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951 - Chapter 960
1021 Chapters
제951화
“오빠!”소민영은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소민준의 곁으로 다가와 다급하게 물었다.“그 영상 좀 내려줄 수 없어? 응?”소민영은 그 영상이 단 1분이라도 인기 검색어에 있는 게 싫었다. 계속 이렇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가는 S 시에 있는 모두가 그녀의 그 영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소민준은 고개를 저었다.“왜 못 내려, 왜! 돈이 문제야? 오빠 혹시 나한테 돈 쓰는 게 싫어서 그래?!”소민영은 거의 그의 멱살을 잡고 싶은 기분이었다.“돈이 문제가 아니야! 돈을 아무리 줘도 내리지 못한다고!”“왜?! 대체 왜? 돈 준다는 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소민준은 자신의 동생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강지혁.”그 세글자에 소민영의 얼굴이 한순간에 창백해지더니 다리를 덜덜 떨며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강지혁이 내리지 말라고 하는 거야, 지금? 왜...? 그날 분명히 아무 말도...”그녀의 목소리가 뚝 하고 멈췄다. 그렇다. 그날 강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뜻인즉슨 그녀를 봐준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저 그녀 혼자 멋대로 그렇게 생각한 것일 뿐.그럼 설마 그 영상도 강지혁과 연관되어 있는 건가?그날 임유진이 감방에서 무릎 꿇고 거지처럼 남은 밥이나 주워 먹었다고 해버린 그 말 때문에 똑같이 바닥에 기는 개가 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려는 건가?소민영은 여기까지 생각나고서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강지혁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그녀는 다시금 느끼게 됐다. 이런 남자와 적이 되면 정말 평생이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S 시에서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남자가 바로 강지혁이다.“일단 너는 잠깐 해외에 가 있는 게 좋겠어. 잠잠해지면 다시 부를게.”“그럼 전에 아빠가 소개해준다던 신씨 집안의 그 남자는? 괜히 영상 때문에 영향이 가는 건 아니겠지? 솔직히 나 제정신인 상태에서 찍힌 것도 아니잖아. 나도 피해자라고.”소민영은 아직도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소민준
Read more
제952화
보잘것없던 임유진이 지금은 강지혁의 비호 속에 있을 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유승호는 요 며칠 매일매일을 불안 속에서 살았다. 특히 소민영의 영상이 올라간 이후로 더더욱 그 증상은 심해졌다.그날 그는 파티장에서 소민영이 임유진을 어떻게 모욕했는지 똑똑히 들었다.그리고 바로 영상이 터졌다는 건 강지혁 짓일 게 분명했다.소씨 가문은 재벌에 속하지만 유씨 가문은 그저 졸부 정도였다. 그러니 재력으로는 소씨 가문에 비할 것이 못 된다.그런 소씨 가문의 장녀 소민영마저 이런 꼴이 되어버렸는데 그는 얼마나 더 비참해질까.유승호는 그날 임유진을 당구대 옆에 오랫동안 서게 했다. 그리고 얼핏 스치는 기억으로 볼 일을 마치고 자리를 벗어날 때 임유진은 두 다리를 절뚝거리기도 했었다.유승호는 순간 자신의 두 다리가 아예 절단되는 모습이 상상되기 시작했다.그렇게 계속 불안에 떨던 그는 결국 비서에게 연락해 임유진의 사무실에 노란 장미를 보내라고 지시한 뒤 비싼 선물을 구매한 후 직접 사과하러 사무실로 향했다.유승호의 등장에 사무실 사람들은 전부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중 유일하게 그를 반기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정한나였다.유승호가 직접 얼굴을 내비쳤다는 건 임유진이 정말 그를 꼬셨다는 뜻일 테니까.정한나는 황급하게 휴대폰을 들어 유승호와 임유진이 함께 있는 영상을 몰래 찍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인터넷에 올리며 유승호의 여자친구 세레나까지 태그했다.일련의 작업을 끝낸 정한나는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이제 세레나가 임유진을 찾아내 그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그런 소란이 일어나면 임유진은 바로 해고당할 것이다.또한, 이번 일이 인터넷에서 뜨겁게 달아오르면 임유진을 받아주려는 로펌도 없을 것이다.변호사라는 건 사람들에게 신임을 줘야 하는데 이러한 구설에 휘말리게 되면 의뢰 같은 건 들어오지 않을 테니까.다만 지금 문제는 두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어 무슨 얘기가 오고 가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
