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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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그녀는 갑자기 머릿속에 우정아가 떠올랐다.그녀는 비록 조건웅과 우정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자신보다는 훨씬 가까울 것이 분명했다.“간호사님, 잠시만요. 제가 조건웅 주변 사람에게 전화를 해볼테니까 기다려주세요. 금방 다시 전화를 드릴게요.”“예, 되도록 빨리 부탁드려요.”심유진은 우정아의 연락처가 없기에 조건웅의 친한 지인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여보세요? 오랜만이네요.” “어, 오랜만이네요. 근데 유진 씨 무슨 일이죠?”“다름아니라 혹시 우정아 핸드폰 번호 알아요? 좀 보내줄 수 있나요?”“드릴 수는 있는데……”“그럼 빨리 좀 보내주세요.”“근데 그 사람 지금 감옥에 있는 거 아니에요?”“네? 감옥이요? 무슨 이유로……”“몰랐어요? 우정아 씨가 유산 후에 우울증이 심해져서 조건웅 씨랑 매일 다퉜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매일 싸우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사건 당일에는 엄청 크게 싸웠대요. 그러더니 우정아가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차로 그를 받았다고 해요.”“세상에!”“원래 이 사실을 유진 씨한테 전하려고 했는데…… 너무 죄송스럽기도하고, 차마 제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근데 이렇게 유진 씨가 전화를 주시니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번 일은 참 유진 씨한테 죄송하게 됐습니다.”“아, 어쩔 수 없죠.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심유진은 사건의 진상을 듣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지독하게도 나를 힘들게 했던 조건웅과 우정아. 마지막이 좋지는 않구나. 이게 바로 인과응보인가? 이런 걸 보면 신이 있긴 한 것 같기도하네.’심유진은 조건웅의 병원비를 내줘야 하는 건지 아닌지 머리가 아팠다. 지금 그의 부모는 도망갔고, 동생은 연락두절에 우정아는 감옥살이까지……그녀는 그의 직장동료들에게 전화를 돌릴까 고민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때마침 간호사에게 전화가 왔고, 지금 당장 병원비를 내지 않으면 바로 퇴원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조건웅 저 상태로 퇴원을 하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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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정재하는 조각상처럼 벽에 등을 기대고는 문밖으로 나오는 그녀를 보았다.“왜 아직도 여기 있어요?” 심유진이 물었다.그녀는 그가 벌써 갔다고 생각했다.정재하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 옷 잘 안 닦일 것 같은데요. 여기 집주인이랑 잘 아는 사이라 옷 정도 빌려줄 수 있어요.”“아,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제가 좀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네요.”“아? 혹시 허 대표님하고요?”정재하는 심유진에게 옷을 빌려준다는 핑계로 허태준과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심유진은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아뇨. 정재하 씨, 저 혼자 갈 겁니다.”엄밀히 말하면 심유진은 허태준의 파트너로 파티에 온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허태준과 같이 다녀야 할 이유도 없고, 더더욱 그에게 바래다 달라고 할 권리도 없었다. 게다가 이 파티의 분위를 보아하니 허태준이 주인공임에 틀림없었다. 그녀가 그를 데리고 나간다면 파티의 흥이 깨질 것이 분명했다.“유진 씨, 혼자 간다고요? 차 가지고 왔나요? 이곳은 좀 구석진 곳이라 차가 잘 다니지 않아요. 만약 괜찮다면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는 허태준과 말을 몇마디 나누고 싶었지만, 그의 옆에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기에 심유진의 도움없이는 말은 커녕 눈인사도 못할 것 같았다. 정재하는 파티에 남아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심유진에게 호감을 얻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정재하가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라는 걸 지난번에 병원부터 느꼈다.그러나 그녀는 안면도 몇 번 트지 않은 그를 너무 성가시게하고 싶지 않았다.“택시 부르면 금방 와요. 괜찮아요.”그녀는 콜택시 앱을 키자마자 휴대폰을 정재하에게 빼앗겼다.“최근에 뉴스 못 봤어요? 콜택시 앱으로 예약한 차량에서 난 살인사건이요!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이렇게 외진 곳으로 콜택시를 불러요?”심유진도 정재하가 말하는 내용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제가 데려다 드릴 테니 걱정마세요!”정재하는 성큼성큼 앞장섰다.그녀의 휴대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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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두 분 어디가시는데요?”