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미친 그날 밤: Chapter 121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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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그만해!”송태범이 그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백수연은 코웃음 치며 그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송연아에게 경고했다.“넌 이미 시집간 딸이라 송씨 집안의 재산을 넘볼 생각도 하지 마. 그건 전부 예걸의 몫이야.”“나 아직 안 죽었어. 벌써 유산을 나눌 생각이야? 지금 날 죽으라고 저주하는 거야 뭐야?”송태범은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백수연 때문에 제 명에 못 살 것 같았다!백수연이 씩씩거리며 그의 등을 두드려줬다.“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 당신은 내 기둥이에요.”그녀는 아직 송태범이 죽길 바라지 않는다. 남편을 설득하여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았으니까!송연아는 백수연을 흘겨보며 그녀가 송씨 집안의 재산을 노리는 걸 단번에 알아챘지만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병실을 나서서 오은화에게 말했다.“가요 인제.”오은화가 그녀의 휠체어를 밀어주었다.다리의 깁스를 풀었고 의사 선생님이 며칠 후면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 격렬한 운동은 삼가라고 했다. 예를 들어 달리기, 줄넘기 등 다리를 쓰는 운동 말이다.송연아는 깁스를 풀고 전문의를 찾아가 송태범의 상태를 전해 들었다.전문의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송태범의 상태가 매우 안 좋아 살 날이 며칠 안 남았다고 그녀에게 말했다.의사의 말을 들은 송연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만 저희도 환자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며칠이라도 더 살게 해드려야죠.”전문의가 말했다.송연아는 온 마음을 다해 고마움을 표했다.“고마워요 정말.”그녀는 병원을 나선 후 줄곧 흐리멍덩하고 정신이 딴 데 팔린 것 같았다.저녁도 조금 먹고 씻은 후 바로 침대에 누웠다.강세헌은 매우 바빠 밤늦게서야 집에 돌아왔다.그는 샤워를 마친 후 그레이색 실크 잠옷을 입었다. 건장한 체구에 뭘 입어도 옷 태가 살아 잠옷을 대충 걸쳐도 안구 정화되는 기분이었다!강세헌은 송연아의 옆에 누웠다. 송연아는 그가 들어올 때 이미 잠에서 깼지만 꼼짝하지 않고 쭉 잠든 척했다.강세헌이 팔을 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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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언제 발생한 일이야?”전화기 너머로 임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저도 방금 접한 소식입니다. 아마 요 이틀에 일어난 일인 것 같아요.”“반드시 사람 찾아와!”강세헌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네.”그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식탁에 내던졌다.“쾅!”요란한 소리가 그의 현재 기분을 드러냈다.송연아가 재빨리 질문했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화를 내요?”안에 갇혀 있던 최지현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어 나갔는데 그녀를 구출한 사람이 바로 전에 만나던 재벌 2세 주혁이었다.송연아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강세헌은 말을 아꼈다.“아니에요, 아무것도.”강세헌은 최지현이 밖에서 잘 먹고 잘사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그녀가 사칭한 바람에 강세헌은 제 아이까지 다치게 했다!송연아도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회사 일이 내키지 않는 거로 여기며 계속 머리 숙이고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후 강세헌이 외출하려 할 때 전 집사가 왔다.“도련님, 회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저랑 함께 본가에 다녀오시죠.”강세헌이 대답했다.“알았어요.”그는 고개 돌려 송연아에게 당부했다.“집에서 푹 쉬고 있어요.”그녀의 다리는 아직 완치하지 못했다.송연아는 얌전히 머리를 끄덕였다.전 집사는 강세헌의 뒤에서 따라 나갈 때 고개 돌려 송연아를 힐긋 쳐다봤는데 그 눈빛이 실로 의미심장할 따름이었다!송연아는 강의건이 왜 강세헌을 보자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송태범이 강의건을 찾아가서 그런 걸까?어르신은 지금 강세헌에게 이혼에 관한 얘기를 하려는 걸까?송연아는 의외로 살짝 긴장했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흐트러진 눈빛으로 멍하니 있었다.지금 왜 긴장하고 있는 걸까?이혼이야말로 그녀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던가?다만 강세헌의 자상함을 생각하노라면 왠지 자신이 너무 야박한 것 같았다.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이 너무 싫었다.