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행렬은 일정한 속도로 공항까지 이동했다. VIP 전용 통로를 통과하여, 공항 지상직원의 안내로 직접 계류장으로 들어갔다.이윽고 김나희가 벤틀리에서 내렸다. 이진기 소유 벤틀리는 이진기 본인 외에는 김나희만 사용할 수 있으며, 진희 계열에서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이 차를 타고 나갈 수는 없다. 예외는 이진기의 개인 보디가드인 유군, 그리고 유군이 김나희를 태우고 다닐 때 뿐이었다.“형수님, 10분 후면 도착합니다.”유군이 운전석에서 내려 김나희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김나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랜만에 보겠네. 야윈 건 아닌지 모르겠네.”그러자 유군이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 걱정 마세요. 진기 형도 자신을 잘 돌볼 거예요.”“또 말이야.”김나희는 유군을 흘겨보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진기는 일단 바쁘게 되면 절대 제시간에 밥을 먹지 않아. 내가 항상 곁에 있을 수 없고, 유군 너가 진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테니 너가 조금 더 신경 써주기를 바랬어. 그런데 너도 진기와 마찬가지네.”그러자 유군은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수님, 진기 형의 성격을 모르시나요? 진기 형이 일에 몰두할 때 누가 방해하고 싶겠어요? 저는 꾸중 듣고 싶지 않아요.”“그렇게 사나워?” 김나희는 웃으며 말했다.사실 김나희는 이진기를 매우 온화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이진기의 신분과 지위가 높아지고 재산과 권력이 커지면서, 주변에서 자주 농담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이 점점 이진기를 조심스럽게 대했다.이진기 뿐만 아니라 김나희 역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지니까.검은 색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들을 돌아보며 김나희는 한숨을 쉬었다. 김나희는 자신과 이진기가 이미 이렇게 높은 곳에 서 있게 되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하늘 가장자리
“하하.”이진기는 크게 웃었다.예전의 김나희도, 지금의 김나희도, 여전히 이진기가 알고 있던 김나희였다. 장난을 치면 발끈하는 건 여전했다.“왜, 우리도 이제 오랜 부부인데, 키스 한 번쯤 이야 뭐가 문제야.”이진기는 김나희의 손을 꼭 잡고 앞으로 걸어가며 탄식했다. “역시 고향 땅을 밟는 게 든든하다니까, 고향 공기는 달콤하고 마음까지 편안해!”유군이 두 사람이 회포를 다 푼 것 같자 흥분한 모습으로 다가와 이진기에게 말했다.“진기 형!”“유군.”이진기는 유군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이제부터 바빠질 거야, 준비됐어?”“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유군이 신이 나서 말했다.“말이 나와서 말인데.”김나희가 대화를 끼어들었다. “다음 주에 하루 시간 좀 내줘.”“무슨 일인데?” 이진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유군, 약혼한대.” 김나희가 웃으며 말했다.“원래 여자 쪽에서 날짜를 잡았는데, 유군이 너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절대 안 된다고, 다음 주까지 기다릴 거라고 그러더라.”이진기가 놀라며 말했다. “정말이야?”“유군, 내가 너 좀 쉬게 해줬더니 벌써 약혼자까지 생긴 거야? 좀 더 휴가를 줬다간 애까지 만들어 오겠는데?”유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은 나희 형수님과 제 누나가 주선해 준 건데, 그 여성분이 꽤 괜찮아 보여서 그냥 그렇게 결정했어요.”“이제 정리할 때가 됐네.”이진기가 벤틀리 쪽으로 걸어가며 물었다. “여자 쪽 가족은 어떤데? 그 여자 분은 뭐하고?”김나희가 말했다. “걱정 마, 가족 모두 괜찮은 사람들이니까. 여자애는 대학 졸업한 지 2년 됐고, 대학 4학년 때부터 진희에서 인턴을 시작했어. 지금은 인사 부서에서 면접 담당하는 담당자가 됐고, 집안도 모두 깨끗해. 그 애 아버지는 작은 도시 문화센터에서 중급 간부로 계시고 어머니는 선생님이야. 아, 그리고 남동생도 있어. 내가 다 만나봤는데 다 좋으신 분들이야.”이진기는 그제야 안심하며 말했다.“네가 그렇다면 나도 마음이 좀 놓이네