Read more
제953화
임유진은 지금, 이 상황이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의 유승호는 그날 밤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유진 씨, 제발 받아주세요. 그날 일은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그런 식으로 무시하고 옆에 계속 세워두는 게 아닌데... 사실은 그 뒤로 줄곧 이렇게 제대로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 사죄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몰라 오늘 이렇게 제 나름의 성의를 들고 온 겁니다. 그러니 제발 받아주세요.”유승호는 거의 애원하며 말했다.임유진은 상자 속 물건을 아직 보지 않았지만 딱 봐도 비싼 물건 같았다.“이럴 필요 없어요. 그리고 지난번에 사과의 의미로 이미 장미를 보내지 않으셨어요?”대체 왜 며칠이나 지난 지금 갑자기 또 노란 장미를 보내며 직접 사과까지 하려는 걸까.“그, 그럼 이것 역시 사과의 의미로 받아주세요!”유승호는 한사코 그녀에게 상자를 들이밀었다.오늘 임유진이 이 물건을 받아야만 앞으로의 모든 게 평화로울 것 같았다.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 정말 남은 인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될지도 모르는 노릇이니까.임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덜덜 떠는 그의 손을 보며 유승호가 뭔가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아니요. 정말 필요 없어요.”하지만 그럼에도 단호하게 거절했다.이에 유승호는 거의 울고 싶어졌다. 솔직히 이렇게 선물을 건네주는 것도 임유진이 처음이었다.“제발요. 만약 받아주지 않으면 여기서 무릎까지 꿇을 겁니다!”“유승호 씨 장난은 이쯤 하세요.”장난이라니... 유승호는 절대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그는 사과 한번 하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일 줄은 몰랐다. 그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예 임유진과 엮이지 않을 것이다.왜 하필 강지혁과 강현수가 동시에 좋아하는 여자를 건드렸을까.둘 중 아무나 그날 일을 가지고 문제 삼는다면 유승호는 그날로 죽은 목숨일 것이다.유씨 집안은 그를 지켜주려 하기도 전에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테니까.두 사람이 계속 상자를 받고 말고
Read more
제954화
“다짜고짜 사람한테 손찌검하는 예의가 아니지 않나요?”임유진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예의? 그쪽이 나한테 예의를 바라면 안 되지. 지금 나한테 바람 현장을 딱 잡혀놓고 지금 누구한테 설교 질이야! 여자친구 있는 거 뻔히 알면서 감히 승호한테 꼬리를 쳐?”세레나는 씩씩대며 말했다.“저는 당신 남자친구한테 관심 없습니다.”지금, 이 상황이 제일 당황스러운 건 아마 유승호일 것이다. 임유진에게 선물을 건네주면 끝 날 일이 세레나 때문에 꼬이기 시작했다.그는 얼굴만 보고 여자친구를 사귀는 게 아니었다며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그만해!”유승호는 정신을 차리고 세레나의 팔을 잡아당겼다.“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유진 씨한테 사과해!”“사과? 유승호 너 미쳤니? 나한테 지금 사과하라고 했어? 이딴 년한테? 대체 둘이 얼마나 많이 붙어먹은 거야?!”세레나는 연예인으로서의 품위나 체면도 없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막말을 해댔다.정한나가 그녀를 부른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의 성격이 더러운 건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유승호는 그녀의 말에 기가 찼다.붙어먹었다니! 그런 일은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 된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지금쯤 강지혁과 강현수 손에 죽어 있을 테니까!“그 입 닥쳐!”“내가 왜? 생긴 건 그렇게 안 생겨서 감히 임자 있는 남자를 건드리고 다녀? 내가 오늘 인터넷에 이 여자 얼굴 다 뿌려버릴 거야! 사람들한테 이 여자가 얼마나 더러운 여자인지 다 알려줄 거야!”세레나는 휴대폰을 들고 임유진을 찍으려고 들었다.유승호는 그녀의 행동에 머리가 지끈해졌다. 이대로 일이 커지면 그는 S 시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미쳤어?!”유승호는 세레나의 손에서 휴대폰을 뺏어 들고는 바로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세레나는 한번 맞더니 한참 뒤에야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지금 나 때린 거야?”“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알아?!”유승호는 그녀를 향해 큰소리를 냈다.“뭐하긴 남의 남자 꼬신
