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1265 챕터
제41화
차 안의 분위기는 갑갑했다.집으로 돌아온 강세헌은 위층으로 올라가며 물었다.“자고 있어요?”아주머니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사모님께선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강세헌이 발을 멈추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니 벌써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고 어디로 간 걸까?‘이 여자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네!'화가 치밀어오른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퇴근 후 택시를 타고 돌아오던 송연아는 뜻밖에도 다른 곳에 도착했다.도착해서야 그녀는 이 운전기사가 고훈이 안배한 사람이고 그녀는 고훈의 저택에 인질로 잡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훈은 사람을 시켜서 송연아를 묶어 침대에 버리게 했다.그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송연아를 바라보며 와인잔을 흔들었다.“이번엔 어떻게 도망치나 봅시다.”송연아는 고훈을 노려보았다.“이건 납치예요! 법을 어기는 거예요!”고훈이 큰소리로 두 번 웃었다.“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죄명을 빼놓았군요.”송연아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는 계속하여 말했다.“예를 들어, 강간죄?”이 말에 놀란 표정으로 몸을 떠는 송연아를 보며 고훈은 몸을 구부리고 다가갔다.그도 송연아의 얼굴에서 공포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당신도 두려움을 아는가 보군요. 난 또 당신은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인가 했죠 뭐.”“사람이라면 모두 당신 같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겠어요?”송연아는 그가 다른 행동을 할까 봐 경계하며 그를 주시하였는데 고훈은 그녀의 그런 마음을 알아차리고 웃었다.“당신은 지금 도마 위의 물고기랑 다름없어요. 당신은 제 손에서 세 번이나 도망쳤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고훈은 술잔을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섰는데 그는 키가 크고 마르긴 했으나 빈약하지는 않았다.그가 캐주얼한 스타일의 정장 외투를 벗고 안에 입고 있던 흰 티셔츠도 벗으려 하자 송연아는 당황 해났지만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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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뜻밖의 상황에 이번에는 고훈이 당황해졌다.그녀가 계속 거절했으면 정상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협조를 잘할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것마저 제안하고 있다. “정말?”고훈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제가 이렇게 묶여 있는데 무슨 수작을 부리겠어요?”송연아는 자신의 표정을 최대한 편하고 즐겁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훈은 몇 초 동안 그녀를 지켜보다가 호기심에 그녀의 가방을 집어 들었고 정말 가방 안에서 약을 찾아냈다.위에 「비아그라」라고 적혀 있었다.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봐요, 거짓말한 거 아니죠?”“왜 이런 걸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고훈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송연아는 사람들에게 매우 점잖은 느낌을 주었고, 청순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방탕한 면이 있는 것일까?“내가 무슨 착한 여자인 줄 알았어요? 지금까지는 당신과 계속 밀당했을 뿐이에요. 빨리 먹어요, 먹고 우리 즐겁게 놀아봐요.”송연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녀의 청순한 얼굴은 웃으니 더 아름다웠다.고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가슴이 벅차서 약을 한 알 꺼내 먹었다.송연아는 또 입을 열어 말했다.“한 알 더 드세요.”“참 놀 줄 아네요.”고훈은 웃으면서 약을 한 알 더 꺼내 먹었다.약을 와인과 같이 삼키는 그도 참 독한 사람이었다. 송연아의 눈은 살기로 가득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그녀는 고훈을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수를 세였다.“약 기운이 좀 세네, 어지러워... ”그는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에 침대에 걸터앉았다.곧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런 약은 복용 후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 들어야 마땅한데...오히려 힘이 빠지다니!“이건 비아그라가 아니야.”그는 송연아를 노려보았다.“이건 무슨 약이지?”송연아는 차갑게 대답했다.“다시는 덫에 걸리지 않는다더니, 또 걸렸죠?”고훈은 눈앞의 여자를 당장 칼로 베고 찢어서 개에게 먹이고 싶었다.