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박시언과 결혼한 후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배부터 사로잡아야 한다는 최미진의 말을 듣고, 물에 손도 담그지 않던 그녀는 온갖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하지만 결국 박시언은 그녀의 손맛을 맛보지도 못했다.그 또한 박시언이 소은영을 더 사랑했기 때문이겠지.아침 식사가 준비되고 박시언은 자신의 몫이 없자 미간을 찌푸렸다.“내 거는?”“먹고 싶으면 직접 만들어 먹어.”김하린이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역시나 박시언이 화를 냈다.“김하린!”김하린은 이를 무시하고 빵을 냠냠 먹었다.더 이상 박시언을 좋아하지도 않으니 굳이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난 다 먹었어.”김하린이 다 먹은 접시를 부엌에 가져간 다음 가방을 챙겨 문을 나서려던 찰나 박시언이 물었다.“어디 가?”“오전에 수업 있어.”“째.”“박시언, 미친 거야?”김하린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아침부터 박시언은 유난히 삐뚤어진 모습을 보였다.유미란에게 휴가를 주더니 그녀 혼자 아침밥을 차리게 하고 이제는 수업까지 가지 말란다.잠시 후 박시언은 천천히 말을 꺼냈다. “그 땅은 어떻게 된 거야?”이게 목적이었구나. 김하린은 박시언이 물어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어쩐지 오늘 이상하게 굴더라니 전부 다 이득을 보기 위해서였나.김하린이 말했다.“그 땅 이미 팔았어.”“팔아? 누구한테?”“그건 내 자유니까 굳이 당신한테 설명할 필요 없잖아.”“김하린!”박시언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그 땅값이 얼마인지 알아?”“몰라. 그저 내 손에서 오랫동안 썩히느니 빨리 팔고 싶었어.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당연히 팔지.”“너 진짜!”김하린은 자신 때문에 화를 내는 박시언을 바라보면서 은근히 통쾌했다.“왜 그러세요, 대표님? 전에는 그 땅 하찮게 여기셨잖아요. 이제 그 가치를 아셨어요?”박시언은 화를 꾹 참았다.“대체 누구한테 팔았어?”김하린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박시언이 다시 물었다.“그 땅이 녹지로 지정될 거란 걸 이미 알고 있었어?
그 일에 관해서는 김하린도 할 말이 없었기에 박시언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알았어, 갈게.”‘어차피 내 돈 쓰는 것도 아닌데 뭐.’박시언은 그녀 몰래 입꼬리를 씩 올렸다.백화점에 도착한 후 김하린은 외관 설계와 인테리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곧 있으면 쇼핑 거리를 세워야 하기에 기존에 있는 것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었다.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손을 잡아 왔다. 이에 백하린이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옆을 보니 거기에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는 박시언이 있었다.“뭐 하는 거야?”“사진 찍게 손잡는 거잖아.”박시언은 멀지 않은 곳에서 카메라를 들고 두 사람을 찍고 있는 파파라치 쪽으로 고개를 까딱했다.김하린은 그의 고개를 따라 파파라치를 힐끔 보고는 순순히 손을 맞잡았다.그때 박시언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카메라를 켰다.“또 뭐 하려고?”“셀카.”“...”김하린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걸 보던 박시언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그녀를 향해 물었다.“웃을 줄 몰라?”그녀도 처음에는 웃으려고 했지만 함께 나란히 서 있는 박시언의 얼굴을 보고는 도저히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그의 닦달에 잔뜩 굳어버린 입꼬리를 조금 위로 올렸다.그러나 차라리 무표정한 얼굴이 더 나았다.박시언은 찍힌 사진을 보고는 혀를 한번 차더니 휴대폰을 다시 집어넣었다.김하린은 사진 타임이 끝난 건가 싶어 곧바로 매장에 들어가 옷을 골랐다.어차피 박시언의 돈이라 그녀는 원하는 만큼 골랐다.오후, 박시언은 김하린을 데리고 조용한 카페 안으로 들어와 디저트를 주문했다.김하린은 오늘 쇼핑한 물건이 꽤 마음에 드는 듯 기분 좋은 얼굴로 디저트를 먹었다.그 모습이 어쩐지 마음 한편이 따뜻해져 박시언은 휴대폰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반만 내놓은 채 그녀와 셀카를 찍었다.찰칵하는 소리에 김하린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방금 뭐한 거야?”박시언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담담하게 대답했다.“디저트가
