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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예! 알겠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공손한 남자의 대답 소리를 들은 후 유효진은 전화를 끊었다.

“언니, 모레가 신제품 발표회인데 몸은 괜찮겠어? 아니면 그냥 미룰까?”

유설진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아니, 이번 신제품 발표회는 나에게 매우 중요해. 이미 전국 각지의 미용 전문가들을 전부 초대했기 때문에 그 어떤 사고도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우리가 이번에 개발한 뷰티밤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비슷한 제품들보다 훨씬 효과가 좋아. 일단 출시되면 반드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거야!”

유효진은 창밖으로 보이는 화려한 도시 거리에 시선을 돌리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녀는 자신이 충분히 강해야만 연우에게 행복한 가정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때 병실 밖 복도 한쪽 끝에서 경호원들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거기에는 유효진의 팬인 사람도 있었고 사업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유효진에게 호감을 사고 싶어 했다.

“저는 하정연이고 이분은 정씨 집안 도련님입니다. 곧 유 대표님과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이에요. 같은 식구나 마찬가지니 우리를 들여보내 주세요.”

하정연과 정우명도 사람들 무리의 맨 앞에 서 있었다.

유신 뷰티 컴퍼니는 곧 신제품이 출시될 것이고 동시에 사업 파트너도 모집하고 있다. 이것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비즈니스 기회이다!

정우명은 인맥을 통해 유씨 가문과 작은 계약을 맺었다. 그래서 이번에 유효진이 아픈 것을 그들은 자신을 표현할 좋은 기회라 여겼다.

유효진의 호감을 사면 작은 계약이 큰 계약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 뭐요? 정... 뭐요? 들어본 적 없어요!”

경호원은 두 사람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들을 가로막으며 밀쳤다. 그러자 두 사람은 바닥에 볼품없이 내동댕이쳐 졌다.

“둘째 아가씨가 말하길 유 이사님은 지금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라 했어요!”

“다시 한번 덤벼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경호원이 그들에게 경고의 한마디를 했다.

하정연과 정우명, 두 사람은 주위 사람의 비웃는 시선을 느꼈는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때, 하정연이 눈을 흘기며 옆을 본 순간 낯익은 그림자가 그녀의 눈에 띄었다.

“임... 임찬혁?”

임찬혁은 성큼성큼 걸어서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하정연은 깜짝 놀랐고 마음속에서는 폭풍우를 동반한 거센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그녀와 정우명조차 유효진을 만날 자격이 없는데 임찬혁이 무슨 이유로 병실까지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쓸모없는 폐물 같으니라고!”

정우명도 임찬혁을 보고는 시큰둥한 얼굴을 했다.

“저 자식 아마 간호사 지원하러 왔다가 쫓겨난 것 같아. 이런 쓸모없는 인간이 어떻게 유 대표를 알겠어.”

“걱정하지 마세요. 유 대표님을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이미 도장 찍은 계약서는 어떻게 하지 못할 거예요. 임찬혁은 그저 평생 땅을 기어 다니는 개미만도 못한 인간이에요!”

하정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바로 임찬혁의 허름한 패션은 절대 유효진과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곧 유효진과 함께 일하게 될 것이고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래서 임찬혁과 본인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병원을 나온 임찬혁은 택시를 잡아타고 곧장 흥당 약재 시장으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은 경주에서 가장 큰 약재 시장으로 많은 약재를 바로 살 수 있었다.

일부 약재 수집가들은 약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노점상을 열기도 했으며 그곳에서는 가끔 매우 귀중한 야생 약재도 볼 수 있었다.

임찬혁은 약재 시장을 한 바퀴 돌더니 필요한 약재를 금세 다 샀다.

그는 경맥을 회복할 수 있는 약재를 구하기 위해 노점상까지 한 바퀴 돌았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노점상에 귀중한 약재가 몇 개 있긴 했지만 전부 그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아니었다.

그때 마침 청룡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임찬혁은 그가 약재를 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을 안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지존님, 북유럽 쪽에 최근 지존님께서 필요로 하는 천년 현구삼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가보려 합니다.”

청룡은 매우 예의 바른 어조로 계속 말을 이었다.

“경주 용호파는 대용문파의 작은 파벌입니다. 파벌 수장인 양운호에게 말을 해 놓았으니 혹시라도 제가 없는 동안 요청하실 일이 있으면 그에게 지시하시면 됩니다.”

“네, 알겠어요. 수고하세요.”

청룡의 일 처리 효율에 대해 임찬혁은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은 후, 그는 바로 돌아가서 약을 만들려고 했다.

“자식, 어디 가!”

그때, 갑자기 쇠파이프를 든 남자들이 달려 나오더니 흉악한 얼굴로 그를 에워쌌다.

