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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3화 머리를 말리다

그날, 케빈은 돌아온 뒤 그 시계를 한참 동안 보다가 결국 팔아버릴 생각을 접었다.

케빈은 달력을 보더니 오랜만에 펜을 꺼내어 9월 9일에 몇 글자를 적었다. ‘생일’

그리고 케빈의 인생은 이날부터 시작되었다.

...

그로부터 2년 동안 케빈은 머리가 아팠다. 시영이가 열여섯 살이 된 이후 그녀는 이상하게 화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사준 시계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보면 화를 내고, 어제 그녀가 했던 말을 잊어버리면 화를 냈다. 심지어 좋아하는 색을 잘못 기억해도 화를 냈다.

케빈은 머리가 아팠다. 심지어 민용재가 셋째 일가의 동향을 묻는 동안에도 자주 딴생각에 빠졌다.

‘방금 몰래 사 오라던 버블티에 뭘 추가하라고 말했었지? 그 하얗고 투명한 것은 펄이었는지 젤리였는지. 노란 덩어리는 무엇이었지?’

“케빈.”

민용재가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케빈은 정신을 차리고 민용재를 보았다.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 더욱 음울해 보였다.

“케빈, 나는 네 생명의 은인이야. 그 은혜를 잊지 마.”

케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케빈은 사실 생명의 은혜에 대해 매우 무감각했다. 케빈은 매일이 전쟁과 약탈로 가득한 곳에서 자랐다. 그곳은 주먹이 세거나 무기를 가진 사람들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었다.

민용재가 그를 구한 것도 그를 셋째 일가의 스파이로 삼아 그들의 동향을 감시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케빈은 민용재에게 별다른 감사를 느끼지 않았다.

케빈이 민용재의 말을 듣는 이유는 그가 민씨 가문의 주인이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째 부부는 온화했고 셋째는 순수했고 넷째는 중립을 지켰고 다섯째는 어리석었다.

가족 간의 다툼은 누가 더 냉혹한가에 달려 있었다. 민용재는 그중에서도 뛰어났다.

남쪽 정원을 떠나, 케빈은 버블티를 들고 난원으로 돌아갔다.

케빈은 손을 들어 문을 두 번 두드렸다.

“아가씨, 저 왔습니다.”

“들어와.”

케빈은 문을 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시영은 막 목욕을 끝내고 슬립 가운을 입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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