답했다.“이미 차가워졌어요.”그의 몸은 지금 차가운 것을 먹을 수 없었고 하물며 차가운 돼지 간은 맛도 없었다.윤혜인은 가볍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비록 뚜렷하진 않았지만 이준혁은 그녀가 그와 피부를 가까이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많이 끓어와서 괜찮아요.”하지만 왜서인지 이준혁은 그녀가 버리지 못하게 계속 고집을 부렸다.“그냥 놔둬. 나 다 먹을 수 있어.”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죽을 받아 작은 탁자 위에 놓고 먹기 시작했다.그러나 상처가 가슴 쪽에 있었기에 스스로 먹으면 몸이 앞뒤로 움직여 무리가 갈 수 있었다.상처 부위의 피부가 당겨질 때 마다 그는 소리 없이 눈썹을 찌푸리며 고통스럽게 먹었다.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윤혜인은 손을 뻗어 그릇을 뺏더니 탁자를 정리하고 그를 눕혀 놓았다. 그리고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직접 먹여줬다. 그제야 이준혁은 이전보다 조금 순해진 것 같았다.이 단어는 이준혁처럼 카리스마 있는 사람에게 쓰면 적절하지 않지만, 윤혜인은 그가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순하게 행동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어느새 그는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고 뒤이어 윤혜인이 물었다.“더 먹을래요?”그러자 이준혁은 조금 전의 키스로 인해 빨갛게 부은 윤혜인의 입술을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더 먹을래.”그러고 나서는 겁탈할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윤혜인은 귀마저 빨갛게 변했다.“죽을 더 먹겠냐고 물어본 거예요.”우수 깊은
윤혜인은 그의 우수 깊은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며 살며시 주먹을 쥐고는 거의 애원하듯 간절하게 말했다.“준혁 씨, 꼭 이렇게 날 힘들게 해야만 해요? 준혁 씨도 나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없다는 거 알잖아요.”분명 그는 쉽게 윤혜인과의 관계를 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질질 끄는 걸까?이준혁은 숨이 막히는 듯했고 상처도 자극을 받은 듯 아팠다. 차가워진 눈빛으로 그는 말을 할 때조차 이를 악물며 내뱉었다.“돈이 없으면 몸을 팔아. 너를 팔아서 빚을 갚으라고!”그는 정말로 그녀에게 화가 났다. 이번 일로 두 사람 사이가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더 멀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그와 엮이기 싫다는 뜻을 끊임없이 표현하고 있었다.만약 지금 부상을 입고 누워 있지 않았다면, 이준혁은 윤혜인을 강제로 눕혀서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오직 잠자리를 함께할 때만 그녀는 순순히 굴었으니까.그의 무자비한 말에 윤혜인의 마지막 인내심도 무너졌다.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이준혁 씨, 날 무시하는 게 그렇게 기쁜 거예요? 그냥 한 번 찌르면 되는 거죠? 내가 그대로 해줄게요!”그녀는 미친 듯이 침대 머리맡에 있던 과도를 집어 들고 가슴에 찌르려 했다.“그만둬!”눈빛이 차갑게 번뜩이더니 이준혁은 갑자기 팔을 들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세게 흔들었다.쾅!과도는 바닥에 떨어졌다.윤혜인은 그의 강한 끌어당김에 상반신이 침대 위로 넘어지며 그의 다리를 누르게 되었다. 그러자 이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윽” 하고 신음 소리를 내더니 애써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날 또 한 번 찌를 셈이야?!”윤혜인의 등은 그의 손에 꽉 눌려 있었고 얼굴은 하얀 이불에 파묻혀 있었다. 그의 질문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어깨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이준혁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그렇게 싫어? 그럼 내 목숨을 너한테 주면 좀 낫겠어?!”그는 사실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목숨을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