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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사실이 눈앞에 뻔히 펼쳐져 있는데도 변명을 한다고요? 계속 그렇게 약속을 안 지키면 사람을 시켜 당신을 강제로 약속 지키게 할 수도 있어요!”

김승태는 기세등등한 얼굴로 무릎 꿇은 임찬혁을 당장이라도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인간쓰레기 같은 자식! 조금 전에는 이시진 선생의 치료를 방해하더니 지금은 유 대표님이 죽기 직전이라고 저주하다니! 너무 괘씸하네요!”

“지키지도 않을 약속을 왜 하는 거예요? 조금 전까지 도련님과 내기하기로 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당신이 약속한 걸 옆에서 똑똑히 본 증인이에요!”

“이런 쓰레기 같은 놈과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그냥 손발을 부러뜨리고 내던져 버리면 그만이죠!”

주위 사람들이 임찬혁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유효진은 분명 깨어났는데 죽기 직전이라고 하니 사람을 속여도 유분수지!

심지어 옆에 있는 유설진마저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전까지 이시진의 의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임찬혁을 그저 무식한 인간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가 이미 깨어난 상황에 이렇게 말하는 것은 이 인간의 심보가 나쁘다는 것을 설명한다.

임찬혁이 움직이려 하지 않자 김승태는 눈에 불을 켜고 매섭게 노려보더니 경비원을 보며 말했다.

“저 인간 머리를 조아려 내 가랑이 밑으로 지나가게 하세요.”

하지만 바로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웩!”

막 정신을 차렸던 유효진이 갑자기 고통스러운 얼굴로 피를 토하며 다시 쓰러졌다.

모두들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전까지 환희로 가득했던 병실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큰일 났어요! 유 대표의 호흡이 멈췄어요!”

“맥박도 안 잡혀요!”

“혈압도 측정이 안 돼요! 동공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옆에 가만히 서 있던 김승태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방금 치료를 받아서 좋아졌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

진짜 이 시골 촌뜨기 같은 녀석의 말이 맞는 건가?

“엄마, 엄마 연우 떠나면 안 돼...”

연우는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리며 유효진의 팔을 잡고 흔들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시진 선생,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어서 우리 언니를 살려주세요!”

유설진도 깜짝 놀랐다.

“죄송합니다, 저도 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후사를 준비할 수밖에... 유 대표님은... 사망했습니다.”

이시진은 다시 한번 검사를 하더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고 안색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믿기지 않지만 유효진은 확실히 구제 불능인 상태가 되었다.

이번의 실수로 이시진 또한 그동안 쌓았던 명성을 잃게 될 것이다.

“유 대표님은 아직 가망이 있습니다!”

임찬혁이 갑자기 병상으로 달려가더니 순식간에 유효진 몸에 있는 은침을 모두 제거했다.

“산송장! 죽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 오늘 제가 진정한 귀문십삼침이 무엇인지 보여 드리지요!”

슥슥슥!

임찬혁은 빠른 손놀림으로 은침을 꽂기 시작했고 그 은침들은 마치 그의 손에서 생명의 활기를 불어넣은 것처럼 하나하나 모두 눈이 달린 듯 유효진의 각 혈에 끊임없이 꽂혔다.

순간 모두 깜짝 놀랐다! 이미 죽은 사람에게 임찬혁이 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만해, 이건 시체를 모욕하는 거야!”

“경비, 빨리 저 사람을 막으세요!”

옆에 있던 김승태가 호통을 쳤다.

“다 꼼짝 마!”

유설진은 김승태를 멈춰 세웠고 그녀의 눈에는 순간 희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계속 치료하세요!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질 테니!”

이시진도 속수무책인 상황에 임찬혁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다들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고 이시진도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임찬혁의 처음 몇 개 침은 이시진이 놓은 곳과 똑같았다.

하지만 그 뒤의 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꽂혔다!

이것은 정말 의술의 진리를 위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것이다!

그의 의료행위의 기본 관념은 완전히 뒤바뀌어져 있었고 사람 자체도 어수선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임찬혁의 치료가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 임찬혁의 말대로 이시진 선생의 귀문십삼침이 가짜였단 말인가?

“열세 번째 침은 바로 기사회생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찬혁은 마지막 침을 다 놓았고 손을 내리더니 맨손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콜록콜록!”

방금 ‘죽었던' 유효진이 기침을 두 번을 하더니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아름답지만 창백했던 안색도 점점 빨갛게 홍조를 띠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그녀의 몸에 연결된 각종 기계 장비들의 수치를 보더니 충격에 휩싸인 듯 눈알은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유효진의 심박수가 정상으로 돌아왔고 혈압도 정상 수치로 되었으며 맥박이 다시 건강한 사람처럼 뛰기 시작했다.

