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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전담 비서 서다희는 이들의 대화를 듣고 바로 제지했다.

오지랖이 넓은 비서여서가 아니라 눈치가 빠르기 때문이었다.

요즘 유남준은 일 말고도 박민정을 찾고 연지석의 회사를 제압하는 데 힘쓰고 있었다. 이 모든 일련의 행동들로 서다희는 유남준이 박민정을 싫어하는 게 아님을 알았다.

시간은 계속 흘렀지만 유남준은 박민정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눈이 펑펑 내리는 섣달 그믐날 밤, 예전의 박민정이라면 분명 유남준과 같이 본가로 내려가 그의 가족과 함께 섣달 그믐날을 보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유남준이 혼자 본가로 돌아갔다.

박민정이 금방 떠났을 때 그의 웃고 떠들던 모습과 달리 지금은 혼자 앉아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점점 차가워졌고 주위만 가면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느낌에 도저히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는 본가에 갔다가 얼마 있지 않고 다시 두원 별장으로 돌아왔다.

두원 별장 밖에도 어느새 새하얀 눈이 가득 쌓여 온 세상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남준은 왠지 뭔가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창가 앞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혼자 중얼거렸다.

“박민정, 내 눈앞에 나타나기만 해봐!”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고영란이 화려한 차림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남준아, 너 대체 왜 그래? 너 진짜 민정이가 죽은 이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유남준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는 여태껏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으니까!

그때 고영란은 그동안 참아왔던 말을 그에게 물었다.

“혹시 민정이를 진짜로 좋아하게 된 거야? 그런데 이제 곁에 없잖아...”

유남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좋아하면 안 돼요?”

고영란이 더 말을 하려 하자 유남준은 바로 그녀를 내쫓았다.

그녀가 떠나자마자 유남준은 거실에 혼자 앉아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분명 히터를 틀었음에도 유남준은 온몸이 차갑게 느껴졌고 입으로는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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