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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백윤서는 몸을 다친 이후엔 학교 기숙사에서 나와 집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오늘은 보기 드문 전연우의 쉬는 날이다. 하여 백윤서는 그를 졸라 밖에 나왔고 겸사겸사 장소월을 보러 병원에 온 것이다.

집에만 박혀있으면 병이 날 수도 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장소월을 찾아오지 않았다. 대부분은 오 아주머니가 병원으로 와 그녀를 돌봐주었다.

그들은 특별히 오 아주머니에게 음식을 많이 준비해달라고 부탁해 병원에 갖고 왔다. 몇 개월 동안 오 아주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야위었던 백윤서의 얼굴에 보기 좋게 살집이 올라 있었다.

오늘 백윤서는 일부러 어려 보이게 꾸몄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곱게 땋아 묶었으며 몸엔 옅은 색의 원피스를 입었다. 전연우와 함께 걸으니 커플이 아닌 삼촌과 조카 사이 같아 보였다.

문 앞에 도착한 그들은 병실 안에 낯선 사람 몇 명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베란다 쪽 익숙한 장소월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백윤서는 병실을 잘못 찾은 줄로 알았을 것이다.

두 사람을 본 장소월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알겠어요. 입에 맞으면 한 번 더 만들어 드릴게요. 안 드시는 음식이 있다면 저한테 알려주시면 돼요.”

“소월 씨가 만든 거라면 전 다 좋아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 오빠가 절 보러 와서요.”

“그래요.”

장소월은 전화를 끊은 뒤 베란다에서 나와 핸드폰을 경호원에게 돌려주었다.

“죄송해요. 한 번 더 오셔야겠네요.”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그가 돌아간 뒤에야 장소월은 전연우와 백윤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공허한 눈빛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지은 옅은 미소조차 부자연스러웠다.

“오빠, 윤서 언니, 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

백윤서는 전연우가 말하지 않자 어색함에 앞으로 걸어가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장소월에게 건넸다.

“소월아, 이제야 널 보러 와서 미안해. 얼마 전 모의고사가 있어서 공부하느라... 그리고 연우 오빠는 일이 바빠 맨날 야근했어. 부디 이해해 줘.”

장소월은 꽃다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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