“일이 좀 있어서요. 나 대표님 그럼 먼저 가볼게요.”심유진은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허태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1층 연회장으로 돌아오자 흩어졌던 사람들이 또 다시 그를 에워쌌다.그는 기분이 언짢다는 듯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들을 막았다.“허 대표!”창가에 앉아 있던 나은희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이 파티에 온 모든 사람들이 허태준과 안면을 트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하지만 나은희는 원래부터 허태준과 잘 아는 사이었고, 그에게 아부를 할 이유가 없는 사람 중 하나였다.“나 대표.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나은희는 그의 질문에 서둘러 대답하지 않고 와인 한 잔을 들어 그에게 건넸다.“혹시 나하고 술이라도 한 잔 할까?”그녀의 의미심장한 표정에 허태준은 경계하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허태준은 나은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무뚝뚝하고 공과 사가 뚜렷한 여성이었다.“허 대표 내 선의를 너무 의심하는 거 아냐? 난 그저 거래를 하자는 건데?”“무슨 거래?”“심유진 씨에 관해서.”심유진이라는 이름을 듣자 허태준은 주저하지 않았다.“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데, 당장 말해봐.”나은희는 허태준의 반응을 보고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듯 크게 웃었다.“일단 나한테 여형민 씨 개인 핸드폰 번호를 줘. 그럼 내가 유진 씨가 어디로 갔는지 알려줄게.”나은희의 말을 듣고 허태준은 술잔을 내려놓았다.“좀 곤란한데……. 심유진을 찾는데 굳이 다른 사람을 통할 이유는 없지.”그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심유진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직접 심유진 씨에게 전화해보던가.”그녀의 태도에 허태준은 이상함을 느꼈다.허태준은 심유진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음이 몇 번 가기도 전에 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며 전화가 끊어졌다. 허태준은 고개를 갸우뚱하면 몇 번 더 전화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그 모습을 본 나은희는 술을 한 모금 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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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정재하의 차는 지난번과 같은 은색 벤츠였다. 스포츠카라 그런지 아주 속도가 빨랐다. 바람이 거세게 불자 심유진은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속도를 좀 낮춰주시지요? 너무 추운데…… 그리고 이거 덮개는 안 닫혀요?”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심유진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비비안이 머리카락을 단단히 묶어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엉겨붙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를 일이었다.정재하는 뒤늦게 놀란 듯 덮개를 닫고 히터를 켰다.“오! 미안해요. 혼자 운전하는 게 버릇이 돼서!”심유진은 머리를 정리하며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근데 유진 씨, 시간이 늦었는데 S 대학병원에 가서 뭐해요?”“그냥 일이 좀 있어요.”정재하는 그녀가 대답하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한 시간 후에 차는 S 대학병원 입구에 섰다.“오늘 감사했어요.”심유진이 차에서 내리려 하자 정재하가 그녀를 불러세우더니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었다.“밤에는 쌀쌀하니 이거 걸쳐요.” “아……”평소같았으면 거절했을 심유진이지만 날씨도 너무 추웠고, 옷도 얇아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늦은 시간이라 병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심유진은 조건웅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 담당 간호사를 찾았다.“조건웅 씨 담당하시는 분 계신가요?”“전데요. 혹시 전 와이프 분?”심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어디로 가서 결제하면 되나요?”“지금 시간이 늦어서 원무과 직원들은 모두 퇴근했으니, 핸드폰으로 병원 어플 다운받아서 거기서 납부하시면 됩니다. 여기 조건웅 씨 진료카드 번호 입력하시고 비용 납부하시면 끝이에요. 그리고 이것만 있으면 다음 납부 때도 병원에 오실 필요없어요.”간호사는 서랍 속에서 QR코드를 꺼냈다.심유진은 조건웅과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다시 얽히고 싶지 않았기에 어플까지 다운받아가며 그의 병원비를 내주기 싫었다. 