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할아버지...”“어서 타, 같이 가자.”성동철은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손짓해 불렀다.심지안은 일단 의문을 잠시 뒤로 미루고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랐다.차 안은 고요했다. 그녀는 여러 번 할아버지에게 성연신과 어떻게 한 차를 타게 되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두 사람 다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하씨 집안에 도착하기 10분 전, 성동철은 그동안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회색빛 감도는 눈동자에는 한 줄기의 맑은 빛이 스며들어 있었다.“이 녀석과 재결합할 거야?”“아니에요.”심지안은 손사래 치며 아니라고 해명했다.“재결합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들을 봤어. 이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다 허락할 거야.”성동철은 나이가 들었기에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지 않았지만, 가끔 인터넷을 통해 제경에서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곤 했다.성연신과 심지안이 재결합을 공식 발표하면서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들의 합사진이 대대적으로 퍼졌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사진을 커플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소식을 모르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웠다.하지만 성동철은 화내지 않았다. 그는 이미 생각을 정리했다. 꼭 자신이 계획한 대로만가는 것이 최선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예로부터 딸을 가진 집안에서는 딸이 잘못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두려워해 왔다. 그의 딸이 바로 그 생생한 예였다. 그래서 그는 외손녀가 남자를 고르는 문제를 신중하게 대하길 바랐고 평생의 행복을 망치지 않기를 바랐다.특히 심지안과 성연신의 이전 관계가 이미 산산조각이 났었기 때문에, 그는 심지안을 백지와도 같은 고청민에게 시집보내는 것이 무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성동철은 고청민을 너무 신뢰했고, 고청민의 성장 과정을 간과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상황을 초래했다.그도 신이 아니기에, 자녀의 연애 문제에 있어서 지
하지원은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진지하게 답례품을 나누어 주며,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예의 바르고 다정하게 대했다. 들려오는 축복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소녀 같은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하지원은 성동철을 보자 매우 공손하게 그를 상석에 모셨다. 심지안과 성연신은 비교적 평범한 대우였으나, 그렇다고 일부러 무시하지는 않았다.성동철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청민은 어디 있어요?”“위층에서 쉬고 있습니다.”하지원은 숨기지 않았다.“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오늘은 내려오지 않겠다고 했어요.”성연신은 순간 민채린의 말이 떠올랐다.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사실 관심 없었다. 하지만 심지안은 진실을 알아야 했고, 성동철에게 알려야 했다.성동철의 얼굴색이 변했다.“많이 아픈 거예요?”하지원이 망설이며 대답했다.“네, 그런데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어요. 청민 선배가 직접 할아버지께 말하고 싶어 해요.”성동철은 말없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러자 심지안이 위로하며 말했다.“할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가 우리를 초대한 만큼, 분명히 만나려고 할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봐요.”“그래.”연회장의 조명은 부드러운 빛을 띠며 그녀를 비추었고, 마치 온몸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작은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고청민은 2층의 유리창을 통해 심지안을 바라보며 이 장면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오래도록 멈춰있던 그의 심장은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무심코 창백한 손가락을 꼬집었다.‘역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 마음을 숨길 수 없네, 심장이 다시 뛰잖아...’방 안을 계속해서 걸어 다니던 하지웅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로 세움 그룹을 전부 돌려줄 거야?”“응.”“그러면 대체 왜 이렇게 큰 소란을 피운 거야? 나까지 끌어들여서 말이야, 결국 헛수고잖아!”하지웅은 고청민에게 다가가 눈빛에 독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고, 서두르지 않는 그의 태도에는 모든 존재에 대한 경멸이 느껴졌다.하지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청민의 옷깃을 움켜쥐고 세게 조였고, 전례 없는 모욕감에 그만 참지 못하고 다른 손을 들어 거칠게 주먹을 날렸다.여전히 학창 시절과 다를 것이 없었다. 고청민은 늘 이런 식이었다. 그는 모든 과목에서 1등을 차지했고, 덕분에 하지웅은 아무리 노력해도 2등이었다. 분명 한 개 등급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그들은 너무 다른 대우를 받았고, 결국 그의 여동생조차도 고청민을 좋아하게 되었다.졸업 후 하지웅 일가는 해외로 이주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잘 풀릴 때쯤, 하지원의 병세가 심각해져 치료받기 위해 귀국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때마침 고청민이 찾아와 협조를 약속하면 결혼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던 것이었다.하지웅은 그의 제안에 응하는 것이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동의했다.“왜 그렇게 화를 내?”고청민은 무심하게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소파에 몸을 기대고,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채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애초에 네 것이 아닌 것을 탐내지 말았어야지, 내가 두 손으로 세움 주얼리를 떠먹여 줘도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는 주제에...”