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제일 놀란 사람은 바로 정우명과 하정연이다. 두 사람은 마치 뒤통수를 맞은 듯 털이 곤두섰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들은 임찬혁의 바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돈도 없고 권력도 없던 임찬혁이 유효진을 만나고 겨우 그들 앞에서 유세를 떨기 시작했는데......하지만 유효진은 지금 제 코가 석 자라 임찬혁에게 천억이라는 돈을 줄 수 없다.그렇다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저기요, 관리자님. 카드도 안 긁었는데 왜 열쇠부터 주세요?”정우명은 초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관리자에게로 향했다.그들 역시 그 이유가 아주 궁금했다.“저 분은 이미 전액을 미리 지불했으니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관리자가 정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고요했다.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사람들의 숨소리조차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고, 어떤 이들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관리자의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임찬혁이 정말 전액을 미리 지불했다니?이백억만 있어도 어마어마한 재벌인데 천억짜리 저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전 강주를 통틀어도 몇 명 없을 것이다.그런데 눈앞의 젊은 남자에게 그런 실력이 있다니?임찬혁을 의심했던 사람들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이로써 임찬혁의 말은 사실로 밝혀졌으며 오히려 그들이 피에로가 되었다.“언니, 우리 딸이 그렇게 예뻐요. 아드님과 아주 찰떡이니 우리 사돈이라도 맺읍시다!”이때 화려하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이 양홍선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말을 걸었다.어딜 가나 무시당했던 양홍선은 처음으로 이런 대접을 받아보았다. “말씀은 고맙지만 우리 아들 결혼했어요.”양홍선은 웃으며 거절했다.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의 얼굴에 실망이 스쳤다.저리 대단한 젊은이가 뭐가 그리 급해서 일찍 장가를 간 것일까?이 순간 정우명의 머릿속에는 폭풍이 휘몰아쳤다.그는 있는 힘껏 머리를 쥐어뜯었다.“이건 가짜예요! 지금 나 놀려요? 이 열쇠 가짜잖아요! 정말 36호 별장 열쇠 맞아요?”관리자가 싸늘하게 말했
“정연아, 그만 가자.”정우명이 하정연의 손을 잡고 빠져나가려는 순간, 임찬혁이 그들을 막아섰다.“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 내기하지 않았어? 아까 누가 더 비싼 별장 사는지 내기하겠다며? 네가 이것보다 더 비싼 별장을 살 수 있다면 내가 깔끔하게 인정할게.”임찬혁은 여유 있게 말했다.양홍선에게 감히 건방지게 군 것도 모자라 악한 마음을 품고 내기를 제안하다니? 그렇다면 절대 가만둘 수 없다.“하하, 미친놈아. 농담한 건데 진지하게 들었어? 네가 사든 말든 나와 뭔 상관이야? 안 그래? ”정우명은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듯 모르는 체했다.“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잡아떼려고?”임찬혁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사악한 표정으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아까 당신이 먼저 내기를 제안한 걸 난 분명 보았으니 발뺌하지 마.”관리자가 눈짓을 보내자 경비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두 사람을 에워쌌다.관리자는 당연히 겉으로는 36호 별장의 소유주이지만 1호 별장까지 소유한 임찬혁을 도울 것이다.“사내놈이 말이야. 내기에서 졌으면 깔끔하게 인정해야지!”“내기에서 한 사람의 인품이 보이지. 만약 오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주 제대로 망신하게 해 줄 거야.”“빨리 인정하고 약속 지켜! 우리가 장님인 줄 알아?”다들 정우명과 하정연을 에워싸고 분분히 휴대폰을 꺼내 두 사람을 촬영했다.이번 내기는 정우명의 확실한 패배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천억짜리 별장을 산 임찬혁과 친해지고 싶어 모두 그의 편을 들었다.순간 정우명과 하정연의 처지는 뭇매를 맞은 개처럼 처참해졌다.양홍선도 분노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비록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방금 하정연과 정우명의 행동은 너무 과분했다.“여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면 안 돼요!”하정연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자산을 전부 처리하고 대출을 더 받더라도 더 비싼 별장으로 사야 해요. 그러다 정 안 되면 나중에 팔면 되잖아요!”임찬혁을 차버린 뒤로 상대는 마치 순풍에 돛단 격으로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재벌