“송연아, 기억해둬... ”그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송연아는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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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그녀는 의사였기 때문에 자연히 이것이 유산의 징후라는 것을 알아챘다.강세헌은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진 것을 보며 이상한 느낌에 물었다.“어디 다쳤어요?”송연아는 애써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방을 나오자, 그녀는 더 이상 안색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괴로운 기색을 나타냈다.만약 아이가 유산된다면, 그녀는 반드시 최지현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응접실을 지나던 송연아는 땅바닥에 기절해 있는 경호원을 보았다.모두 송연아가 봤던 얼굴들이었다. 고훈의 사람들이었다.그녀는 냉담한 표정으로 방을 나와 차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닫자마자 방안에서 처절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고훈의 목소리였다.강세헌이 무슨 수법을 쓰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송연아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쯤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고훈의 비명이 한 시간 동안 계속된 후에야 강세헌은 방에서 나왔다.강세헌이 직접 운전하였고 임지훈은 여전히 방안에 남아있었다.그녀는 사실 강세헌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고훈에게 자신을 선물한 건 본인 아니었나? 왜 지금 그는 화가 나 있는 거지?’“왜 화를 내는 거예요?”송연아는 머뭇거리다가 궁금해서 묻자, 강세헌은 놀란 듯 움찔했다. 그녀를 고훈에게 빼앗긴 것을 알았을 때, 혹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그는 정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런 걱정과 두려움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하지만 그는 마음속의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사람이 아닌지라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아직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연아 씨는 엄연히 내 아내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더럽혀지는 건 역겹다고 전에 말했잖아요?”송연아는 입술을 깨물고는 자신을 비웃는 듯 웃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강세헌이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렇게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은 착각이었다.‘강세헌이 어떻게 날 마음에 들어 할 수 있겠어.’그녀는 피곤한 듯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고 언제 잠에 들었는지 모른다.깨어나 보니 자신의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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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한혜숙, 넌 정말 멍청해, 알아? 자기 남편의 마음도 모르다니 정말 불쌍해.”백수연은 팔짱을 끼고 서서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태범 씨는 처음부터 연아를 강씨 가문에 보낼 생각이었어. 단지 연아를 통제하기 위해 너랑 이혼하지 않았을 뿐인데, 넌 아직도 태훈 씨가 너에게 감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만약 정말로 너에게 감정이 있다면 어떻게 지난 20년 동안 나와 함께 있었겠어? 또 어떻게 자기 딸을 강씨 가문에 시집보낼 수 있겠어? 강씨 가문은 유명한 재벌 집이라 하지만, 그 집 도련님 강세헌은 성격이 나쁘기로 소문났고, 연아는 지금 그 가문에 강제로 들어간 셈이니, 잘 지내고 있을 것 같아? 네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빨리 태범 씨와 이혼하는 것이 좋을 거야, 연아도 일찍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말이야.”“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한혜숙은 화가 나 소리를 쳤지만, 그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밖에 있던 송연아도 이 말을 듣고 몸이 휘청했다.어려서부터 송태범은 송연아에게 피아노, 춤, 그림 등 다양한 재능을 배우도록 했다.송연아는 처음엔 송태범이 자신더러 스타로 되기를 원하는 줄로만 알았다.지금 생각해 보니, 다양한 재능을 준비하여 강세헌의 비위를 맞추도록, 혹은 그를 유혹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었다.정말 치밀한 계략이었다.친아버지의 이런 계략에 이용당하다니!이 몇 년 동안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이미 모두 사라진 듯했으나, 여전히 마음이 아파 났다.“상황을 파악했으면 빨리 이혼해!”송연아는 문을 갑자기 확 열고 들어가, 감정을 추스르고 입을 열었다.“이혼할 거면 송태범을 오라고 해요.”백수연은 송연아를 보고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너... 네가 여길 어떻게?” “제가 아닌 당신이 오면 안 되는 곳 아닌가요?”