‘이렇게 인상만 찌푸릴 거면 차라리 같이 나가자는 얘기를 하지 말던가.’김하린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끝끝내 뱉어내지는 않았다.박시언은 고개를 홱 돌리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집에 가면 오늘 쓴 돈 나한테 보내.”그 말에 김하린이 미간을 찌푸렸다.“먼저 나오자고 얘기한 건 너였잖아. 그런데 내가 돈까지 써야 해?”“이건 단지 연극일 뿐이라는 거 잊지 마.”“와이프한테 남편이 이 정도도 못 해줘?”“우리는 계약 부부라며.”김하린은 말문이 막혔다.오늘 박시언의 돈 좀 써보려고 했던 그녀가 멍청했다. 그가 손해 보는 일을 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쪼잔하게.”김하린은 숨을 깊게 들이켜며 화를 가라앉혔다.그러다 다시 생각해보니 차라리 이러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에게 조금이라도 빚지는 건 싫었으니까.더 빌리지.집에 돌아온 후 휴대폰을 켜보니 기사가 하나둘 쏟아졌다. 그리고 그중에는 그녀와 박시언이 함께 쇼핑하는 사진도 있었다.[모건 그룹 대표 부부 다정히 손잡고 쇼핑][모건 그룹 대표 아내를 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져.김하린은 많고 많은 제목 중에서 [모건 그룹 대표, 사랑하는 아내의 쇼핑을 위해 거액을 들이다]라는 제목을 보고는 기가 막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거액을 들이기는 무슨.’그녀는 주방으로 들어가 손을 씻는 박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요즘 내 주머니 사정이 조금 어려워서 그런데 돈은...”“할부로 갚아도 돼.”김하린은 돈을 꼭 받고야 말겠다는 그를 보며 혀를 한번 차다가 곧바로 가방 안에서 카드를 꺼내 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됐지?”‘이럴 줄 알았으면 목걸이는 사지 말 걸 그랬어.’“그래.”박시언은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할 일을 시작했다.“직접 요리하게?”김하린이 물었다.“아니면?”유미란이 없는 지금 그는 직접 요리해야만 했다.김하린이 하는 요리는 먹을 게 못 된다고 생각했으니까.‘내 음식 솜씨는 못 믿겠다 이거지?’김하린은 그의
다음날.학교 게시판 앞에 학생들이 가득 몰려있다.이제 막 학교에 도착한 김하린은 들어와서부터 줄곧 따라다니는 학생들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때 한 남자가 큰소리로 외쳐댔다.“뭘 봐! 당장 안 꺼져?”그는 게시판에 붙여져 있는 것들을 거칠게 뜯어냈다.김하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큰 목청의 주인을 발견했다.한태형은 인상을 쓴 채로 손에 든 것들을 사정없이 구겼다.사람들은 김하린의 모습을 보더니 흠칫하며 하나둘 자리를 피했다. 그러다 그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후 계속해서 그녀 쪽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김하린은 한태형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며칠 안 본 사이에 왜 또 이렇게 성질이 포악해 진 거야?”“웃어? 너는 이걸 보고도 웃음이 나와?”한태형은 손에 든 것을 그녀에게 던져주었다.김하린은 잔뜩 구겨진 사진을 천천히 펼쳤다. 그러자 거기에는 속옷을 입은 채 섹시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그녀가 있었다.게다가 얼굴 옆에는 [원조교제], [클럽 죽순이], [부정입학], [걸레] 같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김하린은 몇 초간 보더니 그 사진을 한태형을 향해 흔들었다.“이것 때문에 화난 거야?”“그게 아니면 내가 화낼 이유가 뭐가 있어? 김하린, 너는 그딴 걸 보고도 화가 안 나? 멀쩡한 척하는 거야 뭐야.”화가 머리끝까지 난 한태형과는 달리 당사자인 김하린은 태연한 얼굴이었다.“딱 봐도 합성이잖아. 그리고 여기 적혀 있는 것 중에 나와 관련된 거 하나라도 있어? 누가 나 학교에서 내쫓으려고 일부러 이런 짓 하는 게 뻔한데 왜 화가 나?”김하린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 사진을 가방 안에 넣었다.한태형은 문득 얼마 전 클럽 입구 앞에서 김하린이 사진을 찍혀 일어났던 소동이 떠올랐다.“X발, 대체 누가 이딴 짓을 하는 거야? 잡히기만 해봐. 가만 안 둬!”한태형은 험악한 얼굴로 이름 모를 상대에게 경고를 날렸다.김하린은 그 모습을 보며 그저 가볍게 웃기만 했다.만약 지