하지웅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다시 한번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닥쳐!”고청민은 말을 이어가지 않고 은색 카드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여기 7천만 원 들어있어.”“고작 이 돈으로 나를 떼어내려고?”“생각 좀 해봐, 난 사람한테 빚지고 사는 성격이 아니야. 네가 가업을 전부 팔았을 때도 거의 이 정도였을 뿐이야. 거기에 10억을 더 얹어줬으니 만족해. 하지원은...”말하는 내내 고청민의 눈빛에서 아무런 감정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지원이는 소원대로 나랑 결혼하면 행복하지 않겠어?”“지원이한테 잘해주지 않을 거잖아!”하지웅은 고청민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너야말로 왜 네 것도 아닌 것에 집착해야 해? 성동철에게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면
심지안은 고개를 돌려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아니요. 가족들과 함께 왔어요.”그녀의 도자기 같이 빛나는 피부와 초롱초롱한 눈동자,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본 남자는 흥분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그녀에게 몇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다른 뜻이 아니라 그냥 당신과 친구가 되고 싶어요.”그는 하씨 가문의 먼 친척이었다. 주로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오늘은 하지원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잠깐 귀국했던 것이었다. 이와 더불어, 외국 여자들과의 자유분방한 일상에 질려 국내에서 이성 친구를 사귈 목적을 갖고 오기도 했다.“저는 남편이 있습니다.”심지안은 성연신을 방패 삼아 솔직하게 말했다.능글맞은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하룻밤만 나랑 같이 있어 주면 4천만 원을 줄게요. 남편이 모르게 해줄 거예요.”“4천만 원?”심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그 돈으로는 제 속눈썹 한 가닥 살 수 없을 텐데요?”“알았어요. 싫으면 싫은 거지, 왜 잘난 척이에요? 참나...”능글맞은 남자의 눈에는 하지웅이 하씨 가문에서 가장 능력 있고 부유한 사람으로 보였고, 하지웅 주변 친척들의 재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심지안과 가족들이 왔다는 것은 그 가족들도 하씨 가문을 알고 있다는 뜻이니 친척일 확률이 높았다.“잘난 척한 거 아닌데요?”심지안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야말로, 돈도 없는데 왜 허세를 떨어요?”능글맞은 남자는 4천만 원을 당장이라도 내놓을 수 있었지만, 그 돈으로 고작 하룻밤을 보내는 건 아깝다는 생각에 얼굴을 찡그렸다.“지안아, 오랜만이야!”낯설지만 어렴풋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심지안은 그 목소리를 찾아 눈썹을 치켜떴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세 글자를 뱉어냈다.“강우석?”강우석은 건너편에서 심지안을 발견하고 다가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도 하지웅 씨를 알아?”“어... 좀 아는 사이라고 해야 하나? 넌? 하지웅 씨와 어떻게 알아?”“같이 사업을 했었던 사업 파트너였어.
강우석은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에 상심의 기색이 드러났다.성연신은 그를 가볍게 흘깃 보고, 턱을 살짝 올리며 그를 내려다보았다.강우석은 성연신과 눈이 마주치자 당황스러워했다. 곧이어 얼굴에 후회의 기색이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색이 더 뚜렷해졌다.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민망함이 몸 전체에 퍼지며, 귀까지 빨개졌다.‘지안 씨가 얼마나 빛나는 사람인데, 그 당시 심연아를 선택하고 지안 씨를 포기하다니. 너무 어리석었어.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지안 씨의 남편은 내가 됐을 것이고, 우리는 함께 세움 주얼리의 경영권을 손에 넣었겠지?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강우석은 시선을 급히 돌려 현장을 벗어났고, 계속 그 자리에 있다가는 자칫 실수할까 두려웠다.심지안은 강우석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허리에 감긴 손이 점점 더 세게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불만스럽게 고개를 들고 성연신을 쏘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언제 놓아줄 거예요? 난 연신 씨와 이렇게 붙어 있는 게 싫거든요...”성연신은 깊은 눈으로 그녀를 말없이 응시했고, 손을 놓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아까처럼 ‘여보’라고 불러요, 난 ‘전 남편’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연신 씨는 제 전 남편이잖아요. 우리는 방금 연기하고 있었을 뿐이고요.”성연신은 턱을 아래로 끌어내리며, 심지안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연기였어요? 그럼 끝까지 해봐요.”심지안은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앞쪽의 디저트 구역을 바라보며 성연신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떠올렸다.“배가 고파요, 먹을 걸 찾으러 가야겠어요.”“그래요. 나도 마침 배고파요. 나도 케이크 하나 가져다줘요.”심지안은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며, 결국 잠시 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됐어... 연기일 뿐이니까...’그 후로도 그녀와 성연신은 함께 다니며, 사람들의 칭찬과 부러움을 받았다.“성 대
