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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용호파?

순간 임찬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청룡이 조금 전에 용호파는 대용문파에 포함되는 작은 파벌이라고 했다. 그래서 필요하면 그 파벌 수장에게 지시하라고 했는데 김승태가 용호파의 사람을 알고 있다고?

“외삼촌이 용호파의 누군데? 용호파가 대단한 파벌이야?”

임찬혁도 용호파가 경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멍청한 자식! 용호파는 경주에서 가장 큰 지하세력이야. 파벌 수장인 양운호는 경주 지하세력의 왕이나 다름없어! 우리 외삼촌 김병훈은 운호 어르신의 오른팔이야!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절을 해서 내 신발 밑창을 핥아. 그러면 한 번쯤은 봐줄 수 있어! 참, 그리고 효진 씨는 내 여자야! 네가 의술 좀 할 줄 안다고 내 여자와 가까이하려는 생각은 접어 둬!”

김승태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신 끝없이 횡포를 늘어놓았다.

그가 임찬혁을 이토록 원수처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효진 앞에서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임찬혁이 아무리 무사라 할지라도 용호파라는 든든한 ‘백’ 앞에서 다리가 후들거릴 거라 생각했다.

“너의 외삼촌이 양운호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나대? 양운호가 와도 내 눈치를 봐야 해.”

임찬혁은 하찮은 표정으로 김승태에게 말했다. 하지만 용호파가 경주에서 1위라는 것에는 꽤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주위 사람 모두 깜짝 놀란 얼굴로 임찬혁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 눈에 임찬혁은 멍청하다 못해 본인 분수도 모르는 인간이었다.

양운호가 와도 네 눈치를 봐야 한다고?

이 말을 만약 용호파 사람들이 듣게 된다면 임찬혁은 바로 길거리에서 능지처참 당할 것이다. 임찬혁은 진짜 처참한 죽음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는 듯했다.

김승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었다. 용호파가 경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까지 전부 말했는데 임찬혁은 전혀 무릎 꿇고 용서 빌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귀가 어떻게 됐어? 운호 어르신은 경주 지하세력의 왕이라고! 그리고 우리 외삼촌이 운호 어르신의 오른팔이라는 말이 안 들려? 내가 너더러 당장 무릎 꿇고 고개 숙여 내 신발 밑창을 핥으라고 명령하잖아! 안 그러면 네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물고기 먹이로 줄 테니!”

김승태가 다시 한번 으름장을 놓았다.

“그래? 어디 한 번 누가 누구의 팔다리를 부러뜨리는지 한 번 볼까?”

임찬혁은 차가운 얼굴로 발을 들어 김승태의 허벅지를 세게 찼다.

드득!

임찬혁의 발길질 한 번에 김승태의 허벅지 뼈가 부러졌다.

드득!

그리고 또 몇 번의 발길질에 김승태 온몸의 뼈가 부러졌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지금 이 순간, 김승태의 몰골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아악!”

김승태는 돼지를 잡는 듯한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바닥을 뒹굴었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처참한 광경이었고 꿈에라도 나올까 두려울 정도였다.

“왜? 방금 엄청나게 날뛰더니 왜 지금은 조용한데?”

임찬혁은 차가운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다.

“너... 대체 원하는 게 뭐야!”

김승태는 겁에 질린 채 더 이상 나댈 엄두가 없었다.

“나는 엄청 공평한 사람이야. 네가 내 팔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했으니 나도 그렇게 한 것뿐이야.”

임찬혁은 눈을 게슴츠레 뜨며 물었다.

“참, 조금 전에 나를 물고기 먹이로 준다고 했었나?”

“그... 그건 농담이야!”

김승태는 그 말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만에 하나 강물에 던져져 물고기에게 먹히기라도 하면 외삼촌이 아무리 임찬혁을 죽인다 해도 자신이 이 세상에 없기에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내가 잘 못 했어! 다 내 탓이야. 진짜 미안해. 오늘 일은 없었던 거로 해줘. 나 같은 인간 따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부탁이야. 응?”

김승태는 개처럼 무릎 꿇은 채 임찬혁에게 손이야 발이야 빌었고 사람들은 그 모습에 너무 깜짝 놀라 입만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그동안 이런 부잣집 자제들은 거만한 자세로 남을 괴롭히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김승태가 이렇게 찌질한 모습을 보이는 날도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임찬혁은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김승태를 이글이글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너를 혼쭐 내는 정도로 끝났지만 다음번에 같은 일이 발생하면 그때는 너의 목숨이 붙어있지 않을 거야. 알겠어?”

말을 마친 임찬혁은 천천히 돌아서서 가던 길을 갔다.

“이 병신들아, 빨리 나를 병원에 데려가!”

