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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낮은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는 아들 모습이 영상 너머로 보였다. 박예찬과 똑같은 모습을 한 사내아이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박민정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

순간 박민정의 마음은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윤우야, 우리 아들.”

박윤우는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

“엄마, 어젯밤에 왜 나에게 전화 안 했어? 잘 자라고 얘기 안 했잖아.”

큰아들 박예찬이 잔소리가 많은 따뜻한 아들이라면 막내아들은 애교는 많지만 늘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딱 그 나이 또래에 맞는 정상적인 아이였다. 물론 이것은 박민정 자신의 판단일뿐이다.

“미안해, 엄마가 까먹었어. 우리 윤우 화내지 마.”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한 윤우가 백혈병 진단까지 받자 박민정은 윤우를 유달리 더 보살폈다.

박윤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응, 이번만 봐주는 거야. 다음에는 절대 안 돼.”

어린 아들의 애교에 박민정은 순간 마음속의 먹구름이 싹 걷히는 듯했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할머니랑 형은?”

그러자 윤우는 화난 척하며 대답했다.

“할머니와 형 물어볼 줄 알았다니까! 그럴 줄 알았으면 엄마에게 연락 안 했을 거야.”

순간 말문이 막힌 박민정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알았어, 엄마 안 물어볼게.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까 일찍 쉬어. 잘자.”

전화를 끊은 박윤우는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고 우울한 눈빛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쌍둥이 형 박예찬을 보며 말했다.

“엄마가 또 술 마셨어.”

동생의 말을 들은 박예찬은 노트북을 닫았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진주로 가서 엄마를 돌봐야 할 것 같아.”

“응.”

형의 말에 윤우는 눈을 꼭 감으며 대답했다. 자기 몸도 건강하다면 형과 같이 돌아가서 얄미운 아빠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두 녀석의 속셈을 모르고 있는 박민정은 세수한 후, 예찬이가 챙겨준 토끼 인형 두 마리를 안고 침대에 누웠다.

낯선 침대 때문인지, 아니면 오늘 유남준을 만난 것 때문인지 박민정은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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