남학생들은 그들인 소은영이 우는 것을 보더니 하나같이 교수를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몰아가며 그녀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이에 교수는 점점 더 표정이 무섭게 굳어졌고 소은영은 상당히 초조해졌다.교수는 평소와 달리 표정을 풀지 않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공부는 안 하고 친구 사귀기에만 여념이 없었나 보군요.”소은영은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교수님 저는...”그때 수업이 끝나는 소리가 울리고 교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강의실을 나가버렸다.이번만큼은 확실히 화가 난 듯했다.유가람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소은영을 보더니 어깨를 토닥였다.“괜찮아, 신경 쓰지 마. 교수님이 너 질투해서 그러는 걸 거야. 아니면 갱년기라도 왔거나.”그때 안시아가 나지막이 속삭였다.“야, 그보다 너희들 오늘 게시판에 붙어있던 여자 사진 봤어? 속옷만 입은 사진에다 원조교제에 부정입학 클럽 죽순이 같은 게 잔뜩 적혀 있는 그거. 그 여자 누군지 알아?”유가람이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누군데?”“은영이 남자 친구 뺏으려고 했던 여자!”“그 여자였어? 어쩐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더라니. 예쁜 얼굴로 한다는 짓이 고작 그거야? 더러워.”유가람은 혀를 끌끌하며 고개를 저었다.“그러니까. 돈에 미친 거지.”“너무 그러지 마. 그 사람도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소은영은 두 사람을 말리며 애써 웃는 표정을 지었다.“은영야, 너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무슨 그런 여자까지 다 이해하려고 들어? 그런 애들은 동정할 필요가 없어. 야, 우리 그러지 말고 어차피 오후에는 수업 없으니까 걔 미행하는 거 어때? 수업 끝나고 무슨 짓을 하는지 확실히 찍어서 게시판에 붙여두는 거야.”“좋은 생각이야. 그 여자 좋아하던 남자애들이 꽤 되는 것 같은데 이 기회에 실체를 똑똑히 보여주는 거지. 남 애인 건드리는 년은 당해도 싸.”유가람과 안소이는 의기투합하며 금방이라도 나갈 것처럼 얘기했고 소은영은 점점 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만약 두 사람이 김하린과 박시
소은영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유가람의 팔을 끌어당겼다.“됐어. 그만해.”하지만 유가람의 시선은 여전히 김하린에게 있었다.한편 김하린은 소은영을 아직 보지 못했고 마침 그녀 뒤에 자리가 있는 걸 확인하고 그쪽으로 걸어갔다.그렇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푹 숙인 채 밥을 먹는 소은영을 발견했다.유가람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김하린의 길을 막았다.“나 알아요?”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김하린의 얼굴에는 웃음기라고는 없었다.“당연히 모르죠. 원조교제 하는 사람을 지인으로 두지는 않아서요.”일부러 목청을 높이는 바람에 주위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전부 이쪽으로 쏠려버렸다.오늘 오전 게시판 사건이 이미 퍼질 대로 퍼져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다 나 있었다.김하린은 딱히 화를 내지 않았고 계속해보라는 눈빛을 보냈다.유가람은 이때다 싶어 계속 떠들기 시작했다.“학교 명예를 생각해서 그냥 자퇴하면 안 되나? 정말 수준 떨어져서 같이 못 다니겠네. 어차피 이 학교도 남 도움으로 들어온 거 아닌가?”“그러니까 말이야. 이 일이 기사화되면 어차피 그쪽 학교 못 다녀. 그때 가서는 도움을 준 윗분한테도 감사가 들어갈 건데 그냥 조용히 나가지?”안소이도 옆에서 거들었다.하지만 날뛰는 두 사람과는 달리 소은영은 초조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하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입을 꾹 다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소은영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소은영은 김하린이 누군지 알고 있을 텐데 그녀의 친구들은 하나도 전해 들은 게 없는 듯했다.소은영은 그녀의 따가운 시선에 결국 조용히 친구들을 말렸다.“가람아, 소이야, 증거도 없이 사람을 그렇게 막 몰아세우지 마...”“은영아, 너는 가만 있어.”유가람은 정의를 구현하려는 듯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말했다.“남의 남자한테 꼬리치고 어떻게든 돈을 뜯어 내보려고 눈에 불을 켜는 년은 이렇게 대놓고 얘기해주지 않으면 평생 버릇 못 고쳐.”“하?”남의 남자한테 꼬리치고 어떻게든 돈을
