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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오 아주머니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장소월이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니 아직 여섯 시, 해도 채 뜨지 않은 시간이었다.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더 자요. 거의 다 했어요.”

장소월은 등 뒤에서 아주머니의 허리를 끌어안고 아래턱을 그녀의 어깨 위에 살포시 얹었다. 나른하고 애교 많은 고양이와 같은 모습이었다.

“무슨 맛있는 음식을 하는 거예요?”

“기름 연기가 많이 나니까 나가요. 더러워지면 안 되잖아요. 세수 용품을 좀 사 왔어요. 아가씨의 집에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저급한 브랜드지만 일단 쓰세요. 오늘 밤 제가 가서 물건들을 가져올게요.”

“저급한 브랜드면 뭐가 어때서요. 이모가 사 온 거라면 전 다 좋은걸요.”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가서 씻어요. 이것만 다 하면 완성이에요.”

“네.”

장소월이 입고 있는 잠옷은 오 아주머니가 입던 낡은 옷이었는데 촌스러운 디자인이라 한눈에 봐도 지긋한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옷이었다.

하지만 장소월의 몸에 걸쳐지니 더할 나위 없이 멋들어졌다.

그녀는 발에 투명한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수를 마쳤을 때 오 아주머니는 밥을 먹을 시간도 없어 다급히 문을 나섰다.

방 안엔 장소월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 밥을 먹었다.

떠나기 전 아주머니는 학교에 지각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그녀는 학교에 가지 않을 계획이었다. 그로 인해 퇴학당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

조금 쉬고 난 뒤 그녀는 뭐 더 살 것 있나 주위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조금 전 아주머니는 그녀에게 10만 원을 주고 백윤서에게로 갔다.

장소월은 에코백을 들고 긴 머리를 집게로 높이 얹었다. 손엔 오이 하나가 들려있었고 몸엔 여전히 오 아주머니의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

대체 누가 그 모습을 보고 부잣집 아가씨라고 예상이나 하겠는가.

“아가씨, 어디로 가려고요?”

장소월이 문을 잠그며 말했다.

“주위를 좀 둘러보려고요. 아주머니는 뭘 하러 나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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