백수연은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송태범도 아닌 송연아가 말을 엿들은 것이니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녀가 이렇게 알게 된 것이 더 좋았다. 한혜숙과 송태범의 이혼을 재촉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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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이 몇 년을 어떻게든 버텨왔으니,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이젠 받아들일 수 있었다.송연아는 말을 돌렸다.“엄마, 이제 퇴원한다고 들었어요.”한혜숙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지금 많이 좋아졌어. 병원에 너무 오래 있어서 이젠 나가고 싶어.”어머니의 주치의를 찾아가 물으니 의사는 몸조리만 잘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러 오면 퇴원해도 괜찮다고 말했다.그러나 송연아는 이 말을 한혜숙에게 알리지 않았다.“엄마, 이틀만 더 참아요.”그녀는 집을 마련할 예정이었다. 어머니가 퇴원하여 머무를 곳이 있길 바란 것이다.한혜숙은 고개를 끄덕였다.송연아는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생각을 물어보기로 했다.“엄마, 아빠랑 이혼하고 싶어요?”“그래... 이혼할꺼야.”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비록 그녀도 어머니가 이혼하길 원했지만, 그들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정작 이혼하지는 않았다.방금 그녀가 물었을 때 한혜숙은 이혼할 것이라고 했지, 하고 싶다고는 하지 않았다.“엄마, 나 신경 쓰지 마요, 난 이미 다 큰 자식이란 말이에요. 난 이젠 직업도 있고 돈도 벌 수 있어요. 송태범은 예전처럼 돈으로 나를 통제할 수 없어요. 예전엔 말을 듣지 않으면 날 협박하려고 학비도 주지 않고 엄마한테도 잘해주지 않았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엄마 병도 다 나았으니, 그는 더 이상 나를 통제할 수 없어요. 만약 엄마가 이혼하고 싶지 않다면 이혼하지 않아도 돼요.”그녀는 한혜숙의 결정을 존중했다.그 남자는 어떤 방면에서 엄마와 함께 반평생을 보낸 사람이니, 감정이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이다.한혜숙은 딸의 자상함과 위로에 더욱 미안함을 느꼈다.딸에게 빚진 것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았다.“이혼하고 싶어. 그동안 네 아버지와도 말만 부부였을 뿐이야, 이젠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한혜숙이 말했다.그녀는 진심이었다.“그래요, 퇴원하면 같이 아버지를 찾으러 가요.”한혜숙은 고개를 끄덕였다.“나 출근해야 하니 먼저 갈게요. 퇴근하고 엄마를 보러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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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순간 송연아는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머리 위로 차가운 물을 들이부은 듯 온몸에 소름이 돋고 으스스 떨려왔다.강세헌은 최지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던가?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임신을 시킨다고?“연아야, 괜찮아?”심재경이 굳은 안색의 송연아를 보고는 걱정스레 물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송연아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전 괜찮아요.”그녀는 최지현이 임신했다는 말을 들은 순간 약간의 실망감과 당혹스러움이 있었지만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었다.강세헌이 누구와 어떻게 되든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그러니 이 일에 조금의 불만도 품어서는 안 된다.“연아야, 너 설마 세헌이를 좋아하는 거야?”심재경이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필경 그녀의 반응이 꽤나 컸으니 누구든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송연아가 고개를 들고 심재경을 쳐다보며 물었다.“제가요?”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응.”“제가 놀랐던 건 강세헌 씨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괴로웠기 때문이에요.”그녀가 복도 끝으로 걸어가 벤치에 앉으며 말했다.“전 제 주제를 잘 알아요. 때문에 세헌 씨에게 그런 마음을 품지 못해요.”그녀가 불룩한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떤 남자가 자신의 친자식도 아닌 아이들을 키우려고 하겠는가?강세헌과 같이 콧대 높은 사람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이에 대해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뭐가 괴로운데?”심재경이 물었다.“최지현은 제가 세헌 씨의 와이프라는 걸 알고 있어요. 하여 늘 저를 적으로 간주하고 사사건건 괴롭히고 있어요. 이제 세헌 씨의 아이까지 가져 세헌 씨를 등에 업었으니 그 정도는 더더욱 심해지겠죠. 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어요. 제 앞으로의 날들이 얼마나 험난할지 말이에요.”송연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심재경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이혼하라는 거잖아. 