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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윤혜인이 급히 해명을 늘어놓았다.

“어린 시절 일을 전부 다 기억하는 건 아니라... 죄송해요.”

열두 살 때, 그녀는 머리를 한 번 다친 적이 있어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

“잊었어?”

한구운은 계속 같은 말만을 반복하였고 늘 위장하던 웃음기마저 사라져 버렸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미쳐버린 어머니의 구타와 욕설을 전부 참아냈다. 그녀는 그 남자의 정부인이 되지 못한 것을 전부 한구운의 잘못으로 돌려버렸다.

그가 너무 늦게 찾아온 탓이라고, 그러니 한구운은 영원히 남에게 보일 수 없는 사생아일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녀는 가족에게 핍박을 받은 후 시골로 피신하여 자포자기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술과 약에 취하여 나날을 보내던 여자는 때때로 곤봉으로 한구운에게 폭행을 가했고 며칠 동안 굶기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마침내 그에게는 어머니에게 반항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심지어 그녀가 죽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그 어떤 동요도 느끼지 못했다.

그렇게 한구운은 이렇게 음습하게 한평생을 보내리라 생각한다.

그녀를 되찾기 전까지 말이다.

가장 암울한 시기, 그에게 사탕을 건네준 그 소녀.

그런데 당사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윤혜인은 흐릿한 남자의 얼굴을 보며 추측했다.

“혹시 그 남자아이가 당신이에요? 그리고 그 여자애는 나인 것 같고. 맞죠?”

그녀는 줄곧 한구운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가 자신에게 집착하는 데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 왔다.

그런데 한구운이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

“같은 게 아니라 너 맞아.”

한구운은 점점 그 여자아이가 윤혜인이라고 확정을 지었다. 그 펜던트 뿐만 아니라 그녀의 향기, 그녀의 눈까지 모두 기억 속의 ‘그녀'와 똑 닮았기 때문이다.

윤혜인은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더더욱 날 해치지 말았어야죠. 우린 친구잖아요.”

한구운의 잘생긴 얼굴은 달빛 아래 부드럽고 평온한 기색을 띠고 있었고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혜인아, 왜 그렇게 생각해? 난 너에게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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