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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서경아는 붉게 달아오른 뺨을 감싸 쥐었다. 하지만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여전히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눈앞의 요염하기 그지없는 여자를 본 서경아는 이내 냉정한 말투로 말했다. "작은어머니, 할아버지가 정한 혼약을 전 반드시 지킬 거예요!"

"한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작은어머니가 저보다 더 잘 아시겠죠. 전 절대로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서경아는 울지도, 그렇다고 크게 소란을 부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어쩌면 그건 계모가 때리고 욕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15살에 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서경아는 이런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

서경아의 계모는 서경아가 이토록 고집스러운 것을 보자 분에 가득 찬 얼굴을 하더니 다시금 손을 뻗었다.

오늘 저 망할 것을 단단히 혼쭐을 낼 심산이었다. 그러고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지 두고 보라지!

그렇게 손을 뻗은 그녀는 불현듯 팔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거대한 펜치 같은 손이 그녀의 손목을 꽉 잡은 채 억지로 그 손을 아래로 눌러버렸다.

"누가 당신에게 경아를 때릴 자격을 줬습니까?" 진루안은 언뜻 살기가 드러난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계모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분노를 번뜩이며 진루안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개자식이, 어디서 능청을 떨어? 이건 우리 서씨 가문의 일이야. 얼른 썩 꺼지지 못해?"

"네까짓 게 우리 서씨 집안의 일에 끼어들려고 하다니? 얼른 꺼져버려!" 계모는 버둥대며 진루안의 팔을 뿌리치려했다.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랐지만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이를 악문 채 오른손을 들어 진루안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이 개자식!"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루안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그녀는 오늘 반드시 이 개자식에게 본때를 보여줘, 자신에게 밉보이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 작정이었다.

서경아의 안색이 순간 돌변했다. 막 다가가 말리려는데 진루안이 계모의 오른손을 덥석 잡아당기더니 곧바로 세게 뺨을 내리치는 것이 보였다.

쨕하는 소리가, 계모의 얼굴에서 울렸다.

천천히 손을 내린 진루안은 시린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날 때리려고? 난 그런 거 안 봐줘!"

"당신이 만약 경아의 친모였다면 날 때리는 거, 기꺼이 맞아드렸을 겁니다."

"하지만 고작 계모 주제에, 어딜 감히?" 그렇게 말한 진루안의 말투가 다시금 바뀌더니 말을 이었다. "경아의 일은, 이제부터는 제 일입니다. 왜냐하면 전 어르신이 정한 경아의 약혼자니까요!"

"이전까지는 당신이 경아를 괴롭힐 수 있었는지 몰라도, 내가 온 뒤로는 감히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가는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꺼지세요!"

진루안의 분노에 찬 외침에 계모는 놀라 연신 뒤로 몇 걸음 물러서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내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르더니 체면을 완전히 저버린 채 엉엉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여기 사람 잡네. 서경아, 너는 이렇게 내가 괴롭힘당하는 걸 구경만 할 거니? 엉엉, 못 살겠다, 못 살겠어!"

"작은어머니, 이곳은 할아버지 영당이에요. 적당히 하세요!" 서경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여자를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애먼 트집을 잡는 것, 그것도 저 여자가 가장 잘하는 짓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그 현명한 아버지가 저 여자에게 혼이 쏙 빠지게 홀릴 리가 없었다.

"개 같은 년, 너 딱 기다려. 오늘 이 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이곳에서 더 소란을 피워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아챈 여자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난 뒤 이를 악물며 서경아를 향해 독한 말을 내뱉었다.

그런 뒤 그녀는 이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진루안을 쳐다봤다. "개자식, 재주 좀 부릴 줄 안다고 네가 세상에서 제일 잘 난 줄 알아? 이 세상은 결국엔 돈과 권력이 전부야. 너 죽었어, 딱 기다려!"

휙 하고 등을 돌려 떠난 여자는 걸음을 옮기며 목에 하고 있던 진주 목걸이를 잡아당겨 뜯어낸 뒤,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진루안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저 목걸이의 브랜드를 알고 있었다. 그 목걸이는 해외 유명 브랜드로 2억이 넘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저 여자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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