“지안아, 청민이도 자기가 잘못한 걸 알아차렸고, 세움 그룹 지분을 다 넘겼어.”성동철은 두툼한 계약서 뭉치를 손에 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심지안의 동공이 갑자기 움츠러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청민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키우더니, 직접 다시 자신의 지분을 넘겨준 것은 내가 이사회를 설득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서일까?’심지안은 마음속으로 충격을 억누르며 마음을 추스르고 한동안 조용히 성동철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다.고청민은 무릎을 꿇고 있어서인지, 성동철의 얼굴에는 분노가 전혀 없었고, 실망감을 제외하면 그의 눈 밑에 감춰진 것은 안타까움이었다.세움 주얼리는 성동철이 혼자서 싸워온 것이었지만, 고청민의 공로로 점점 더 커진 것이었다.결국 심지안은 그늘 밑에서 자라온 화초에 불과했다.사실 조금 전 아래층에서는 그녀와 성연신의 애틋한 관계를 부러워하는 사람들 외에, 숨은 목소리도 있었다.그들은 심지안이 집안과 조상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여전히 심씨 가문의 미운 딸로 남을 것이며, 성연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가장 의미 없는 일이야말로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에 자기를 빗대어 보는 것이 아니겠는가?갑자기 돈 많고 힘센 할아버지가 생겼다면 그들의 인생도 180도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들의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인생도 백조가 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심지안은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성동철이 자기 할아버지라는 사실은 이번 생에서 바꿀 수 없으니까!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행운을 소중히 여겼다.고청민은 할아버지의 손에서 자랐기 때문에 유대감이 강했고, 할아버지는 고청민의 실수를 눈감아주기도 했고,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혼내려 하지 않았다.심지안은 할아버지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고청민이 너무 지나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익과 관련된 부분에서만 그녀는 적극적으로 개입했다.심지안은 생각을 정리하고, 주식 계약서를 성동철의 손에 조심스럽게 돌려
심지안은 ‘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사랑한다고요?”성연신은 심지안이 잔뜩 긴장한 모습에 괜히 진지해지며, 그녀의 손을 잡고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사랑해요, 지안 씨. 정말 사랑해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줘요. 내가 지켜줄게요. 죽을 때까지 사랑할게요. 내 진심을 믿어줘요!”심지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성연신의 크고 넓은 손바닥에서 전달되는 온기를 느끼며 혼란스러워졌다.“오늘 할아버지한테 뭐라고 했어요? 연신 씨를 대하는 할아버지의 태도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성연신은 입꼬리를 올리며 심지안의 손을 자기 얼굴 쪽으로 끌어당겼다.“보증을 드렸어요.”심지안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나에 대한 보증인가요?”“맞아요.”“무슨 보증이죠?”“지금은 말해줄 수 없어요.”성연신은 눈빛이 빛나고,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할아버지께 내가 지안 씨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드렸어요. 그리고 세움 그룹도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드렸죠. 이번에 세움 그룹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증했어요. 할아버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할 거예요.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할아버지께 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드렸어요.”이는 성연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드러낸 것과 같았다. 만약 성동철이 성원 그룹을 무너뜨릴 생각이 있다면, 그건 치명적일 것이고, 성연신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심지안은 몸이 바르르 떨렸고, 바로 무언가 떠올랐다.“설마 성원 그룹의 최고 기밀을 알려드린 거예요?”“네.”“미친 거 아니에요?”심지안은 소리치며 험한 말을 했다.“나조차도 할아버지의 속마음을 알기 어려운데, 연신 씨는 어떻게 그렇게 대담할 수 있어요? 만약... 만약에...”심지안은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할아버지를 야비하게 평가하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녀 역시 어린아이가 아니었고, 수많은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며 그
“아참, 아빠! 오늘 담임 선생님께서 프러포즈 받았어요. 남자친구가 큰 꽃밭을 선물했는데 정말 예쁘더라고요. 아빠도 그런 거 배워보면 어때요? 여자는 로맨틱을 좋아한대요.”성연신이 흠칫하고 눈빛이 바뀌더니 천천히 대꾸했다.“넌 아직 애야. 딴소리하지 말고 어서 가서 자.”성우주는 졸려서 눈을 뜨지 못한 채 중얼거리며, 결국 순순히 침실로 돌아갔다.성연신은 곧바로 정욱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했다.“제경의 모든 장미를 사들여 줘요. 내일 당장 필요해요.”정욱은 전화를 받고 시간을 확인했다. 때는 새벽 두 시였다. 졸려서 눈도 채 못 뜬 정욱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아, 직장인은 정말 힘들어. 게다가 내일은 주말이잖아!’하지만 미래의 아내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정욱은 또래 친구인 대학 동창들이 몇 년 동안 직장인 생활을 해도 집을 마련할 대출금도 구하지 못한 상황을 생각하면,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잠깐... 장미를 산다고? 이건 회사 업무과 관련된 게 아닌데, 혹시 지안 씨에게 줄 건가?’정욱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로 얼굴을 씻고 정신을 차렸다. 그는 컴퓨터를 켜고 심지안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열에 아홉은 대표님이 지안 씨를 위해 장미를 준비하는 게 틀림없었다.그는 미리 대비해 지안 씨가 어떤 종류의 장미를 좋아하는지, 어떤 색과 향을 선호하는지 파악하기로 했다. 장미는 다양한 품종이 있으니 말이다.정욱은 새벽 여섯 시까지 자료를 찾아본 끝에, 심지안이 좋아하는 장미는 다이애나 장미라인 것을 알아냈다. 다이애나 장미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의미한다.그와 동시에 성연신의 문자가 도착했다.[다이애나 품종의 장미로 부탁해요.]밤을 지새우며 조사를 한 사람은 정욱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고청민은 성씨 가문에 돌아온 후, 원래 살던 곳이 아닌 사당으로 이사했다.성동철은 그가 다시 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