“우리 집으로 갈까, 아니면 회사로 갈까?” 김나희가 물었다.이진기가 말했다. “먼저 회사로 가자, 회사에 좀 전달해야 할 일이 있어.”유군은 지시를 받지 않았지만 이미 회사 방향으로 몰고 있었다.“앞으로 나를 태우러 올 때 이렇게 많이 데려오지 마. 차량 행렬이라니, 이미지만 나빠져.”이진기가 앞뒤로 세 대씩 늘어선 차량 행렬을 보며 갑자기 말했다.그러자 김나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네가 이런 걸 좋아하지 않는 건 알지만, 오늘은 반드시 해야 했어. 지금 너에 대한 소문이 너무 많아, 심지어 네가 도망갔다는 소리까지 있어. 더 심한 말도 있는데, 네가 이제 돌아왔으니, 이렇게 하지 않고 선 어떻게 여론을 잠재울래?”이진기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내가 도망갔다는 것보다 더한 건, 아마도 내가 죽었다는 소리겠지?”김나희는 주먹을 꽉 쥐고 화를 꾹 참으며 말했다. “이미 사람을 보내 조사하고 있어, 누가 그런 소리를 퍼뜨렸는지 반드시 찾아내서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이진기는 웃으며 김나희의 손을 토닥였다.“서두르지 마, 나무가 크면 클수록 바람도 센 법이야. 우린 지금 큰 나무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죽기를, 너가 넘어지기를 바라는지 너도 알 거야. 이런 소문과 루머는 막을 수 없어. 게다가, 한세븐 펀드의 상황이 실제로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 우리를 비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김나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도 난 가끔 이해할 수 없어, 네가 모두 앞에서 서서 M국 자본의 국내 시장 침투를 막아주고 있는데, 그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뒤에서 널 헐뜯고, 남의 불행을 즐기는 것 같잖아. 정말 난 너가 너무 안쓰러워.”“그건 어디 가나 그럴 거야. 어디에나 아첨꾼도 있고, 편협한 사람들도 있지. 결국 모든 건 이익 때문이야.”차량 행렬은 목적지를 향해 계속 달려갔다. 40분 후, 그들은 남림 센터 빌딩에 도착했다.이진기는 고층 빌딩을 바라보며 옆에 있는 김나희에게 물었다. “그런데, H시 금융
“그리고 이 일들이 끝나면, 우리 일주일 휴가 가자. 일과 생활의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니까. 그때가 되면 우리 아무 것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신나게 놀자.”“정말이야!?”김나희는 환하게 웃으며 깜짝 놀란 듯 물었다.“내가 언제 널 속인 적 있어?” 이진기가 웃으며 말했다.“좋아! 약속이야! 그럼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검색해봐야겠어. 그때 이런 저런 핑계를 대선 안 돼.”김나희가 흥분해서 말했다.“핑계대지 않을 게.”이진기가 웃으며 말했다.딩-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이진기와 김나희는 웃음을 그치고 카리스마를 발산하기 시작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가면 점점 더 붐비는 바쁜 사무 구역이 펼쳐졌다. 일반 직원들의 공용 사무실과 몇몇 중간 관리자들의 칸막이 사무실이 있었으며, 경영진은 별도의 전용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이 상황은 오늘날 진희 회사 인력이 점점 증가하는 현실을 부각시켰다. 또한 이곳은 이진기 사장의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이층조차 이러한 상태라면 다른 층의 사무실은 더욱 붐빌 것이다.“마지막에 왔을 때보다 직원이 훨씬 많아졌네.” 이진기가 놀라워했다.“진희가 발전하고 있어서 각 분야의 인재 수요가 많아. 복지도 좋아서, 직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 김나희가 설명했다.이진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보니까 정말 이전할 때가 된 것 같아.”“진기 대표님, 나희 대표님, 안녕하세요.”“진기 대표님, 나희 대표님,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이진기와 김나희가 지나간 곳마다, 직원들은 길 양쪽에서 공손하게 인사했다.김나희는 대부분 사람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지만, 이진기는 아는 사람이 몇몇 없어서 꽤 난처해했다.“네, 여러분도 안녕하세요.”하나하나 머리를 끄덕이며 응답하는 이진기는 웃으며 인사했다. 이진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바로 소동이 일었다. 특히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몇몇 젊은 여성들이 모여서 흥분과 설렘을 억누르며 말했다. “와, 저 분이 진기 대표님이야? 입사 후 처음으로 대표님을 봤