이건 완전히 그릇된 생각이다.그녀의 아이를 간접적으로 해친 남자인데, 어떻게 그런 남자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녀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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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전 집사가 앞으로 다가갔다.“회장님, 도련님께서 화나셨어요?”강의건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몰라서 물어?”강세헌의 태도는 더없이 강경했다!“도련님은 지금 연아 씨에게 감정이 생겨서 이혼하기 싫으신 거죠?”전 집사가 추측했다.강의건도 얼추 눈치챘다.“다 내 탓이야. 그 아이의 됨됨이도 잘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세헌이 옆에 붙여줬어. 세헌이랑 연아 이혼시키는 거 쉽지만은 않겠어.”“도련님 성격은 회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도련님이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 이룰 수 없어요.”전 집사가 말했다.“잊었어? 세헌이한테도 마음 약한 구석이 있잖아.”강의건의 말에 전 집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회장님 말씀은...”“세헌이는 그걸 아주 중시해. 내가 알기로 세헌이가 열 살 되던 그해, 인공산 뒤의 연못에 빠졌을 때 옥패를 잃은 여자아이가 세헌이를 구해줬어. 나중에 세헌이도 찾고 나도 대신 찾아다녔는데 그날 집에 온 사람이 하도 많아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지.”“그때도 못 찾은 걸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찾을 수 있겠어요?”전 집사가 물었다.강의건은 전 집사를 힐긋 쳐다봤다.“찾고 안 찾고는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세헌의 믿음이야.”전 집사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아이고, 왜 이렇게 멍청해?”강의건이 설명했다.“그냥 믿을 만한 여자아이를 한 명 데려와 세헌이한테 그때 구해준 여자애라고 말하면 될 거 아니야?”“하지만 도련님께서 쉽게 믿어주실까요?”전 집사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다!강의건은 전 집사가 꽉 막힌 사람이라고 꾸짖었다.“그때 세헌이는 고작 열 살이야. 그 일은 기억하겠지만 세부적인 건 거의 다 잊혔을 거야. 게다가 우리가 그 과정을 대충 여자아이에게 말해주고 그 애가 당시 상황을 대략 설명하면 세헌이도 믿게 돼 있어.”전 집사는 강의건보다 섬세했다.“하지만 갑자기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눈치 빠른 도련님이 수상한 낌새를 바로 알아챌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 여자아이가 왜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연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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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그녀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상대가 강세헌이란 걸 똑똑히 보았다.“왜 그래요?”송연아가 물었지만 강세헌은 못 들은 것처럼 그녀의 옷을 힘껏 찢었다.마치 성난 야수처럼 난폭하고 거침없었다.송연아도 몸부림쳤지만 남자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그녀의 몸에 싸늘한 한기가 감돌았고 옷이 스르륵 흘러내렸다.순간 그녀는 발가벗은 채로 강세헌에게 알몸을 드러냈다.송연아는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갈라 터진 목소리로 울부짖었다.“강세헌,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나야말로 묻고 싶어! 너 나랑 이혼하려고 아버님까지 동원해서 우리 할아버지께 무릎 꿇게 해? 송연아, 이혼이 그토록 하고 싶어?!”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싸늘했다.송연아는 문득 어리둥절해졌다.‘아빠가 회장님을 설득하려고 무릎까지 꿇었어? 내가 이혼하는 걸 도와주려고?’그녀는 숨이 턱턱 막혔다.분노에 찬 강세헌은 그녀의 턱을 세게 꼬집었다.“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뭔데? 왜 네 마음은 뜨거워지지 않냐고? 왜?!”송연아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 속에 실망과 적막함, 그리고 고통까지 담겨 있었다.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그에게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미처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송연아는 애써 눈물을 꾹 참으며 독하게 말했다.“맞아, 나 너랑 이혼하고 싶어, 읍...”강세헌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는 모질게 키스를 퍼부었다. 한없이 거친 제스처였다.하지만 송연아는 그런 강세헌이 전혀 밉지 않았다.그가 지금 왜 이토록 미쳐 발광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그녀가 이혼하고 그의 곁을 떠나려 하니 강세헌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송연아는 그 순간 애틋한 그의 진심을 느꼈다.