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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그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경호원들이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노인을 밖으로 내던졌다.

김인우는 이 사람이 최명길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그저께 유남준은 해외로 도피한 박 씨네 모자를 찾아냈고 박민정이 시집갈 사람이 연지석이 아닌 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사람을 시켜 이 노인을 납치했다.

하지만 하루 내내 이 노인을 협박해도 박민정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유남준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박민정과 결혼할 거예요?”

노인은 온몸에 상처를 안고 황급히 절을 했다.

“아니요, 아니요. 두 번 다시 그러지 않겠습니다...”

경호원들이 노인을 끌고 나갔고 그 뒤는... 굳이 보지 않아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보였다.

유남준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희로애락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김인우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아까는 박민정을 감싼 거야?”

김인우는 순간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내 생각에 굳이 민정이를 겨냥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그 말에 유남준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꽉 움켜쥐었고 순간 손등의 핏줄이 선명히 보였다.

“민정이가 먼저 시작한 거야.”

유남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인우야, 너는 민정이가 정말 죽었다고 생각해? 욕 많이 먹을수록 오래 산다는 말 못 들었어? 민정이는 절대 죽지 않았어!”

사실 유남준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자 유남준은 고개를 들어 시간을 한 번 힐끗 보더니 김인우만 그곳에 남기고 혼자 퇴근해 버렸다.

텅 빈 사무실에서 김인우는 손에 있는 옥패를 꽉 움켜쥐었고 얼마나 힘을 세게 주었는지 손바닥에 피가 날 정도였다.

밖으로 나온 그는 길에 쓰러진 채 가까스로 숨을 쉬고 있는 최명길을 보고 옆 비서에게 한마디 했다.

“데려가.”

두원 별장.

고요한 집안에서 거실 구석에 있는 빨간색 상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유남준은 제시간에 집에 돌아와 박민정이 자주 앉던 소파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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