게다가 병원비 납부에 자신의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매번 그의 병원비가 자신의 카드에서 빠져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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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심유진이 병원에서 나오는 것을 본 정재하는 얼른 차에서 내렸다.“유진 씨!”그는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표정으로 손을 휘휘- 흔들었다.“아직 안 갔어요?”“아 그게…… 하하.”정재하는 한참 동안이나 실없이 웃어댔다.“허 대표님! 저한테 직접 전화를 주셨어요!” “아, 그래요? 왜 전화를 했대요?”“허 대표님이 저한테 유진 씨랑 같이 있냐고고 물으시더니 어디냐고 유진 씨를 데리러 오겠다고 했어요.” “지금요? 전화를 언제 받았는데요?”심유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유진 씨가 병원에 들어가자마자 허 대표님의 전화가 왔어요. 아마 30분 전이었죠.”심유진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이미 아홉시가 넘었다.‘그가 여기까지 오려면 적어도 한 시간이 걸릴텐데…… 게다가 파티가 일찍 끝날리 없잖아, 나 집에 너무 늦게 가는 거 아니야?’심유진은 서둘러 허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지금 어디야.”그녀는 허태준의 목소리에서 기분이 언짢음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여기 S병원이요. 근데 굳이 여기까지……”“지금 가는 중이야.”허태준의 말소리에는 약간의 바람소리도 뒤섞여 있었다.“오지 않으셔도 돼요. 여기 재하 씨도 같이 있어서 재하 씨가 저를 집에 데려다 주면 되거든요.”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녀는 찬 바람에 몸을 떨며 정재하의 외투를 조금 더 졸라맸다.“나 지금 가고 있으니까 어디 갈 생각말고 거기 있어.”“그래도 굳이……!”그는 심유진의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심유진은 어두워진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발만 동동굴렀다.정재하가 그런 심유진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뭐라고 하십니까? 여기로 오신대요?”“네.”정재하는 환호성을 지르며 뛸 듯이 기뻐했다.두 사람은 추위를 피하기위해 차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삼십분 후 병원 입구로 마세라티 한 대가 거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심유진은 한눈에 허태준의 차임을 알아보았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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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심유진은 허태준의 반응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왜 그가 화가 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차가운 공기를 감지하지 못한 정재하는 싱글벙글 웃으며 허태준의 앞으로 갔다.“허 대표님, 우리 또 만났네요.”“아, 그러네요.”허태준은 정재하가 청한 악수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정재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심유진은 정재하가 상처를 받을까봐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허 대표님께서는 결벽증이 좀 있으세요……”정재하는 심유진의 말을 듣고 얼른 손을 거두어들였다.“허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무례했습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사과했다.“아뇨, 괜찮아요.”“……”“아, 정재하 씨? 오늘 고마워요.”허태준의 말에 정재하의 얼굴에는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고맙다는 말은 마세요. 당연한 일인걸요. 게다가……”“심유진 씨, 그 옷 정재하 씨에게 돌려주지?”허태준은 정재하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아, 맞다. 이거 돌려드릴게요.”그녀가 외투를 돌려주자마자 허태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가자.”그의 손은 예전과 다름없이 차디찼다. 하지만 정재하의 외투가 따듯했던 탓에 차가운 손이 몸에 닫았지만 소름이 돋지는 않았다.그 두 사람이 차에 오를 때까지 정재하는 심유진이 돌려준 외투를 든채 멍하니 서 있었다.“설마…… 두 사람……?”정재하는 방금 허태준의 행동을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이다.“분명 허 대표가 결벽증이 있다고 했는데, 방금 심유진 씨 손목을 잡았잖아?”정재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검은 마세라티가 새카만 도로를 질주했다.심유진은 무의식적으로 안전벨트를 꽉 졸라매며 조용히 물었다.“비비안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건가요?”“아니.”심유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돌아가서 치마를 깔끔하게 세탁해 볼 생각이었다. “근데 파티 도중에 나오셔도 괜찮습니까?”“안 괜찮지.”“네?”허태준은 턱을 세운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심유진은 미안한 얼굴로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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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저도 가기 전에 말씀을 드리려고 했어요. 