“존 마이크를 불러들이자. 이 노인네 분명 할 말이 한가득일 거야. 먼저 푸념 좀 늘어 눟게 해, 외국 어르신을 숨 막혀 죽게 놔두면 안 되니까.” 이진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러자 김나희가 웃으며 말했다. “분명히 벌써부터 견디지 못하고 있을 거야. 지금 바로 불러들 일게.”김나희가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들어오세요.”컴퓨터 화면에 쌓인 업무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진기가 무력하게 대답했다.이진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화가 난 듯한 한 존 마이크가 사무실 문을 차고 들어왔다. 키는 작지만 지금은 분노와 약간의 원망이 섞인 표정을 짓고 있는 존 마이크를 보며 이진기는 다소 미안한 마음을 갖고 말했다. “우리 수석 운영자님, 왜 그런 표정을 지으시나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시네요?”그러자 존 마이크가 얼굴을 굳히며 이진기의 책상 앞에 섰다. “진기 사장님, 저는 나이가 들어 현재의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러니 제 사표를 받아주십시오.”그러나 이진기는 빈손인 존 마이크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사표요? 존 마이크 씨 같은 고위 임원이 사표를 내는 건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복잡합니다. 적어도 사표를 보여주셔야 하지 않겠어요?”존 마이크가 화를 내며 말했다. “좋아요, 지금 바로 돌아가서 사표를 쓰겠습니다.”그렇게 말하고 존 마이크는 곧장 돌아서려고 했다.“잠깐만요.”이진기가 서둘러 존 마이크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웃픈 목소리로 말했다. “존 마이크 씨, 고혈압 있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격분하지 마세요. 건강에 해롭답니다. 그러니 그쯤에서 그만하시고,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빨리 하세요. 사표 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 마시고요. 존 마이크 씨도 알다시피, 저와 나희는 존 마이크 씨 없이는 못 살아요.”이 말은 이진기가 전혀 과장 없이 존 마이크를 평가한 것이었다.존 마이크의 풍부한 관리 및 운영 경험은 이진기가 모르는 사이 많은 일을 해결해주었다.진희 회사가 발전하는 속도가 아무리 빠르더
이진기의 말에 존 마이크는 조금 당황했다.“독립적이라고요? 안 됩니다, 그렇게는 안 돼요.”존 마이크의 말에 이진기가 놀라며 말했다. “왜죠?”존 마이크가 말했다.“지금 두 체제가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긴 하죠. 관리상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긴 하고요. 하지만 진희의 자원이 노키아 같은 대기업을 지탱하기에 부족하지 않겠습니다?”이진기가 웃으며 말했다.“그건 저도 이미 생각해본 문제입니다.”미래 수십 년간의 휴대폰 산업 발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진기는 사실 노키아의 미래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지금 이진기는 노키아의 사장이며, 전생의 구태를 버리고 AP회사의 길을 걷게만 한다면, 실패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을 존 마이크에게 직접 말할 수는 없었다.존 마이크는 이진기의 생각을 모른 채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진희가 세계로 발돋움하여 진정한 다국적 그룹이 되고자 한다면, 노키아를 포함시켜야만 합니다. 진희 자본을 모기업으로 하여 모든 산업을 지배하는 것, 이것이 다국적 집단의 필수적인 길이죠. 그리고 노키아가 진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전 세계에 걸친 상업적 명성이예요. 비즈니스 영역에서 노키아는 이미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기억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진희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희가 진정 국경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자 한다면, 가장 편리하고 빠른 방법은 노키아의 명성과 힘을 빌리는 겁니다.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노키아가 전 세계 수십 개국에 분포한 지사와 공장만 해도, 진희가 다른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자원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많은 인력, 물력, 재력을 절약할 수 있는지 아십니까? 하지만 진희 자체 자회사로 진희를 발전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존 마이크의 말에 이진기의 표정이 점차 진지해졌다. 이진기는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이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존 마이크는