그녀는 둘 사이의 갈등과 원한을 제쳐두고 지금 이 감정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송연아는 문득 강세헌이 주는 느낌과 그 숨결이 너무 익숙했지만 더 생각할 겨를 없이 바로 정신을 다잡았다....끝난 뒤 강세헌은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송연아만 방에 남겨둔 채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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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그건 바로 강세헌 때문이었다.하지만 송연아는 이혼할 마음이 너무 단호했다. 강세헌이 아무리 참고 배려해도 그녀의 마음은 바뀌지 않을뿐더러 장인어른까지 앞세워 그의 할아버지께 무릎 꿇고 이혼시켜달라고 애원했다.송연아는 이혼할 마음을 철석같이 굳힌 듯싶다.그녀의 이런 성격에 강세헌은 그날 밤 그 일을 감히 말할 엄두가 안 났다.말했다가 도리어 그를 더 미워하는 건 아닐까?“송연아 씨가 정말 대표님을 마음에 두고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임지훈이 아이디어를 냈다.“어떻게 할 건데?”강세헌이 몸을 돌려 그에게 되물었다.“송연아 씨가 만약 대표님께 미움만 남아있다면 대표님이 딴 여자랑 함께 있을 때 전혀 아무렇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호감이 있다면 무조건 질투할 겁니다.”강세헌이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임지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이 방법이 아주 괜찮을 듯싶었다.절대 허튼수작은 아니다!“지금 더 나은 방법도 없잖아요. 송연아 씨가 대표님께 감정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임지훈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강세헌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이 일은 네가 알아서 진행해. 단,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해.”“알겠습니다.”임지훈이 대답했다.“아 참, 최지현은 찾았어?!”강세헌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지금 찾고 있습니다.”임지훈이 곧바로 대답했다.“무조건 찾아내. 시신이라도 건지란 말이야.”강세헌이 이 말을 건넬 때 음침한 한기가 감돌았다.“네, 빨리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저 때문에 주혁이가 기회를 잡았어요.”...송연아는 오늘 별장에서 나가지 않았다. 의사의 분부대로 다리 훈련을 하니 이젠 걸을 수도 있었다. 너무 과격한 운동만 안 하면 아무 지장이 없다.다만 그녀는 오늘 시도 때도 없이 넋을 놓다 보니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그녀도 본인이 왜 이런지 이해가 안 됐다.정신이 흐리멍덩하고 자꾸 시계만 들여다보며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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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송연아는 여자의 허리를 감싼 강세헌의 손을 빤히 쳐다보더니 낯빛이 어두워지고 가슴을 후벼 파듯이 아팠다.“날 보러 왔어?”강세헌이 물었다.그는 송연아의 매 순간 표정을 놓칠세라 뚫어져라 쳐다봤다.송연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난 볼 일 있어서 먼저 갈게요.”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기사에게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했다.“얼른 가요, 얼른!”송연아는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차가 출발하고 그녀는 감히 문 앞을 쳐다보지 못했다. 강세헌이 딴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 순간, 송연아는 제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이런 줄도 모르고 강세헌을 찾아가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하다니!“그 사람은 네 원수야!”송연아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저 자신을 한껏 비웃었다.“송연아, 너 미쳤어. 홀려도 제대로 홀렸지. 어떻게 네 애를 해친 남자를 사랑할 수가 있어?!”“사모님...”기사가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봤다.그녀는 너무 흥분하여 혼잣말을 내뱉었는데 정상은 아닌 듯싶었다!송연아가 얼굴을 비비며 감정을 추스르고 대답했다.“저 괜찮아요.”“별장으로 돌아갈까요?”기사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병원으로 가요.”곧이어 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송연아는 차에서 내려 송태범의 병실로 걸어갔다. 이제 막 문을 열려는데 백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예걸아, 너희 아빠 병세가 위독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무조건 아빠한테 잘 보여야 해. 그리고 송연아를 꼭 경계하고 있어. 만에 하나 걔가 네 아빠 유산을 뺏어갈 수도 있으니. 네 아빠 돈은 전부 네 거야. 너야말로 유일한 아들이지.”