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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소원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그의 품에 꼭 안기고 말았다.

온기를 머금은 눈물은 독약처럼 남자의 딱딱한 가슴으로 스며들어 그 냉혈하고 무정한 심장을 물들였다.

슬픔이 전염되기라도 하는 듯 육경한의 심장도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꽉 힘을 준 그의 훤칠한 손가락 마디가 창백하게 질렸고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널 죽게 할 순 없어. 그러니까 꿈도 꾸지 마.”

소원은 더 이상 반박할 힘이 없었고 아픈 몸에 의해 그녀는 오랫동안 깨어있는 것에 한계를 느껴 곧 남자의 품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창밖으로 푸른 달빛이 흘러들어와 방 전체가 은은한 하얀 빛깔의 천에 뒤덮인듯한 느낌이었다.

육경한은 자신의 품에 안긴 어린 여인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조롱하듯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입 밖에 내지 못한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소원아, 내가 또 너한테 잘해주고 싶다니.”

“나 진짜 싼 인간이지. 응?”

매번 이 여자에게 무자비한 우롱을 당하고 매번 그녀의 손에 익사하고 싶었다.

육경한은 정말 천하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이다.

...

윤혜인은 8시 반에 끝나는 저녁 수업을 마치고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갔다.

길에서 휴대폰이 진동하는 소리를 느끼고 열어보니 이준혁의 전화였다.

“수업 끝났어?”

“네.”

“내가 데리러 갈까?”

그의 열정에 윤혜인은 더욱 경악하며 눈을 들어 몇백 미터만 있으면 도착하는 지하철역을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지하철역에 도착했어요.”

그러자 휴대폰 너머로 남자의 매력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뭐가 괜찮아. 넌 내 와이픈데.”

오랜만에 듣는 호칭에 멈칫한 윤혜인은 이제 그녀는 또 한 번 그의 아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협의에 불과한 부부관계.

두 번 다 할아버지 때문에 이준혁이 그녀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니 윤혜인은 마음이 씁쓸했다.

할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도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는 끌어내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아무렇게나 버려도 되는 물건 말이다.

사실 이준혁에게 있어 그녀는 있든 없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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