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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그럼 뭘 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의 미래는 이미 일찌감치 그들에게 결정되어 있지 않았던가?

순간 들끓는 분노가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장소월은 그 답답함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백윤서는 병실 안 살 얼음장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오빠, 영화 시간 거의 다 되지 않았어요? 빨리 가지 않으면 지각이에요.”

그녀가 전연우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백윤서는 그들 두 사람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토록 전연우를 따르던 장소월이 왜 돌연 내정해졌고, 심지어 독한 말까지 내뱉는지 말이다.

화가 나 있는 전연우는 때로는 그녀도 감당할 수 없이 무섭다.

전연우가 그녀의 스케치를 보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돌변해 말했다.

“변한 게 하나도 없네. 3개월 동안 그 고생을 하고도 말이야.”

백윤서가 재빨리 전연우의 팔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장소월이 바닥에서 찢어진 그림을 주우며 말했다.

“전연우...”

그 말에 두 사람의 발걸음이 멈췄다.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요. 이제 더는... 나한테 강요하지 않으면 안 되나요? 가족들이 저한테 요구했던 일들 난 모두 받아들였어요. 서울대도, 결혼도, 모두 말이에요... 그러니까 남은 3년 동안은 제발 관여하지 말아 주세요.”

대체 왜 그녀의 그림까지 찢어발긴단 말인가?

전연우, 우리 사이에 남아있었던 티끌만큼의 정도 이젠 깡그리 사라져 버렸어.

그들이 돌아간 이후 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전연우와 너무 맞불을 놓듯 맞선 건가?

하지만 한 번 죽기까지 한 그녀가 그를 무서워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장소월은 도시락통에 들어있는 음식을 깨끗이 비웠다.

하지만 30분 뒤, 누군가 또 음식을 가져왔다. 장소월이 배고파할까 봐 그가 다른 식당에서 음식을 사 보낸 것이다.

장소월은 이미 배가 꽉 차 있었다. 그럼에도 숟가락을 든 손을 기계적으로 움직여 끊임없이 입안으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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