“존 마이크를 이 자리에 앉히는 건 가장 불가능하지만 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어.”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이진기는 김나희에게 설명했다.“회사가 커지면 숲도 커지는 거야. 숲이 커지면 온갖 새가 다 있기 마련이지. 각 사업부의 책임자들도 말하지는 않지만, 누가 더 올라가고 싶지 않겠어? 특히 진희 모기업이 곧 개편될 거라는 소식이 나온 뒤로, 평소에 순진하게 굴던 직원 마저도 이 거대한 상업 제국의 2인자 자리를 탐낼 거야. 그래서 난 권력의 불균형과 내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이 자리를 일찍부터 내놓은 거야. 그러니 존 마이크에게 주는 게 최선의 선택이야.”김나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존 마이크가 능력도 충분하고 권위도 있는 사람이지.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존 마이크가 외국인이라는 거겠지?”이진기가 웃으며 말했다. “그 뿐만은 아니야. 존 마이크는 나이도 많고, 국적상으로도 제한되어 있어서 진희의 후계자로 키우기에는 불가능해. 이 점은 존 마이크도 잘 알고 있어.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존 마이크의 입장과 마음가짐이 가장 초연할 수밖에 없지.”김나희가 불만을 표하며 말했다. “너가 이제 몇 살인데, 왜 벌써 후계자를 생각하고 있는 거야.”이진기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 때문이 아니야. 진희를 개편하지 않아도 이 상황을 계속 유지하겠지. 하지만 집단화 개편이 이뤄지면, 나는 모기업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해. 사장 자리를 탐내는 사람은 더 많겠지. 사실 내 의도는 네가 그 사장 자리를 맡는 거였어.”이진기의 말을 듣고 김나희는 급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싫어. 지금 내 일도 벅차서 정신 없는데 사장 자리를 맡아라니.”“그러니까, 네가 사장을 맡는다면 재무 이사 자리는 반드시 내놓아야 해. 하지만 재무 이사 자리, 내가 보기에는 사장 자리보다 더 중요해. 내가 있는 한, 언제든지 사장을 교체할 수는 있지만, 재무 이사는 다르지. 재무 이사는 내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혹여나
유우성도 웃으며 이진기의 손을 꽉 잡고 흔들었다. “너 이 녀석, 이번에 나가서 꽤 큰일을 해냈던데.”“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네요. 그 고생을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해요.”이진기가 웃으며 대꾸했다.“좋아, 꽤 담대한 사람이었었네 이진기. 난 네가 좌절에 부딪혀 물러설까 봐 걱정했었는데, 이제 보니까 넌 싸울수록 용기를 얻는 사람이구나.” 유우성이 만족스럽게 말했다.“제 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지해주는데, 제가 물러설 이유가 없죠.” 이진기가 진지하게 말했다.“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놓인다.”유우성이 이진기를 거실로 안내했다. 이윽고 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말했다. “오늘은 임시 금지령의 마지막 날이야. 내일부터는 주식 시장이 다시 열릴 거야. 그래서 한세븐 펀드는 준비를 했니?”“아뇨, 안했습니다.”이진기의 대답에 유우성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러자 이진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우성 비서님,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입 발린 말은 그만 둡시다. 그래서 말인데 하나만 묻죠. 만약 우성 비서님이 제 위치에 있다면, 어떤 준비를 하겠습니까?”이 말에 유우성은 웃픈 표정을 지었다.“준비를 하려면 뭔가 있어야 준비하지.”이진기가 양손을 펼치며 말했다. “그런데 지금 제겐 돈도 없고, 권력도 없어요. 그런 저에게 무엇을 준비하라는 겁니까.”그러자 유우성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필요하면 그냥 말해. 왜 돌려 말하고 있는 거야.”이진기는 그제서야 헤헤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좋은 핑계와 이유를 만들어야죠.”유우성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는 정말로 네 요구를 충족시키러 온 거야. 하지만, 너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우리도 어쩔 수 없어. 우린 양쪽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해.”“좋습니다, 그럼 1조…”이진기의 담백한 대답에 유우성이 잠시 멈칫했다.“달러.”이진기가 이어서 뱉어낸 두 글자에 유우성이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