한태형은 차가운 눈길로 유가람을 힐긋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혐오와 경멸이 가득 어려 있었다.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듯해 소은영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유가람의 앞에 섰다.“가람이가 일부러 이런 건 아니에요. 전부 다 오해예요.”“내가 너한테 말할 기회를 줬었나?”한태형이 싸늘한 얼굴로 대꾸하자 소은영이 자리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유가람은 대놓고 김하린의 편을 드는 그를 보며 질투를 참을 수가 없었다.“하, 이제는 선배님도 꼬신 거야?”“선배님, 옆에 있는 그 여자 남 애인이나 뺏는 그런 여자예요. 원조교제까지 하는 여자라고요!”유가람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한태형의 시선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유가람은 그 눈빛에 금세 입을 꾹 닫고 몸을 덜덜 떨었다.“내가 여자는 안 때리는데 거기서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나도 내가 어떻게 나올지 모를 것 같거든?”김하린은 무서워하는 유가람을 보며 말했다.“친구를 위해 나서기 전에 제대로 상황 파악부터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아니면 나중에 우스운 꼴을 당하게 될 테니까.”그 말뜻을 모르는 유가람은 미간을 찌푸렸고 소은영은 식은땀을 흘렸다.김하린은 말을 마친 후 한태형을 데리고 자리를 벗어났다.한태형은 이대로 넘어가는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아 가는 길 소은영 일행을 힘껏 노려보았다.“왜 네가 자리를 피하는데?”밖으로 나온 그가 물었다.김하린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거기서 계속 있어봤자 뭐해. 그리고 난 일 크게 키우기 싫어. 내가 학교 다닌다는 거 박시언의 할머니가 아시면 난 끝장이야.”“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겠다고? 넌 그딴 소리를 듣고 분하지도 않아?”그 말에 김하린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이곳에 다니는 집안이 괜찮은 애들 중에서 내가 박시언의 아내라는 거랑 김씨 가문 장녀라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어? 그런데 저런 소시민의 말이 뭐가 중요해.”한태형은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식당에 있던 학생들은 평생을 노력해
소은영은 그 말에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그냥 허세 부린 거 아닐까? 그보다 빨리 밥 먹자. 나 배고파.”유가람은 금세 의혹을 내려놓고 다시 밥을 먹었다.하지만 옆에 있던 안소이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소은영의 말이라면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는 유가람처럼 멍청하지 않았다.“오늘 저녁 아까 얘기했던 미행 잊지 마?”안소이는 다시 그 화제를 꺼냈다.“그래! 미행해서 빼도 박도 못 할 증거를 잡는 거야. 한태형한테 그 여자가 어떤 여잔지 확실히 알려주고 말겠어.”소은영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갔다.아까의 일도 있어 미행은 접을 줄 알았는데 안소이가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왔다.“은영아, 너도 우리랑 같이 갈 거지?”안소이는 일부러 그녀를 떠보듯 물었다.그러자 소은영은 애써 미소를 지며 답했다.“당연하지, 약속했잖아. 같이 가.”그녀의 부자연스러운 웃음에 안소이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소은영이 그들에게 뭔가 속이는 게 있는 건 확실한 듯 보였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감이 서질 않았다.어느덧 저녁이 되고 유가람은 김하린의 뒤를 무섭게 쫓았다. 그리고 그 뒤로 안소이와 소은영이 따랐다.소은영은 박시언이 김하린을 데리러 오지는 않을까 싶어 무척이나 초조했다.“내가 알아봤는데 저 여자 기숙사에 안 산대.”안소이의 소식통은 언제나 정확했다.“그럼 자취하는 건가?”유가람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하긴 기숙사 비용이 다른 대학교에 비해 어마어마하니 무리는 아니지. 원조 교제해서 받은 돈은 얼굴 관리하는데 다 썼을 테니 집값이라도 아껴야 하지 않겠어?”안소이는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그녀의 말을 거들지 않았고 대신 소은영이 입을 열었다.“가람아, 그렇게 말하지 마. 생활고에 시달려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르잖아.”그 말은 소은영도 김하린이 원조교제를 하고 있다는 걸 믿고 있다는 거나 다름없었다.이에 안소이의 마음이 조금 흔들리려던 찰나 유가람이 말을 내뱉었다.“은영아, 넌 진짜 너무 착한 것 같아. 어떻게 아직도 그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