임찬혁이 주먹을 꽉 쥐자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눈동자에는 한기가 스쳤고 정우명은 순간 겁에 질려 식은땀을 흘렸다.“할게! 하면 되잖아!”임찬혁 이 또라이에게 굴복하지 않는다면 어떤 후과를 맞이할지 알 수 없기에 정우명은 하는 수 없이 굴복했다.하정연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정우명의 머리를 밀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풍성했던 머리카락과 눈썹, 그리고 속눈썹이 전부 바닥에 떨어졌다.게다가 서툰 손놀림으로 얼굴과 머리에는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 생겼다.짙은 눈썹과 큰 눈의 소유자였던 정우명은 지금 머리가 반들반들한 것이 마치 구운 계란처럼 추하기 그지 없었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들은 그 과정을 전부 녹화해 SNS와 같은 플랫폼에 올렸다.“이제야 속이 시원해?”정우명은 원한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임찬혁을 노려보다 도망갈 준비를 했다.너무 창피했다.인생에서 이렇게 창피했던 적은 단 두 번이다.한 번은 결혼식에 임찬혁이 찾아와 난동을 부린 것과 오늘 이 꼴을 당한 것.“거기 서!”임찬혁이 싸늘하게 말했다.“정우명 넌 됐고. 하정연, 너 아까 뭐라고 했더라? 내가 이 별장 살 수 있으면 죽어버린다고 하지 않았어? 죽어줄래?”그 말에 하정연과 정우명은 동시에 안색이 변해버렸다.“그거 그냥 하는 말이잖아! 내가 왜 죽어?”하정연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임찬혁이 그녀에게 정말 죽으라는 말을 하다니?“아, 그랬어? 네가 너무 진지하기에 난 또 진짠 줄 알았지.”임찬혁의 조소에 하정연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우습기 짝이 없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 같았다.“나 안 죽어. 그렇다고 네가 날 죽이기라도 할 거야?”하정연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듯 강하게 나왔다.“찬혁아, 흥분하지 마. 그냥 보내.”이때 양홍선이 불쑥 입을 열었다.그녀는 아들이 또 옥살이를 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런 쓰레기들 때문에 이 손
하정연은 겁에 질려 넋을 잃은 채 몸을 가늘게 떨었고 정우명은 이를 지켜보면서도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전에 하정연에게 속았던 것을 생각하니 양홍선도 괜히 통쾌해졌다.구경꾼들도 이렇게 간사하고 오만방자한 여자는 한 번쯤 혼나야 한다고 생각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와 외모가 출중했던 하정연은 못난이가 되어버렸다.헤어가 받쳐주지 않으니 그녀 얼굴의 결점은 그대로 드러난 데다가 울상까지 지으니 사람이 초라해 보이며 이미지가 확 무너져 버렸다.“이런 날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어?”임찬혁이 싸늘하게 말했다.“꺼져. 앞으로 내 앞에서 다시 건방지게 군다면 이렇게 쉽게 보내주지 않아.”하정연은 떨리는 손으로 거울을 꺼내 자기의 모습을 확인했다.“으아아악!”못난이......거울 속 자기의 모습에 깜짝 놀란 그녀는 그대로 거울을 던져버리더니 얼굴을 가린 채 황급히 도망쳤고 정우명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서 그녀의 뒤를 따랐다.“괘씸해!”두 사람은 차에 탄 뒤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서로 못생긴 얼굴을 바라보니 분하기도 수치스럽기도 했다.신혼집을 사진 못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임찬혁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려고 했는데 결국 두 사람이 수치스럽게 되었다.아마 곧 온 도시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태어나서 이런 굴욕은 처음이에요. 나 반드시 복수할 거예요!”하정연은 당장이라도 임찬혁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그녀는 정우명이 재벌 2세라고 생각해 임찬혁을 차고 그의 품에 안긴 것이다.하지만 임찬혁이 교도소에서 나온 뒤 정우명은 몇 번이고 임찬혁에게 당했는데 그녀는 분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의아한 마음도 들었다.설마 그녀의 선택이 틀린 걸까?“수상해. 임찬혁에게 그런 돈이 있었어?”정우명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유효진도 살 수 없는 가격대의 집을 저렇게 쉽게 사버린다고? 저 새끼 강도질하러 다니는 거 아니야?”하정연은 너무 화가 나서 숨도 제대로 올라오지 않았다.그녀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복