김승태는 임찬혁이 멀어지는 모습에 그제야 안도한 듯 바닥에 드러누운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경호원들은 김승태를 들것으로 옮겨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준비했다.

그리고 경호원들이 몇 발자국 가지 않았을 때 갑자기 김승태가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오늘 일, 누구든 감히 한 글자라도 입 밖에 내면 가족 전체를 죽여버릴 거야! 알겠어?”

그의 살기 어린 눈빛에 모두를 깜짝 놀라 아무 말도 못 했다.

김승태는 오늘의 일이 너무 창피해 혹시라도 외부에 소문나면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김승태는 치료가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외삼촌, 누가 저 때렸어요!”

“임찬혁이라고 하는 사람인데 운호 어르신조차 안중에 없었어요!”

“내 여자도 뺏고 제 팔다리까지 부러뜨렸어요. 저 대신 꼭 복수해 주셔야 합니다.”

...

호화로운 룸살롱 안.

“뭐라고?”

마흔이 넘은 김병훈은 순간 발끈하더니 품에 안겨 있는 섹시한 여자를 밀쳐냈다.

“감히 우리 김씨 가문을 괴롭혀? 그게 누구든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김병훈의 머릿속에 임찬혁은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곧 죽일 테니...

“죽이지 마세요!”

김승태의 얼굴에 순간 한 줄기의 잔인함이 스쳐 지나갔다.

“죽이지 말고 숨만 붙어 있게 해주세요. 내가 직접 천천히 괴롭히다가 죽일 테니까!”

...

전화를 끊은 김병훈이 부하들에게 임찬혁을 잡으라고 지시하려는 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양운호가 건 전화였다.

“운호 어르신!”

김병훈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대용문파의 신임 지존이 경주에 도착했으니 청룡 어르신께서 나더러 지존의 지시를 기다리라고 하셨어.”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위엄이 넘치는 남자의 목소리는 듣기만 해도 상위층 레벨에 오래 있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지존께서 나를 찾으시기 전에 내가 먼저 뵈러 갈 것이니 빨리 지존을 찾아야 해! 그리고 명심해, 지존께서는 거창한 것을 싫어하기에 모든 건 암암리에 은밀히 진행해야 해!”

양운호는 마음이 점점 흥분되는 듯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그는 경주 지하세력의 왕이라 불리지만 대용문파 앞에서는 한낱 민물고기 한 마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만약 지존의 인정을 받게 된다면 그때는 경주 지하세력의 왕으로만 남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만약 지존을 잘 못 건드린다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것이다.

“알겠어요, 운호 어르신!”

김병훈은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기에 임찬혁의 일은 일단 미뤄두기로 했다.

그는 대용문파의 지존이 바로 자신이 당장 죽이기 위해 찾으려는 임찬혁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 임찬혁은 집으로 돌아와 회춘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2인분의 약재를 샀고 하나는 어머니에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효진에게 줄 예정이었다.

어머니도 유효진과 비슷한 상황으로 모두 과로로 인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만 유효진이 관리를 잘했기 때문에 얼굴은 빨리 늙지 않았다.

회춘단은 이런 병을 치료하는 묘약으로 장기간 복용하면 젊음을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질도 남들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다.

몇 시간 후, 모락모락 김이 나는 회춘단이 드디어 가마에서 나왔고 때마침 양홍선도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찬혁아, 유 대표님은 좀 어때?”

양홍선은 임찬혁을 만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많이 좋아졌어요. 침은 이미 제가 놓았으니 이제 이 약만 먹으면 완쾌될 겁니다.”

임찬혁은 회춘단 하나를 양홍선에게 건네며 말했다.

“어머니, 이거 한 번 드셔보세요.”

그러자 양홍선은 손을 내저었다.

“유 대표의 약을 내가 왜 먹겠어. 빨리 유 대표에게 갖다 줘.”

“유 대표에게는 내일 갖다 줄 거예요.”

임찬혁은 계속 고집을 부리며 양홍선에게 말했다.

“원래 어머니와 유 대표 두 사람에게 드리려고 만든 거예요. 이 약은 몸을 건강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주름도 없애고 젊음도 되찾아줘요.”

양홍선은 임찬혁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그런 신기한 약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임찬혁의 고집을 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한 알 먹었다.

약을 삼키자마자 목구멍부터 따뜻한 물줄기가 흐르는 듯하더니 천천히 위와 팔다리까지 퍼져나가며 그녀의 온몸을 따뜻하게 했다.

“맛있긴 한데 별다른 느낌은 없는데?”

양홍선은 회춘단이 임찬혁의 말처럼 그리 신기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엄마, 가서 거울 좀 보세요.”

잠시 후 임찬혁은 싱긋 웃으며 그녀를 향해 눈짓했다.

임찬혁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양홍선은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갔고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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