그 무리의 제일 앞에 있는 사람은 바로 임찬혁과 맞서 체면이 깎였던 김승태였다.

“자식, 이렇게 빨리 복수할 줄 몰랐지? 방금 병원에서는 내가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네가 나댈 기회를 준 것 같은데 더 이상 그럴 일 없을 거야! 당장 무릎 꿇고 고개 조아리며 용서를 빌어!”

임찬혁의 발에 짓밟혔던 김승태의 얼굴은 붕대를 감고 있었고 눈에는 살기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20여 명의 업계 최고의 명수인 경호원들만 거느리고 온 김승태는 오늘 반드시 임찬혁에게 복수하리라 굳게 다짐했다.

“왜, 아직도 몸이 근질거리나 봐?”

김승태 같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임찬혁이 물었다.

“힘 좀 있다고 감히 내 앞에서 함부로 나대지 마!”

김승태는 화가 잔뜩 치밀어 오른 얼굴로 물었다!

“내가 데려온 이 사람들은 피를 보기 전까지 절대 너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이 사람들에게 물어봐! 지금까지 싸워서 피 안 본 사람이 있나 없나? 계속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으면 너의 손발을 부러뜨려 버리겠어!”

김승태는 우선 먼저 위협적인 말들로 임찬혁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한 후 천천히 그를 괴롭힐 계획이었다.

“손발을 부러뜨려? 좋은 생각이네. 너 계속 거기 서서 안 꺼지면 너의 손발을 부러뜨려 줄게!”

임찬혁은 차가운 얼굴로 한마디 했다.

주변에는 점차 더 많은 구경꾼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다들 임찬혁의 건방진 태도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승태를 화나게 한 것도 모자라 감히 그에게 망언을? 주위 사람들의 눈에 임찬혁은 죽지 못해 환장한 것과 다름없었다.

“덤벼! 가서 저 자식을 죽여버려!

임찬혁의 거만함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김승태는 바로 팔을 들어 손짓했고 그러자 그의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은 사냥개처럼 임찬혁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퍽!

임찬혁은 손을 뻗어 그들의 쇠파이프를 낚아챘다.

탕탕탕!

임찬혁의 손에 들어간 쇠파이프는 마치 생명이라도 부여된 듯 그의 손에 자유자재로 휘둘렸다.

단지 쇠파이프가 몇 번 부딪치는 소리만 들렸을 뿐인데 경호원들의 손에 있는 쇠파이프는 모두 날아갔고 그들의 입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퍽퍽퍽!

이어 또 한바탕의 소란이 벌어진 뒤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김승태가 데리고 온 20여 명의 경호원은 전부 쓰러졌다.

그중 어떤 사람은 팔이 부러졌고 어떤 사람은 다리가, 또 어떤 사람은 겨우 일어설 수 있었지만 무서워서 바닥에 엎드린 채 죽은 척하고 있었다.

임찬혁의 주먹은 너무 위협적이어서 설사 다시 일어선다고 해도 몇 걸음 떼지 못하고 다시 쓰러져 버릴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죽은 척하는 게 낫다 싶어 그들은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김승태는 어안이 벙벙했고 화가 난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가 데려온 20여 명의 주먹을 좀 쓴다는 용맹한 경호원들이 이렇게 쉽게 쓰러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김승태는 임찬혁을 만나러 오기 전, 이번만큼 반드시 설욕을 풀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펼쳐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김승태는 임찬혁에게 졌다.

“이 쓸모없는 놈들을 데리고 감히 나서서 위세를 부린 거야?”

임찬혁이 김승태 앞으로 걸어갔다.

땡그랑!

아기의 팔뚝만 한 단단한 쇠파이프는 임찬혁의 손에 주물려 쇠구슬이 된 채 바닥에 떨어졌다.

털썩!

이 상황을 지켜보던 김승태는 깜짝 놀라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주위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잘못 본 건 아닌지 자기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쇠파이프를 맨손으로 주물러 쇠 구슬을 만들다니! 이게 과연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일까?

“당신... 당신 설마 무사야?”

김승태는 온몸을 덜덜 떨며 물었다.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쇠를 주물러 구슬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무사만이 할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아. 당신이 지금 고민해야 하는 건 내가 당신의 팔을 먼저 부러뜨릴지 아니면 다리를 분질러 버릴 지겠지?”

임찬혁의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방금 김승태는 임찬혁의 팔다리를 부러뜨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임찬혁은 그 말을 그대로 갚아 주고 있다.

“흥! 네가 감히 내 팔다리를 부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해?”

김승태는 이를 악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외삼촌도 용호파에 있는 무사야! 네가 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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