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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확실히 약간 어수선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너무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위생 상태가 서울 시내보다 좀 뒤떨어진 것뿐이었다.

이곳은 개발을 거치지 않아 모두 구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거리엔 시장이 열려 있었는데 한 바퀴 돌아보니 물가는 꽤 저렴한 편이었다.

이곳은 서울의 가장 끝자락이라 이 골목을 지나가니 넓은 바다가 나타났다.

장소월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모래사장에 뛰어 들어가 눈을 감고 깊게 호흡했다.

그녀는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맨발로 모래를 밟았다. 바닷물은 좀 차가웠지만 머리에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은 그녀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그녀는 바닷가에서 군데군데 보이는 조개를 주우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 그녀의 귓가에 노기등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당신 누구야? 여긴 내 구역이라는 거 몰라?”

장소월이 몸을 펴고 뒤를 돌아보았다. 레게 헤어스타일에 진한 화장을 덧칠한 여자가 씩씩거리며 그녀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팔뚝엔 문신까지 그려져 있었는데 만만치 않은 여자 두목 같은 모습이었다.

장소월이 무슨 상황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여자가 그녀의 손에 들린 물건을 확 낚아챘다.

“넌 어디에서 온 촌년이야? 왜 처음 보는 얼굴이지? 이 가방엔 뭐가 들어있어? 나한테 갖고 와!”

“난...”

“됐어!”

여자는 장소월의 에코백을 거꾸로 들고 안에 있는 물건을 탈탈 털어냈다.

“다 쓸데없는 것들이네. 역시 촌년은 촌년이야.”

엽시연은 카드놀이에서 진 대가로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게 된 것이다.

그것 때문에 화가 났던 터에 마침 화풀이 할 먹잇감이 나타난 것이다.

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물건과 에코백을 줍고는 그녀와 충돌하기 싫은 마음에 곧바로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상대는 호락호락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내가 너한테 가라고 했어?”

그 말투는 조폭이나 다름없었다.

장소월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

엽시연은 손에 들고 있던 삽을 그녀에게 던지며 말했다.

“날 만난 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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