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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네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우리는 다시 하게 될 거야. 그러니 나를 거부하려고 하지 마. 말 잘 듣고 나를 화나게 하지만 않으면 죄는 피할 수 있을 거야. 알겠어?”

육경한은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말을 한 적이 거의 없었고 더욱이 이런 유혹하는 듯한 말투로 말한 적도 없었다.

오늘 밤 그는 사상 최고의 인내심을 보였다.

두 사람의 몸은 밀착되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육경한이 소원을 자신의 품에 가두고 있었다.

소원의 몸은 너무나도 허약했다. 조금 전 피를 빨 때 모든 힘을 소진했기 때문에 지금은 반항할 힘이 전혀 없었고 그래서 그저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 후, 그녀는 절망과 무력감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육경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나를 놔줄 거야?”

그러자 소원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육경한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움직이며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

“다음 생에.”

‘다음 생엔 이렇게 엮이지 말자, 나도 힘들어.’

곧이어 그가 덧붙여 말했다.

“이번 생엔 꿈도 꾸지 마.”

다음 생이라는 이 단어에 소원은 밀폐된 철상자에게 자신의 육체와 영혼이 모두 갇힌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이 악마 같은 육경한의 손에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긋지긋한 싸움이 소원에게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지친 그녀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육경한, 왜 나를 죽이지 않는 거야? 그렇게 나를 미워한다면, 나를 죽여서 내 시체를 개에게, 늑대에게, 돼지에게 먹이는 게 더 통쾌하지 않겠어?”

그러자 육경한은 그녀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리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마음속에 나는 사람을 죽이는 악마인 거야?”

“그 정도는 아니지.”

소원은 차분하게 말했다.

“내 마음속에서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 돼지나 개만도 못한 짐승이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약혼자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아. 내가 당신을 얼마나 역겨워하는지 알긴 알아?”

그 말을 들은 육경한이 그녀의 턱을 움켜잡고 화난 얼굴로 말했다.

“역겨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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