하지만 나은희 씨가 허 대표님이 지금 여자와 밖에 있다고, 곤란하다는 식으로 얘기하시길래 그냥 나온겁니다.”허태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전 남편의 병원비를 왜 네가 내는 거지? 그의 가족은?”“하, 그 생각만하면 화가 나네요. 저 사람 부모님 두 분 다 도망갔고, 간호사는 저한테 매일같이 돈내라고 들들 볶아요.”“부모도 포기한 사람을 왜 네가 거두는 거야? 저 남자하고 무슨 관계가 남았다고 그 돈을 내주는 거고? 멍청한 짓하는 거잖아.”그녀는 직설적인 그의 말에 화가 났지만 그가 한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어쩌면 저 남자 부모가 네 약한 마음을 이용하려는 것일 수도 있어. 그냥 둬봐. 자기 아들이 죽는다는데 가만히 있을 부모가 어디있어?”심유진 내심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욕할까봐 걱정이 되어 그의 병원비를 내준 것도 있다. 전 남편이 위독하다는데 그냥 죽기만을 바라본다면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 할 것 같았다.“설마 저 남자한테 미련이라도 남은 거야? 네 재산을 몰래 빼돌린 남자한테?”“아뇨! 전혀 그렇지 않아요!”심유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크고 맑은 눈에는 그에 대한 불만이 배어 있었다.“그게 아니라면 다행이네, 아무튼 이제부터는 저 남자 병원비고, 간호사 연락이고 받지마.”**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심유진은 그가 빌려준 외투를 건네주었다.“허 대표님, 이거 돌려드릴게요.”그러자 허태준은 심유진의 치마의 얼룩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아니, 이거 어떻게 된 거야?”심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난감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조심성 없이 술을 쏟아버렸어요. 이거 비비안에게 돌려줄 때 제가 금액 변상할게요.”그녀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아마 몇 백은 하겠지? 설마 몇 천은 아니겠지? 당분간은 손가락이나 빨며 살아야겠구나.’허태준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거 빌린 거 아냐.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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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어려운 부탁은 아닐 거야.”사람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부탁에는 커다란 함정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허태준은 비록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좋은 사람도 아니다.그렇기에 심유진은 그냥 돈으로 변상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무슨 부탁인지는 모르겠지만, 허 대표님 그냥 돈으로 변상해드릴게요.”허태준은 심유진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지. 내일까지 1억을 내 계좌로 보내.”“네? 무슨 옷이 그렇게 비싸요? 1억짜리 옷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왜? 못 믿겠어?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된다면, 비비안더러 영수증을 찍어서 보내라고 할게.”허태준은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그의 당당한 태도에 심유진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제가 현재는 그렇게 큰 돈이 없어서요. 제가 소송에 승소하고 집이라도 팔게 되면 그때 일부분 상환해도 될까요?”“그때가 언제인데?”“아직 미정이지만…… 아니면 매달 갚을게요.”“심유진 씨, 월급이 얼마지?”“……”“한 천 만원쯤 되나? 거기서 생활비 제외하고 사사로운 소비 제외하면 남는 게 있긴 한가?”심유진은 그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이자도 안 나오는 걸 매달 받아서 뭐해? 분납은 거절하지.”두 사람이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19층에 도착했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지만 심유진은 쉽게 내리지 못했다. 허태준이 그녀의 사정을 봐주지 않자 심유진은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끝내 말을 꺼냈다.“대표님께서 제게 부탁하실 내용이 뭐죠?”심유진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내일 당장 1억이라는 큰 돈을 갚을 수도 없고, 그는 그녀의 분납도 거절했다.그녀의 말에 허태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아주 간단해. 그냥 내 연인인척 해주면 돼.”“네?”심유진은 옷 값이 1억이라는 것보다 더 크게 반응했다.“대표님께서는 마음만 먹으면……”심유진은 그의 제안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외모며 경제적 조건이라면 어떤 여자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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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제가 대표님의 연인인 척해도 대표님 주변에 여자들은 끊이지 않을 텐데요?”