“병신아, 그깟 아줌마 하나도 처리 못 해? 쓸모없는 자식. 당장 그 아줌마 어딨는지 알아내! 영원히 입 닫게 만들 테니까!”이 여자가 바로 온씨 가문 아가씨 온세리다.비록 외모는 꽤 훌륭하고 재벌 집 아가씨의 분위기를 풍겼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없이 악랄했다.음주 운전으로 차로 친 양홍선이 나중에 귀찮게 굴까 봐 바로 죽이고 한꺼번에 돈을 배상하려고 했다.하지만 서너 번쯤 깔아놓고 있는 그때, 갑자기 교통경찰이 달려와 하는 수 없이 그만뒀고 나중에는 강해도에게 살인을 교사했다.특수작전부대에서 요즘 온세훈을 정밀히 고찰하고 있었는데 만약 고찰에 통과하면 바로 승진할 수 있고 그들 온씨 가문도 덩달아 지위가 올라가게 되어 4대 재벌가 중에서도 단연 탑이 될 것이다.이 중요한 시점에 온씨 가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오세훈의 앞날에 영향 줄 수 있으므로 양홍선이 시끄럽게 굴면 안 된다. 그러니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사람을 죽여 입을 막는 것.온세리의 명령과 함께 온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신속하게 출동해 양홍선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아가씨, 밖에 두 사람이 급한 일로 아가씨를 만나 뵙고 싶답니다.”이때 경비원이 들어와 알렸다.“들어오라고 해!”이내 정우명과 하정연이 들어왔다.“두 사람 뭐야? 얼굴은 왜 가렸어?”수상한 두 사람의 모습에 온세리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아가씨 진정하세요. 저 정우명이에요. 이쪽은 제 아내 하정연이고요.”정우명은 마치 얌전한 개처럼 다급히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더니 하정연의 것도 벗겨버렸다.온세리의 힘을 빌려 임찬혁을 상대하려면 상대의 신임을 얻어야 하므로 있는 그대로 모두 보여준 것이다.“꺅. 대박 못생겼음.”깜짝 놀란 온세리는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정우명에게로 던져버렸다.그녀는 속이 울렁거렸다.하지만 정우명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굽신거리며 말했다.“우리 두 사람 아가씨의 명성을 지키려고 이렇게 된 거 아니겠어요? 오늘 신혼집 마련하려고 빌레오로 갔는데 어떤 아줌마와
빌레오.구경꾼들은 이미 흩어졌고 임찬혁은 양홍선과 함께 별장으로 들어갔다.구석구석 꼼꼼히 둘러보던 양홍선은 다시 한번 별장의 스케일에 놀라고 말았다.그리고 그녀는 꿈에서도 자기가 이런 고급 별장에서 살게 될 줄 생각도 못 했다.“찬혁아. 이 별장 빌린 거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계약서에 서명하고 집문서까지 받은 거야?”천억짜리 별장, 열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벌 수 없는 돈이다. 이러다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들은 절대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양홍선은 은근히 걱정되었다.임찬혁은 어떻게 설명할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평생 써도 남을 돈이 생겼다고는 할 수 없었다.만약 양홍선에게 사실을 알려준다면 그녀는 분명 며칠 밤을 잠도 못 이룰 것이다.“그 친구가 집이 많은 만큼 노리는 사람도 많아요. 그래서 잠시 내 명의로 돌려둔 거고 나중에 다시 돌려줄 거예요.”임찬혁은 겨우 이런 핑계를 생각했다.비록 양홍선은 믿기 어려웠지만 적당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 임찬혁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이때 임찬혁의 휴대폰이 울렸다.“날도 어두워졌는데 언제까지 이림이와 술이나 마시고 있을래요?”분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아니요. 나 지금 우리 엄마와 함께 있어요. 교통사고로 병원에 갔다가 지금 빌레오 36호 별장에 있어요.”그제야 임찬혁은 날이 어두워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참 스펙타클한 하루를 보냈다.“나 지금 당장 갈 테니까, 만약 거짓말이면 평생 침대에서 잠 못 잘 줄 알아요!”임찬혁은 어리둥절했다.지금 화내는 건가?게다가 거짓말이면 평생 침대에서 잠 못 잘 줄 알라고?그 말은 즉, 만약 사실이라면 침대에서 자도 좋다는 뜻인가?유효진은 바로 전화를 끊고 빌레오로 향했다.손이림에게 임찬혁을 보낸 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멜튼 호텔에 연락해 상황을 물었더니 두 사람이 함께 외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그녀는 다급히 CCTV를 돌려보았고, CCTV 속 두 남녀는 아주 다정하게 호텔을 떠났다.
