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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집에 방이 많지는 않았다. 장해진이 혼자 조용히 자는 것을 좋아해서, 2층의 서재와 안방은 모두 금지구역이었다.

3층에는 장소월과 전연우가, 4층에는 백윤서가 살았었다.

지금 소월이더러 3층 방을 내놓으라 하니 소월이는 어쩔 수 없이 5층으로 가야 했다. 이 집안에서 제일 높은 층이기도 했다.

그러나 5층의 유일한 좋은 점은 매우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방에는 큰 베란다가 있어 꽃을 기르고, 차를 마시거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낮부터 밤까지 방에만 있어도 심심하지 않을 만큼 좋은 곳이었다.

소월이는 진통제 몇 알을 삼키고 쓴맛에 얼굴을 찡그렸다. 물을 조금 마시고는 곧이어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때 아주머니가 흐린 얼굴을 하고 조심스레 들어왔다. “아무리 강만옥이 들어와 산다고 했어도, 방을 아가씨가 옮겨서는 안 되는 거였어요.”

장소월은 아주머니의 손을 꼭 잡고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띠었다.

“사실 이 방에 누가 살든 다 똑같아요. 저는 이곳보다 5층의 방이 더 좋아요. 거기엔 엄마가 그렸던 그림들이 많이 남아있으니까요.”

“엄마 사진도요. 혹시 알아요? 엄마가 꿈에 나와줄지. 이미 너무 오래 꿈에서 엄마를 만나지 못했어요.”

그곳은 어떤 의미에서는 어머니와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

아줌마는 미안함과 측은함이 뒤섞인 표정을 하고 소월이의 손을 꼭 잡았다. “우리 아가씨, 언제 이리 커서 어른스러워졌어요?”

‘왜냐하면 저는 이미 성인이 됐거든요. 아주머니, 저는 사실 많은 걸 알고 있어요...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더 주세요, 나중에 꼭 데리러 올게요.’

소월이는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평소 자주 사용하던 작은 물건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테리어회사 사람들이 찾아왔다. 소월이가 쓰던 낡은 가구들을 모두 바꾸고 페인트칠했다. 아기자기했던 벽은 창백한 백색으로 바뀌었다.

뒤이어 개인 브랜드 의류회사가 대량의 옷과 드레스를 위층으로 올려보냈다.

장해진은 종래로 여자에게 인색하게 굴지 않았다. 소월이가 알기로, 장해진과 3년을 교제했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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