Read more
제955화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세레나의 손은 이미 임유진의 등에 닿았고 그녀는 있는 힘껏 임유진을 앞으로 밀었다.임유진이 쓰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는 얼마 전 사무실에서 정리하다 남은 낡은 컴퓨터 부품들이 놓여있었다. 그게 한두 개가 아니었던 터라 만약 그쪽에 부딪히게 되면 아마 몸 여러 군데 상처가 생기게 될 것이 분명했다.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임유진의 팔을 잡아당겨 중심을 바로잡게 하더니 바로 세레나의 허리를 발로 차 그녀를 멀리 날려버렸다.이 모든 행동이 단 3초 안에 일어났다.세레나는 벽에 세게 부딪혔다. 그 탓에 벽에 부딪힌 곳과 허리가 알싸하게 아파 왔다.“누가 감히 날...!”세레나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에게 시원하게 욕을 퍼부어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 상대의 얼굴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강현수?! 강현수가 왜 여기 있어? 그것도 저 파렴치한 여자를 안고?!’세레나는 아직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현수 씨, 그 여자 조심해요. 남의 남자나 꼬시는 더러운...”하지만 말을 다 잇기도 전에 바로 뺨을 맞아버렸다.그녀를 때린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남자친구 유승호였다.유승호는 지금 수명이 몇 년은 짧아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현수 씨, 정말 죄송합니다. 얘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이래요. 오늘 일은 제가 반드시 유진 씨에게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유승호는 연신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사과? 고작 그딴 거로 해결될 거라 생각하나 보지?”강현수의 싸늘한 한마디에 유승호는 식은땀이 흘렀다.세레나는 멍한 얼굴로 이 상황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멍청한 사람도 지금쯤이면 상황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눈치챘을 것이다.세레나는 그제야 임유진은 유승호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유승호가 아닌 오히려 강현수와 뭔가 있는 것 같았다.“괜찮아요?”강현수는 품에 있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네, 괜찮아요. 고마워요.”임유진은 그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뒤 품에서 나와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강현수의
Read more
제956화
“아, 네! 그러세요!”강현수가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차 변호사는 이미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그는 곧바로 두 사람을 작은 회의실로 안내했다. 그러고는 임유진에게 말했다.“여기서 얘기하도록 해요, 유진 씨.”임유진은 이 상황이 조금 어이가 없었다.문이 닫힌 후 회의실 안에는 강현수와 그녀 둘만 남았다.그들을 둘러싼 공기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다.회의실 밖.정한나와 주변 동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 임유진과 유승호의 밀회에서 갑자기 세레나가 등장해 본처의 바람현장 목격 장면이 연출되더니 후반으로 가서는 사실 임유진은 유승호가 아닌 강현수와 뭔가 있었다는 결말로 끝이 났다.강현수가 등장했을 때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물론 정한나만 제외하고 말이다.전에 그녀가 임유진을 괴롭혔을 때도 강현수는 오늘처럼 임유진을 지켜주었다.요즘은 계속 배여진이라는 여자와 스캔들이 많이 뜨는 것을 보고 당연히 임유진에게는 흥미가 떨어졌다고 생각했다.그도 그럴 것이 강현수에게는 항상 여자가 많았고 그 여자들 모두 오래가지는 못했으니까.하지만 오늘 또 한 번 타이밍 좋게 나타나 또다시 임유진을 지켜줄 줄이야...대체 임유진이 뭐길래 강현수가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정한나는 강현수를 떠올리다 문득 최근 부교수가 된 자신의 남자친구를 떠올리고는 혀를 찼다.임유진을 조롱하고 모욕하던 직원들은 사실을 확인하고는 마치 짠 듯이 입을 다물고 서로서로 눈치를 보았다.회의실 내부.적막을 깨고 임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까는 고마웠어요. 하지만 저와 강현수 씨 둘이서 나눌 만한 얘기는 따로 없을 것 같은데 왜 보자고 하신 거죠?”만약 아까 그 상황에서 강현수가 1초라도 더 늦었더라면 임유진은 오늘 몸이 성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굳이 따로 얘기를 나누려는 강현수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강지혁이랑은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강현수가 물었다.그날 파티장에서 임유진은 강지혁과 재결합