“감옥에 있을 때 만난 친구요.”임찬혁이 다급히 말했다. 그는 이 일로 유효진이 질투를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손이림 씨랑은 병원에서 헤어졌어.”양홍선이 같이 나서서 해명해서야 유효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참, 어머니. 사고는 어떻게 처리하셨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제가 인맥을 동원해 볼게요.”유효진은 오래 기업을 운영하면서 이미 자신만의 인맥체계를 형성했다.“온세리요. 우리 엄마를 치고 병원에 호송하기는커녕 아예 엄마를 죽일 생각으로 차로 한번 더 치려고 했어요.”임찬혁이 싸늘한 눈빛을 번뜩이며 말했다.사람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가온그룹의 둘째 온세리 말인가요? 희대의 악녀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 정도로 인성을 상실한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유효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4대 가문에 속하는 가온그룹은 해를 거듭하며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그들을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가온그룹이 가진 배경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이었다.1조가 넘는 자산에 집에도 전문 경호팀을 고용하여 오너 일가의 안전을 경호한다고 했다.가온의 장남 온세훈은 전쟁부 소속이었다. 그는 말 한마디로 총기를 소지한 부대를 호령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지금 누굴 욕하는 거야?”이때 문밖에서 앙칼진 목소리와 함께 몸매를 강조한 타이트한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그녀가 바로 가온그룹의 둘째, 온세리였다.“당장 저택을 포위하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온세리의 경호원들이 저택을 에워쌌다.“너… 네가 어떻게….”겁에 질린 양홍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아마 평생 저 악마 같은 얼굴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하, 노친네 운도 좋아. 아직까지 살아 있다니! 목숨이 참 질기단 말이지!”온세리는 한눈에 양홍선을 알아보고 입가에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온세리 씨, 불만 있으면 나한테 하고 무고한 내 아들며느리는 건드리지 말아요!”양홍선은 겁에 질려 덜덜 떨면서도 간절한
온세리의 눈빛이 음침하게 빛났다.그녀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들을 내려다보았다.가온그룹의 자녀로써 태어날 때부터 가진 거만함이었다.“온세리 씨, 유효진이라고 합니다. 임찬혁 씨는 제 남편이고요. 온세리 씨가 운전을 잘못해서 우리 시어머니를 치었는데 사과는커녕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건 좀 너무한 처사 아닌가요?”유효진이 앞으로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이렇게 말하면 온세리의 분노가 자신을 향할 걸 알면서도 그녀는 나설 수밖에 없었다.임찬혁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감동했다.계약 결혼일 뿐인데 이런 위기의 순간에 주저 없이 나서준 그녀에게 고마웠다.“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아. 강주에서 제일 잘나가는 여성 기업가가 엄청난 미인이라고 들었는데 너였구나?”온세리의 야박한 시선이 유효진에게 닿았다.“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 반반한 얼굴 말고는 내세울 게 하나도 없네.”“현명한 사람이라면 그 얼굴을 이용해서 너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어야지. 저렇게 얼굴만 번지르르한 녀석이 아니라. 멍청한 년.”“넌 아직 내 앞에서 뭐라고 얘기할 레벨이 아니야. 계속 끼어들면 너희 가문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온세리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상대의 적나라한 협박에 유효진도 어깨를 움찔하며 불길함을 느꼈다.고집이 세고 악랄하기로 소문난 온세리였으니 오늘 쉽게 넘어가기는 그른 것 같았다.“너희 같은 사람들은 내 눈에 다 벌레일 뿐이야. 내가 놀다가 흥미가 사라지거나 기분이 좋으면 목숨은 살려줄 수 잇지.”말을 마친 온세리는 품에서 번뜩이는 비수를 꺼내고 냉소를 지으며 양홍선에게 다가갔다.“일단 말 많은 이 노친네 혀부터 잘라야겠어.”양홍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중년 여인은 한발한발 다가오는 온세리를 겁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화풀이할 거면 나한테만 하세요. 내 자식들은 놓아주시고요.”양홍선은 겁이 났지만 절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온세리가 놀다가 기분이 좋으면 목숨은 살려줄 수도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