그러면 최지현도 널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더욱이 넌 임신까지...”“저도 알아요.”송연아는 퇴근 후 본가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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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강세헌이 입을 꾹 다문 채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송연아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배 안에 생명 같은 건 없으니 말이다.한참을 침묵한 뒤에야 강세헌이 입을 열었다.“그 안에 정말 내 아이가 있다면 낳아서 키워야죠.”최지현은 너무 기쁘고 흥분된 나머지 강세헌이 앞에 없었다면 곧바로 환호성까지 질렀을 것이다. 애써 웃음을 억누르려 했지만 저도 모르게 위로 향하는 입꼬리는 감춰지지 않았다.“그럼 아이를 위해 저와 결혼할 수 있어요?”그녀가 들뜬 얼굴로 물었다.반면 강세헌의 말투는 평온 그 자체였다. 간단명료하고 차가웠으며 더없이 단호했다.“아니요.”그 말을 들은 최지현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무슨 뜻이에요?”“말 그대로예요. 아이만 데리고 갈 거예요.”강세헌은 마지막 인내심의 끈을 잡고 덤덤히 말했다.최지현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그럼 지금 절 데리고 어디로 가는 거예요?”“병원이요.”임지훈이 말했다.“아이는 낳아도 돼요.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절대 당신이 될 수 없어요.”조금 전은 그저 당황했을 뿐이지만 임지훈의 이 말은 그녀를 겁에 질리게까지 만들었다.“병, 병원에 가서 뭘 하려고요?”“당연히 검사해야죠.”임지훈이 대답했다.최지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강세헌이 확인만 마치면 자기가 아이를 가졌음을 믿고 아이를 위해 송연아와 이혼하고 그녀와 결혼할 거라 생각했다.결혼 후 기회를 틈타 유산했다고 하면 될 것이다.그렇게 강세헌의 아내가 된 다음 다시 그의 아이를 갖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필경 그때가 되면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있을 테니 말이다.하지만 지금 검사를 하러 간다고 한다.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그녀의 배 안엔 아직 아이가 없다!“세헌 씨...”“내 이름 부르지 말아요. 불쾌해요.”강세헌이 차갑게 최지현의 말을 끊어버리고는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 또한 알고 있다. 최지현 이 한 여자와만 밤을 보낸 적이 있으니 누군가 임신했다면 분명 그녀일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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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강세헌이 정신을 차렸을 때 농후한 소독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대표님.”비서가 팔을 뻗어 그를 부축하려 했다.강세헌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됐어.”그가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는 물었다.“임지훈은 어떻게 됐어?”“생명의 위험은 없습니다. 작은 수술을 했는데 아직은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요.”비서가 대답했다.“대표님께서도 경미한 뇌진탕이 왔다고 해요. 의사 선생님께서 충분히 쉬어야 한다고 했어요. 좀 더 주무실래요?”강세헌은 최지현의 다리를 타고 흐르던 피를 떠올리고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물었다.“최지현은?”“의사의 말로는 유산했다고 해요. 타박상도 좀 있긴 한데 심각하진 않아요. 제가 왔을 때 깨어난 지 얼마 안 됐더라고요. 지금 옆방 병실에 있어요.”비서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불러올까요?”강세헌이 팔을 들었다. 그럴 필요 없다는 의미였다.그는 복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최지현에게 반감을 갖고 배척했고 심지어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을 막으려까지 했다.그럼에도 자신의 아이를 포기하는 것은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제 아이를 잃었다.그는 아버지로서 슬픈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 때문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경찰은 왔었어?”그가 물었다.“네. 하지만 아직 범인은 잡지 못했어요.”강세헌의 기억으론 어린 남자아이였는데 사고 후에도 별로 다치지 않았는지 곧바로 차에서 기어 나와 도망쳐버렸다. 아마 많이 놀랐을 것이다. 면허증이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가 없다.“사람을 보내 찾아봐. 자신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따끔하게 혼내줘. 하지만 절대 죽이면 안 돼. 그리고, 최지현을 수술한 의사를 나한테 데려와 줘.”그는 최지현의 몸에서 흐르던 피를 똑똑히 보았었다. 그러니 최지현이 정말 자신의 아이를 가졌음을 인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보였던 그녀의 의심스러운 표정 때문에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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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그녀는 이제 강 사모님이라는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산산한 바람에 날려 부스럭거리는 나뭇잎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니 햇살도 그리 뜨겁지 않았다.