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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문고리를 잡은 그의 기다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얼굴에 차디찬 서리가 끼었다.

그러다 결국 손을 놓고 돌아서 자리를 떴다.

방 안.

문현미는 설득해 보려 했지만 어떻게 입을 떼야 할지 몰랐다.

화해를 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아들이 돌이킬 수 없이 막 나와 버렸으니.

거기에 임세희까지 덤비고 있으니 윤혜인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이 갔다.

“혜인아, 네가 속상한 걸 알고 있어. 할아버지만 아니면 나도 허락했을 거야. 한 달만 더 참아줄 수 있겠니? 할아버지는 막 약을 바꾸고 있는 단계라 차질이 생기면 안 돼.”

“네. 고마워요. 어머님.”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제가 먹을 것 좀 가져오라고 할게요.”

문을 열고 나온 윤혜인은 도우미를 찾았고 문현미에게 식사를 올리라고 했다.

그녀는 여기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또 문현미가 걱정되어 하는 수 없이 함께 돌아가기로 했다.

생각에 잠겨 걷고 있던 그녀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고 하마터면 부딪힐 뻔했다.

“조심해요!”

누군가가 윤혜인의 팔을 휙- 잡아당겼다. 그렇게 다행히 기둥에 머리를 박지 않았다.

인사하려고 한발 물러서 고개를 드는 순간 그녀는 멈칫했다.

“구운 선배? 여기는 어떻게?”

“아버지 심부름하러 왔어.”

한구운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다정함에는 걱정이 담겨있었다.

“뭘 생각하느라 기둥을 못 봐?”

윤혜인은 시선을 내리깔고 대답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고마워요. 선배...”

“고맙긴...”

한구운은 손을 뻗어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멈칫하던 윤혜인은 무의식적으로 피했다.

그녀의 행동에 한구운의 손이 경직되었다.

그는 재빨리 사과했다.

“미안, 너를 보면 동생이 생각나서... 그 애도 너처럼 귀여웠거든.”

한구운의 말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상대는 그저 동생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자신이 과민 반응했다.

이준혁에게 너무 많이 물든 것 같다.

선배가 어떻게 자신을 좋아한단 말인가?

그녀는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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