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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이준혁은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의 눈앞에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졌다.

피투성이가 된 한구운은 자기 몸으로 윤혜인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의 몸은 철근에 찔리고 깔려 너덜너덜해졌는데도 말이다.

윤혜인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이준혁은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고 약간의 찰과상만 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옷을 붉게 물든 핏자국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잠시 후에야 그녀는 한구운이 자신을 희생해서 그녀를 지켜줬다는 걸 깨달았다.

차가 미친 듯이 질주할 때 그녀는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순간 한구운이 자기 몸으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한구운이 의자를 뒤로 당겼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두 사람 다 철근에 관통됐을 것이다. 아찔한 순간이 다시 떠오르자, 그녀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녀를 납치한 범인이 목숨 걸고 그녀를 지켰다. 이걸 미워해야 하는지, 고마워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그녀는 결국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고 이준혁을 바라보며 애원했다.

“오빠 좀 살려줘요... 제발...”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더군다나 한구운은 그녀를 다치게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이준혁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윤혜인이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있던 모습은 낙인처럼 가슴에 찍혔다.

그는 앞으로 가서 확인했다. 창백한 안색의 한구운은 금방이라도 목숨을 잃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신고부터 했다. 전문가가 없는 상황에서는 한구운을 절대 건드릴 수 없었다.

손가락을 굽힌 그는 한구운이 호흡은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이때 한구운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하... 봤어요? 혜인이... 날 위해 울고 있어요... 혜인이 마음속에... 아직 내가 있다고요...”

한구운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말을 마친 다음에는 피까지 토해냈다. 마치 마지막 힘을 짜낸 것처럼 그는 머리를 들어 이준혁을 바라봤다. 그리고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무언가 말했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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