바람이 불어오니 약간 으스스한 서늘함까지 느껴지고 있었다.그녀가 옷깃을 여미며 발걸음을 다그쳤다. 어서 돌아가 저녁상을 차린 다음 강세헌에게 이혼을 제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하지만 그때, 차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서 앞길을 가로막았다.안에서 몇 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다짜고짜 그녀의 머리 위에 검은 봉지를 덮어씌우고는 입을 막고 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우욱.”송연아는 그들의 손에 꽉 사로잡혀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얼마 후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은 깜깜했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가 그녀의 입을 막고 있지는 않았다.“당신들 누구야? 나한테 왜 이래?”“01 가 7782, 이거 네 차 번호 맞지?”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차는 그녀가 출근하기 시작한 뒤 엄마가 자신의 적금을 모두 깨 그녀에게 사준 것이다. 그녀는 결혼 전까지 그 차를 몰고 다녔고 강씨 집안에 시집을 가고 난 뒤엔 줄곧 송씨 저택에 세워두었다.“맞아요. 대체 왜...”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지막지한 발길질이 그녀를 향했다. 그녀는 몸을 움츠리고 고통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당신들... 으악...”발길질은 등 뒤, 다리, 허리, 모든 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다.그녀는 아이를 보호하려 허리를 굽히고 배를 끌어안았다.뼈와 살을 파고드는 고통에 정신까지 아찔해졌다.“당신들 대체 누구...”그녀가 피와 땀에 흠뻑 젖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말할 힘까지 모두 사라져버린 그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차를 왜 그딴 식으로 몰아? 사람을 치고도 도망을 가?”송연아는 어안이 벙벙했다.“그 차.... 전 두 달이 넘게 몰지 않았어요...”“거짓말할 생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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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아빠, 엄마, 절 살려주세요. 아니면 저 틀림없이 감옥에 들어갈 거예요.”송예걸이 얼이 빠진 얼굴로 백수연의 옷깃을 잡고 드러누워 있었다.송태범은 사고뭉치 철없는 아들을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너 또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그 한마디 말에서 이번이 처음 친 사고는 아니라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저, 저 지금 운전면허를 따고 있잖아요. 누나의 차가 여기에 있길래 연습 삼아 운전해 봤는데 누군가의 차를 들이박았어요...”“뭐라고?!”송태범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너 저번엔 꼬챙이로 하마터면 다른 사람을 실명에까지 이르게 할 뻔했잖아. 그때 내가 돈을 끌어다 넘겨주고 몇십 번을 사과하고 나서야 간신히 일이 해결됐어. 그런데 며칠이나 지났다고 또 사고를 쳐? 운전면허를 아직 따지도 못한 놈이 감히 차를 끌고 나가다니. 이제 살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태범 씨, 화내지 말아요. 하나뿐인 아들인데 살려야 하잖아요.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는데 감옥에 들어가면 안 돼요. 그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어요. 차는 연아 것이잖아요. 연아가 일으킨 사고라고 하면 돼요...”“백수연, 미쳤어?”한혜숙은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화내본 적이 없다. 이 순간은 단연 그녀가 처음으로 불같이 분노하는 순간이었다.“네 아들이 저지른 일을 왜 내 딸한테 덮어씌우려고 하는 거야?”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깜짝 놀란 송태범이 말했다.“당신, 당신 퇴원한 거야?”한혜숙이 그를 쳐다보았다.“나 당신과 사는 26년 동안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요구해본 적 없어. 당신한테 아들을 낳아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당신이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어도 문제 삼지 않았어. 하나밖에 없는 우리 딸을 강제로 강씨 집안에 시집 보낸 일로도 뭐라고 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번엔 아니야. 감히 그런 일을 내 딸에게 덮어씌운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 지금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는 상황이잖아. 예걸이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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