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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김승태는 어금니가 깨질 정도로 볼을 꽉 깨물었다.

항상 당당하던 김씨 집안 도련님이 어디를 가나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존경받던 그가 이 순간 거지꼴을 하고 있는 시골 촌뜨기에게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니!

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신 유효진 앞에서!

하지만 임찬혁의 기세에 김승태는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어야 했다.

퍽퍽퍽!

세 번 절을 한 김승태는 허리를 숙여 임찬혁의 가랑이 밑을 기어지나 갔다.

“지독한 자식, 어디 한 번 두고 봐!”

김승태는 모진 말을 내던지고 허겁지겁 자리를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그제야 조금 전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났다.

의젓한 김씨 도련님이 임찬혁에게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는 모습을 만약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곧이어 그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허겁지겁 병실을 떠났다.

임찬혁은 곧 엄청난 복수를 당할 것이 뻔하기에 이 사람과 빨리 선을 그어야 했다.

조금 전까지 사람으로 꽉 차 있던 병실에는 이제 임찬혁과 유설진, 유효진, 연우 이렇게 네 사람만 남았다.

유설진의 아름다운 눈에 순간 빛이 반짝였다.

사실 그녀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찬혁이 진짜로 언니를 살려줄 줄 몰랐고 그 실력 또한 이시진 선생보다 몇 수는 더 위에 있을 줄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

보통 사람들은 김승태 같은 부잣집 도련님을 보면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데 임찬혁은 그에게 무릎을 꿇리고 절까지 하게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용기 하나만은 절대 일반인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때 유효진도 침대에서 일어나 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어제 그녀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중에 갑자기 명치가 아팠고 저도 모르는 새에 바닥에 기절해 있었다.

물론 잠깐 깨어나긴 했지만 바로 피를 토하며 혼수상태에 빠졌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깨어났다.

“언니, 컨디션은 좀 어때요?”

유설진이 다가가 유효진을 다정히 부축하며 물었다.

“괜찮은데? 조금 있으면 퇴원해도 될 것 같아.”

침대에서 내려온 유효진은 임찬혁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 어제는 제가 찬혁 씨를 오해했어요.”

어제 임찬혁이 그녀가 아플 거라는 말에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접근하려고 일부러 헛소리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임찬혁의 말이 맞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죽음의 문턱에서 잡아주기까지 했다.

“유 대표님, 별말씀을요.”

임찬혁은 전혀 대수롭지 않은 듯한 얼굴로 대꾸했다.

“당신 같이 의술을 잘 아는 사람이 경비원으로 일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유효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내 인맥을 동원해 당신을 하버드 의대에 입학시켜 드릴게요. 그곳에서 당신은 몇 년 동안 체계적으로 의술을 공부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당신은 반드시 출세할 겁니다.”

유효진이 보기에 임찬혁은 오늘 운도 꽤 따라준 것 같았다.

감옥 같은 곳에서 기껏해야 처방전을 조금 배웠을 것이고 진정한 의술은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하버드 의대는 세계 최고의 의료 대학으로서 많은 사람이 입학을 꿈꾸며 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임찬혁이 몇 년만 그곳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의료업계의 고급 인재가 될 수 있다.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밖에 살지 못하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면 한평생 살 수 있다는 말처럼 이 방법이 직접 돈을 주는 것보다 훨씬 낫고 임찬혁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괜찮아요, 유 대표님. 저는 의사가 될 생각이 없어요”

임찬혁은 그녀의 말에 직접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대용문파의 자산을 모두 갖고 있는 그는 이미 충분히 남부러울 것 없다. 이런 상황에 더 출세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전 세계의 모든 의대를 합쳐도 사부님이 가르친 의술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임찬혁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자신의 경맥을 회복할 약재를 찾아 무술을 연마하는 것이다.

“이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 하지만 기회가 없어서 못 가는 건지 알아요? 진짜 안 갈 건가요?”

유효진은 그의 거절에 깜짝 놀랐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저는 필요할 때마다 병을 치료할 뿐이지 의대는 관심이 없어요.”

임찬혁이 또 한 번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유효진은 미간을 찌푸렸고 작고 예쁜 얼굴에 한 줄기의 실망이 스쳐 지나갔다.

이것은 자신의 미래가 고속도로를 달릴 좋은 기회이다. 만약 생명의 은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 이런 것까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거절한 임찬혁은 분명 앞을 내다볼 줄 모르고 진취적이지도 않은 사람일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절대 발전하지 못한다.

