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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장소월은 주머니 안에 대추를 다 꺼내 씻어 거실 테이블에 두고 티브이를 켰다. 대추가 담긴 그릇을 품에 안고 맛있게 먹었다.

아줌마는 주방을 청소하고 나오면서 꼬질꼬질한 채로 소파에 누워있는 장소월을 보고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했다.

“이런 말썽꾸러기를 봤나. 오늘 금방 새로 바꾼 소파 시트를 더럽게 하면 어떡해요. 어서 방에 가서 옷을 바꿔 입으세요.”

장소월은 맨발로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아줌마 마을 듣지 않고 소파 뒤로 가서 숨으며 웃었다.

“아줌마 조금 있다가 또 바꿔요! 나 지금 힘들어서 누워있고 싶단 말이에요.”

“장난치지 말고요. 이렇게 체통 없는 모습 주인님께서 아시면 어떡하시려고요. 돌아오시면 또 혼나시려고. 아가씨 어서 말 들으세요. 방에 가서 옷 바꿔입으세요.”

“이것만 다 보고요. 몇 분 남지 않았어요.”

장소월은 아줌마에게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안 돼요. 더 이상 협상은 없어요. 곧 시험인데 티브이만 보시면 어떡해요. 제가 끌 테니 올라가서 공부하세요.”

마침 이때 장소월의 등 뒤에서 전연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월아. 아줌마 심장 안 좋으쇼. 화나게 하지 마!”

장소월은 멈칫하더니 새침하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백윤서하고 같이 나가더니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지? 내가 같이 안 갔으니 바라던 대로 백윤서와 밖에서 지내는 거 아닌가? 그리고 이 집에서 나 혼자 즐겁게 살면 되는데.’

아줌마는 전연우를 맞이했다.

“도련님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전연우는 손에 들려 있던 키를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 긴급회의 때문에 자료 가지러 왔어요. 저녁쯤에 데리러 올 테니 윤이 잠깐 여기서 기다리게 하려고요.”

장소월은 티브이에 집중한 척하며 그들의 대화를 무시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전연우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서 허리까지 오는 머릿결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말했다.

“티브이 그만 보고 공부해. 곧 시험이잖아? 오늘 밤 돌아와서 검사할 거야!”

장소월은 그가 바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 그녀에게 허비할 시간이 있을까? 만약 시간이 있더라도 백윤서와 함께 보낼 것이다.

장소월은 담담하게 말했다.

“오빠 나 공부 다 했어요. 혹시 모를 거 있으면 윤서 언니한테 물어볼게요. 오빠 바쁠 텐데 어서 가봐요!”

전연우는 그녀의 담담한 목소리와 윤서 언니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서서 눈만 깜빡였다. 아무 말이 없던 백윤서도 놀랐는지 눈이 똥그래졌다. 심지어 아줌마까지 장소월이 이상하다 싶었다.

장소월은 분명 백윤서를 좋아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괴롭히지 않으면 다행이었는데 언니라고 부르다니.

아줌마는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아... 아가씨... 혹시 어디 아프세요?”

장소월은 대추를 한입 베어 물며 시선은 티브이에 고정했지만 하나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나 괜찮아요! 백윤서가 나보다 몇 개월 일찍 태어났으니깐 언니라고 해야죠. 그리고 언니 어렸을 때부터 나 보다 공부 잘했잖아요. 나도 언니한테 많이 배울게요.”

말을 마치니 마침 티브이 프로가 끝났다.

전연우만 옆에 있으면 익숙한 기류가 그녀의 몸속 세포에 스며드는 것 같아 숨이 막혔다. 그와 한 공간에 있지 않으면 좀 괜찮아졌다.

장소월은 꼬았던 다리를 풀며 얌전하게 말했다.

“됐다. 티브이프로 끝났어요. 오빠 내 방으로 갈게!’

어차피 전연우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

전연우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그녀의 얼굴에 이상한 낌새라도 있는지 살폈다.

장소월은 긴 머리를 어깨 뒤로 넘기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전연우는 눈썹을 씰룩거리며 그녀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예전에도 그가 백윤서와 함께 있으면 그녀는 질투에 눈이 멀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백윤서를 떼어 놓으려 했었다.

전연우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도대체 그녀가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다. 또 어떤 나쁜 짓을 꾸미는지 알 수 없었다.

장소월 그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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