송예걸은 엄마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엄마, 아빠 아직 안 죽었어. 벌써 유산을 노리는 거야?”“미리 널 위해 준비하는 거잖아!”백수연은 송태범이 여전히 송연아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하여 그녀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예걸아, 절대 어리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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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그는 병실에 들어가며 백수연에게 말했다.“여긴 너 필요 없으니 돌아가 봐.”백수연이 아양을 떨었다.“옆에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어떡해요. 내가 여기서 함께 있어 줄게요.”그녀가 무슨 속셈인지 송태범은 너무 잘 알고 있어 곧바로 허를 찔렀다.“내 재산을 전부 가지려는 속셈이잖아.”백수연이 황급히 변명했다.“아니에요. 저는 괜찮지만 예걸이만큼은 소홀히 하지 말아요. 걔가 경찰서에 도장 찍힌 애라 나중에 취업이 힘들 거예요. 부디 예걸이 잘 돌봐줘요.”송태범은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은 채 바로 침대에 누웠다!그가 바보도 아니고 제 아들을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있을까?송연아는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송예걸이 그녀를 따라 병원을 나섰다.“누나.”송예걸이 먼저 그녀를 불렀다.송연아는 고개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물었다.“왜?”“누나가 아빠한테 교수님을 찾아주셨다고 들었어요. 고마워요.”송예걸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전과 같은 적의가 전혀 없었다.“내 아빠이기도 하셔. 나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송예걸과 굳이 더 나눌 얘기도 없었다....천주그룹.송연아가 몸을 돌린 순간 강세헌은 그 여자를 바로 놓아줬다.여자의 이름은 이지안이고 임지훈이 강세헌에게 마련해준 비서이다!물론 강세헌은 비서가 따로 필요 없다. 이미 있으니까. 경력도 없고 실력도 없이 가진 거라곤 명문대 졸업장뿐인 그녀를 강세헌에게 남긴 이유는 바로 예쁘기 때문이다.송연아를 질투하게 하려면 우선 외적 조건이 좋아야 한다.“대표님.”강세헌이 손을 내리자 이지안은 기분이 살짝 가라앉았다.“가서 임지훈 불러와.”강세헌이 차갑게 말하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좀 전까지만 해도 먼저 다정하게 다가오더니 지금은 왜 또 이렇게 차가워진 걸까? 이지안은 도통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직 신입이라 더 캐물을 수도 없었다.그녀는 임지훈을 찾아갔다.임지훈은 아래로 내려와 강세헌에게 차 문을 열어줬다.“대표님.”“방금 연아랑 마주쳤는데 화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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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임지훈은 그녀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이지안의 예쁜 두 눈이 순간 반짝거렸다.임지훈이 말을 마친 후 그녀가 대답했다.“알았어요.”“단, 절대 딴마음을 품으면 안 돼요, 알겠죠?”이지안은 다소곳하게 대답했다.“네.”“가봐요.”저녁에 임지훈은 강세헌이 별장에 돌아간 걸 확인하고 이지안에게 알렸다.별장 안에서.송연아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강세헌이 돌아왔지만 그녀는 보는 척도 안 했다.책도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강세헌은 딴 여자가 있으면서 어떻게 그녀를 좋아하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을까?게다가... 그런 짓까지 하다니!남자는 늑대라더니 좋든 싫든 그런 짓은 다 벌일 수 있단 말인가?처음엔 그가 너무 화나서 이성을 잃고 그런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강세헌도 예외는 아니었다.남자라면 다 예쁜 여자를 좋아하기 마련이다.강세헌은 외투를 소파에 내던지고 테이블 옆에 서서 그녀를 쳐다봤다.“나한테 할 말 없어?”송연아가 책에서 시선을 떼고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없어요.”그녀는 속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했다.강세헌 앞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몸을 사렸다.울고불고 난리 치면 그를 너무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설사 신경이 쓰여도 절대 아닌 척 연기해야 했다!강세헌은 그녀의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으니까!그는 입술을 앙다물고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이 여자는 대체 왜 이렇게 매정한 걸까?이미 서로 깊은 사랑도 나눈 사이인데 왜 아직도 한없이 차가운 걸까?!강세헌은 넥타이를 풀어헤쳐 송연아에게 내던졌다. 마치 유치한 어린아이처럼 말이다!“당신은 양심도 없는 여자야!”그는 말을 마친 후 씩씩거리며 위층에 올라갔다.송연아는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실소가 새어 나왔다.