“그럼 저를 살려준 사례금으로 나중에 양씨 아주머니 계좌에 2억을 보내드릴게요.”

유효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고 임찬혁에게 더 이상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듯했다.

결국, 임찬혁은 이제 막 출소한 범죄자일 뿐이고 평생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외!”

유효진이 갑자기 말투가 확 변하더니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감옥에서 이제 금방 나왔으니 아무 사람에게나 억지 부리는 성격 좀 고치세요. 그러다가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양씨 아주머니는 어떡합니까?”

‘임찬혁 씨, 김승태의 미움을 사는 것은 절대 현명한 행동이 아니에요.’

김씨 집안의 재산만 몇백억이다. 임찬혁 같은 사회 밑바닥에 있는 평범한 사람이 아무리 도리를 따진다고 해도 절대 상대방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기 싸움을 해 봤자 본인만 손해이다.

“언니, 김승태가 내기한 거예요. 찬혁 씨의 행동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유설진은 임찬혁에게 찡긋 한 번 윙크하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김승태가 찬혁 씨 곤란하게 하면 내가 제일 먼저 나서 줄게요!”

“세상 살아가는데 옳고 그름보다 더 중요한 게 권력이자 실력이야.”

유효진은 유설진을 노려보면서 말을 이었다.

“오늘 한순간의 화풀이를 위해 김승태를 때렸다면 다음에는 김승태 뒤에 있는 더 윗사람에게까지 미움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유씨 집안이 이번 한 번은 방패막이가 될 수 있어도 평생 당신을 지켜줄 수는 없어요.”

“큰일이 아니면 최대한 참으세요. 안 그러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본인뿐만 아니라 당신 가족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요.”

유설진은 혀를 살짝 내밀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조차 언니가 한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그 사람이 나를 괴롭히는 것을 참았으면 다음번에 내 가족을 괴롭힐 때도 참아야 할까요?”

임찬혁은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김승태 같은 인간쓰레기에게는 주먹이 제일 좋은 약이에요. 그 인간이 세력이 어떻든 내 앞에서 함부로 지껄이면 그때마다 주먹으로 해결할 거고요.”

“당신은 진짜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네요!”

유효진은 임찬혁을 바라보면서 인상을 찌푸렸고 당장이라도 임찬혁을 내쫓고 싶은 심정이었다.

만약 생명의 은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절대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막 출소한 범죄자가 본인이 사는 집도 거의 허물어지기 직전인 마당에 도대체 무슨 용기로 재벌 2세와 싸우는지 그 배짱 하나는 참 대단했다.

하지만 이것은 본인 주제를 모르고 함부로 나대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설진은 임찬혁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 계속 눈짓을 주었다. 언니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건방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혼내지 마!”

연우가 갑자기 임찬혁의 앞으로 오더니 머리를 젖히고는 임찬혁을 감싸고 돌았다.

“아까 승태 삼촌이 데려온 사람 때문에 엄마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다행히 아빠가 있어서 그 사람 잘 혼내줬어!”

말을 하는 연우의 얼굴은 자랑스러운 듯한 모습이었다.

방금 연우는 이시진 선생이 엄마를 살려주면 김승태를 아빠로 인정해 주겠다고 그와 약속했었다.

하지만 그는 엄마를 치료하기는커녕 하마터면 목숨을 앗아갈 뻔했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임찬혁은 엄마를 죽음의 문턱에서 끌어냈고 그는 연우의 눈에 영웅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 순간부터 연우에게 임찬혁은 아빠이다.

“뭐라고?”

눈이 휘둥그레진 유효진은 연우의 말에 하마터면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연우가 임찬혁에게 아빠라고 부른다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언니, 이게 다 김승태 탓이야...”

유설진은 김승태가 연우에게 아빠라 부르라고 한 일을 털어놓았다.

“그건 그저 농담한 것뿐이야, 사실이 아니야.”

유효진은 약간 화난 기색이었다.

‘김승태! 이 나쁜 놈!’

“연우야, 그건 승태 삼촌이 널 놀린 거야. 엄마를 치료해 준 사람은 의술이 더 좋은 사람인 거지 연우 아빠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

유효진은 부드러운 말투로 천천히 타일렀다.

“상관있어! 연우는 이미 엄마를 치료한 삼촌을 아빠로 부르기로 했어. 연우의 아빠는 연우가 결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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