심유진은 남자 하나 잘 물어서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여자들이 이 세상에 수두룩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아직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려는 건가? 게다가 1억을 갚지 않아도 되는데?”“……”“쓸데 없는 걱정은 마. 무리한 요구는 없을 거야. 진짜 연애하는 건 아니니까. 그저 오늘처럼 나와 함께 파티나 행사에 가주기만 하면 돼. 그렇게 되면 주변에 여자들이 덜 꼬이겠지.”허태준은 자신이 말을 하는 도중에도 자신에게 키스를 퍼부었던 여자의 얼굴이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좋아요.”심유진은 그의 옆에 Ai처럼 서있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그럼 기간은 얼마나 하나요?”“기간? 음…… 반년 정도 어때?”심유진은 꽤나 까다로운 그의 옆에 반년이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녀의 한숨소리를 들은 그는 기분이 나빠졌는지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정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면 내일 당장 1억 갚고, 이 일은 없었던 거로 해도 돼.”심유진은 돈으로 위협하는 그를 보며 주먹이 꽉 쥐어졌다.“그래요. 좋아요 반년으로 하죠!”“좋아, 그럼 여형민에게 계약서를 준비하라고 하지.”**허태준은 자신이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었다.이튿날 그는 여형민을 통해 계약서를 보내왔다.“심 매니저, 이렇게 또 뵙네요.”“네, 변호사님. 계약서를 가져오신 건가요?”“네. 여기 드릴게요.”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심유진은 허태준의 연인으로 가장하여 그가 참여하는 모든 행사에 동반한다.][이에 상응하는 대가는 1억이며, 계약은 오늘 날짜를 기준으로 6개월로 명시한다.]심유진은 여형민이 내민 계약서 두 장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여형민은 계약서 한 부를 그녀에게 주고 하나는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맞다, 심 매니저, 재산 분할 소송 준비는 이미 다 해두었으니 언제 법원에 갈지만 정하면 됩니다.”“현재 전 남편이 병원에 있는데, 가능한가요?”“조건웅 씨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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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아니요. 나 대표님한테 제가 왜 변호사님의 번호를 줬겠어요?”심유진은 여형민의 물음에 결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여형민은 예상했다는 듯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며 누구에게나 들릴 법한 소리로 말했다.“허태준 이 개자식!”**보름 정도 후에 여형민은 이혼 관련 기소장과 각종 자료들을 모두 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에서는 심사를 마친 후 내용을 조건웅에게 보냈다.기소장을 보냈다는 소식이 들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조씨네 부모가 다시 나타났다.하지만 전과는 달리 심유진을 직접 찾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궁금한 스토리 Y라는 방송 작가들을 통해 심유진을 찾았다.방송 작가들은 하나 같이 목에 방송국 카드를 걸고 있었으며 그들은 로열 호텔 고객들에게 익명의 제보를 받기 위해 돌아다녔다.마침 작가들이 찾아왔을 때, 호텔 총괄 지배인이 자리를 비운 날이었으며 갓 들어온 신입 두 명이 메인 홀을 보고 있었다.두 신입은 방송국에서 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무척 흥분했다. 그들은 신이나서 작가들이 물어보는 것에 성실하게 대답했다. 심 매니저가 하는 일이며, 사무실의 정확한 위치며, 그들이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을 해준 것이다.심유진이 한창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녀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평소 호텔 직원들은 그녀의 사무실에 오지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깜짝 놀라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문쪽으로 걸어갔다.“누구시죠?”문을 여니, 한 남자와 두 여자가 줄지어 들어왔다.심유진은 이 사람들이 왜 자신의 사무실로 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저기, 무슨 일이시죠?”심유진은 고객이 컴플레인을 걸려고 들어온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세 사람 중 한 여자가 앞으로 나오더니 흘러내린 안경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심유진 씨. 방송국에서 왔습니다.”“네?”’“궁금한 스토리 Y라고 하시나요?”심유진이 유명 프로그램을 모를 리 없었다. 궁금한 스토리 Y는 지역 방송국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에서 십년 동안이나 인기를 유지했으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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