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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이준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천수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에 아직은 공개할 수가 없다.

꾹 입을 닫고 있는 이준혁에 원지민이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

“준혁아, 네 전 와이프는 널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아.”

그 말은 마치 커다란 자석처럼 이준혁의 가슴 깊은 곳에 박힌 가시를 다시 돋우어 주었다.

허...

원지민처럼 일면식도 없는 외부인조차도 그녀가 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만큼 윤혜인의 마음이 선명하다는 것이다.

이준혁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원지민은 그제야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고 감정도 안정되었다.

“이건 아줌마의 뜻이니 계략을 쓰는 건 어때?”

뜻밖의 제안에 이준혁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없어도 아줌마는 계속 다른 여자를 소개해 줄 거잖아. 그렇다면 내가 방패막이가 돼도 상관없어.”

그러자 이준혁이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히 이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걱정 마, 난 너한테 그런 마음이 없어. 나도 당분간은 선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 네가 나를 방패막이로 삼으면 나도 너를 허울로 삼을 거야. 아무도 손해 볼 거 없잖아.”

이준혁이 그 어떤 부정도 하지 않자 원지민은 곧바로 기회를 틈타 멋대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그럼 그렇게 하자. 네가 내 부탁 하나 들어주는 거로 퉁치자고. 공개 안 해도 돼. 그냥 각자 부모님한테만 말하는 거로 하자.”

말을 마치고 그녀는 도시락을 들고 두어 번 흔들어 보이며 한마디 거들었다.

“이건 내가 가서 먹고 보여줄게.”

사무실을 나서자 원지민의 얼굴에 어려 있던 순진함도 일순간에 깨끗하게 사라졌다.

이렇게 몇 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이준혁이 그녀를 남자로 여기며 친구로 지냈던 시간이다. 그때야말로 그들이 가장 가까이 의지했을 때니까.

원지민이 여자라는 것을 의식하게 된 후, 이준혁은 즉시 그녀를 멀리했다.

결국, 원지민은 상심을 품고 유학을 떠났지만 돌고 돌아보니 그녀는 여전히 그를 놓아줄 수 없었다.

그를 갖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켜졌고 편집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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