보아하니 기분이 언짢은 것 같은데 대체 뭐가 언짢다는 걸까?근무시간에는 미인을 곁에 두고 집에서는 또 송연아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려는 걸까?송연아는 이번에 절대 걸려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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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이혼?”그의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리고 분노가 극에 달하니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그는 이 여자의 심장을 꺼내서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보고 싶었다!어떻게 이토록 매정할 수 있을까!“이혼은 이번 생에 꿈도 꾸지 마. 넌 죽어서 귀신이 돼도 내 옆에 있을 테니까!”송연아도 분노가 차올랐다.원한을 내려놓고 그에게 솔직하게 고백하려 했는데 정작 그의 옆엔 딴 여자가 있었다!송연아는 저 자신이 너무 어리석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하마터면 그가 진짜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할 뻔했다!“좋아요, 내일 나가서 내가 당신 와이프라고 여기저기 떠벌릴 거예요. 게다가 당신을 수없이 배신하는 여자라고도 말해야죠. 여러 남자를 만났고 심지어 딴 남자의 아이도 낳았다고 할 거예요. 나 반드시 당신 역겹게 해줄 거야!”강세헌은 그녀 때문에 화가 나서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이 여자가 진짜! 작정하고 날 미치게 하네!’“감히 그러기만 해봐!!”“어디 한번 지켜보시던가!”송연아도 뒤질세라 강경하게 쏘아붙였다.강세헌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마음을 추슬렀다.“왜 도통 말이 안 통해?”송연아는 기가 차서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그가 가식을 떨어놓고 인제 와서 왜 또 신경 쓰는 척인 걸까?“도련님, 이지안 씨라는 분이 도련님을 찾아왔어요.”오은화가 문을 두드렸다.송연아는 곧바로 문 앞을 쳐다봤다.이지안?강세헌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분명 임지훈에게 처리하라고 했는데 왜 또 나타난 걸까?“안 봐요, 가라고 해요!”강세헌이 단호하게 거절했다.문 앞까지 도착한 이지안은 그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서류 보내드리러 왔어요.”강세헌이 미간을 구기자 송연아는 그가 일부러 난감한 척하는 거라고 여겼다.허리까지 감싸 안더니 인제 와서 또 선을 그으려고?송연아는 그에게 쏘아붙이고 싶었다.‘적당히 해요, 세헌 씨!’“아주머니, 들어오라고 하세요.”송연아가 강세헌 대신 말했다.오은화가 문을 열자 이지안이 안으로 들어왔다. 보아하니 그녀는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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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송연아는 홧김에 강세헌의 손을 뿌리쳤다.딴 여자랑 호텔 가기로 약속했으면서 그녀 앞에선 여전히 좋아하는 척 연기한 걸까?그야말로 배우 뺨치는 연기였다!!“강세헌, 넌 진짜 사기꾼이야!”송연아는 화가 나서 위층에 올라가려 했지만 다리가 완치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너무 빨리 달려간 탓인지 그것도 아니면 딴 곳에 정신이 팔려 계단을 헛디뎠는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제때 손잡이를 잡아서 몸을 지탱했다.이에 그녀는 울화가 더 치밀었다. 강세헌 앞에서 망신당한 것도 모자라 내연녀 앞에서까지 이 꼴을 당했으니 말이다.송연아는 불만을 늘어놓았다.“이 계단 설계가 너무 후져요. 뭐 이렇게 허름한 별장이 다 있어!”강세헌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람 불러서 당장 무너뜨리고 네 뜻대로 리모델링해.”송연아는 고개를 홱 돌려 그를 째려봤다.‘이 남자가 진짜, 또 나한테 끼 부려?’“아직도 날 신경 쓸 겨를이 있어요? 얼른 호텔이나 가라고요!”송연아는 기세등등하게 위층으로 달려갔다.강세헌은 씩씩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그녀가 이토록 화내는 건 질투해서겠지?그를 엄청 신경 쓰기 때문이겠지?이렇게 생각하니 강세헌은 입이 귀에 걸릴 것만 같았다.그의 말투도 살짝 부드러워졌다.“임 비서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어?”이지안은 흠칫 놀라더니 강세헌이 본인에게 묻는 걸 알아채고 얼른 대답했다.“네.”사실 아니었다.임지훈은 단지 그녀에게 서류 드리러 가서 송연아에게 보여주도록 하라고만 했었다.호텔 가는 건 그녀 스스로 지어낸 말이다.이지안은 송연아와 강세헌이 헤어지길 바랐다!“알았으니까 돌아가 봐.”강세헌은 그녀에게 거리를 두며 아주머니더러 손님을 배웅하라고 했다.이지안도 너무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예의 바르게 아주머니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강세헌은 임지훈에게 전화해 별장에 오라고 분부했다.임지훈의 아이디어가 도움은 됐지만 그의 허락 없이 이렇게 하는 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강세헌은 이 점을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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