이 여러 가지 일련의 현상은 사람들에게 딱 한 가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눈앞의 사람은 모든 지표가 정상인 건강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 전까지도 사망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었다.

기사회생!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회생이다!

순간 임찬혁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이 변했고 그 누구도 더 이상 그를 경시하거나 경멸하지 못했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제 충격과 놀라움뿐이었다.

정말 인간 세상을 놀래킬 기적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신의입니다. 나 같은 사람은 당신 앞에서 감히 어깨도 못 펴겠네요. 당신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어요. 제가 스승으로 모시는 값으로 20억을 드릴게요. 괜찮으실까요?”

이시진은 임찬혁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인 채 그의 제자가 되고자 갈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이시진 선생이 스승을 모시다니!

게다가 그 스승이라는 사람은 아직 20대 젊은이다.

이 일이 일단 외부로 알려지면 반드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제자로 받고 싶지 않아요.”

임찬혁은 유효진의 몸에 놓은 은침을 하나씩 빼며 담담한 표정으로 거절했다.

“그러면 시간이 날 때 의술을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이시진은 그의 거절에도 단념할 생각이 없는 듯 애원하는 눈빛으로 임찬혁을 바라봤다.

“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

임찬혁은 짜증스러운 듯한 얼굴로 손을 내흔들었다.

“알겠어요, 나중에 시간 되실 때 제가 꼭 후한 선물을 준비해서 찾아뵙겠습니다.”

이시진은 더 이상 매달릴 엄두가 나지 않아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는 눈치껏 자리에서 빠졌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 있는 김승태는 쉽게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듯하다.

그는 임찬혁이 진짜로 유효진을 살릴 줄 몰랐다.

‘그럼 내기에서 진 사람이 나인가? 진짜 이 자식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한단 말인가?’

“자식, 이번에는 당신 운이 좋아서 저도 그냥 넘어갈게요. 하지만 앞으로는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잠시 생각한 김승태는 재빨리 이곳을 도망칠 준비를 했다.

“거기 서!”

임찬혁이 도망가려는 그를 멈춰 세웠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우리가 한 내기가 있지 않아요?”

“그래요? 저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순간 김승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의 말을 부인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데 잡아떼고 있는 거예요?”

임찬혁은 차가운 말투로 김승태에게 한발 다가서며 물었다.

인제 와서 엉덩이 툭툭 털고 가려고? 어림도 없지!

김승태의 증인이 되겠다고 외치던 의료진 또한 단체로 벙어리가 된 듯했다.

임찬혁이 아무리 의술이 좋아도 세력으로 따지면 절대 김승태와 견줄 수 없다.

따라서 의료진들도 당연히 임찬혁 편에 서서 김씨 집안의 미움을 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주위 상황을 파악한 김승태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당신! 의술을 좀 안다고 콧대만 잔뜩 높아졌네요. 나에게 당신은 한낱 땅개미에 불과해요. 내기에서 진 게 뭐 어때서요? 여기에 당신의 말을 증언할 사람이 있나요? 내가 이기면 당신은 당연히 머리를 조아리고 내 가랑이 밑을 지나가야 하지만 당신이 이겼다고 내가 그렇게 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은 그저 두 눈 멀뚱멀뚱 지켜보고만 있으면 돼요! 이게 바로 권력이라는 거예요. 알겠어요?”

김승태는 권력이 주는 우월감을 만끽하며 득의양양한 얼굴로 돌아섰다!

“도망가려고요? 그렇게 할 수는 없죠!”

임찬혁은 김승태의 멱살을 잡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퍽!

그러고는 곧바로 김승태의 얼굴에 발을 올려 짓밟기 시작했다.

“당신이 누구든 내 앞에서 발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따위는 버려요!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

얼마 지나지 않아 김승태의 얼굴이 바닥에 긁혀 피부가 빨갛게 되었다.

“야! 이 깡패 같은 자식! 이 발 떼지 못해? 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김승태는 입으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가 몸부림칠수록 임찬혁은 더욱 힘을 주어 그의 얼굴을 짓밟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얼굴은 전부 피범벅이 되었다.

“그래! 약속 지킬게! 말한 대로 한다고!”

잠깐 머릿속에서 저울질하던 김승태는 패배를 인정했다.

사나이는 시시콜콜한 일에 시비를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임찬혁은 미친놈이다. 더 이상 버티다가는 이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진작 이렇게 나오면 좀 좋아? 굳이 한 대 맞아야 말을 듣네? 머리가 잘 안 돌아가?”

임찬혁은 발을 떼고 문 앞을 가로막았다.

“그래. 어디 고개 한 번 조아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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