Read more
제957화
“더 할 얘기 없으시면 이만 나가볼게요.”임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문고리를 잡으려는데 강현수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아버렸다.“꼭 그렇게 나한테 선을 그어야겠어?!”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을 유지하던 그였지만 지금은 많이 감정적으로 변했다.강현수는 지금 상당히 초조해하고 있다. 자기도 설명할 수 없는 초조함이 온몸을 지배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임유진은 그저 가만히 눈앞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았다. 뚜렷한 이목구비를 보고 있자니 어릴 적 그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오래전 앳된 얼굴의 강현수는 풀숲에서 그를 업고 내려와 잔뜩 지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었다.“이곳을 벗어나면 내가 예쁜 치마를 엄청 많이 사줄게. 그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줄게. 그리고 앞으로는 내가 널 지켜줄게! 오직 너만을 지켜줄게!”그때의 임유진은 그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차피 어린애란 원래 자기가 했던 말을 금방 잊어버리니까.하지만 그를 잊어버린 건 그녀였다. 임유진은 의도치 않는 고열로 그와 함께한 모든 추억을 전부 다 잊어버렸다.그 때문에 강현수가 그 뒤로 줄곧 그녀를 계속 찾고 있는 것도 몰랐다. 십몇 년의 세월 동안 그의 그리움은 어느새 집념이 되었고 그건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더 깊었다.그리고 그 집념은 현재 배여진에게로 향했다.임유진은 강현수의 오해를 바로잡아주지 않았다.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택했다.그녀가 사랑하는 건 그가 아니었으니까. 만약 모든 걸 다 말해버리면 강현수의 집념은 오롯이 그녀에게로 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에게 희망 고문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지금 이 순간 임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하지만 강현수는 그 눈빛이 마치 어렸을 때의 그 소녀가 바라보는 듯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의 두 눈은 그의 꿈에 자주 등장했었다. 어릴 때 그 소녀가 크면 분명히 이런 눈일 거라고 수천 번은 더 상상했으니까.강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녀
Read more
제958화
임유진의 얼굴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올랐고 심지어는 전에 산속에서 우연히 만나 그녀를 업고 산에서 내려갔던 장면을 자주 꿈으로 꿨다.그리고 매번 꿈속에서 임유진을 업을 때마다 그는 마치 그 어린 여자아이를 업은듯했다.“정말 더 이상 강지혁 사랑 안 할거예요?”임유진은 그의 질문에 어딘가 모를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며 옅게 웃었다.“내가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는 게 당신들한테는 그렇게 중요해요?”강지혁은 강현수를 사랑하지 말라고 하고 강현수는 이제 더는 강지혁을 좋아하지 않는지 묻는다.두 남자는 언제나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묻는다. 그녀가 뭘 원하는지는 한 번도 물은 적이 없다. 임유진이 원하는 건 그저 별 탈 없이 무난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뿐이다.임유진의 미소와 목소리는 무수히 많은 비수가 되어 강현수의 심장을 찔렀다....임유진은 지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오늘은 너무나도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졌다.막 단지 앞에 도착했을 때 낯익은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강씨 저택 기사가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임유진의 앞으로 걸어왔다.“유진 씨, 대표님께서 차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임유진은 조금 놀란 얼굴로 차량을 바라보았다.최근 강지혁은 보통 기사를 보내거나 아예 집 안에 들어가거나 둘 중 하나였기에 오늘은 조금 의외였다. 임유진은 조금 얼떨떨한 얼굴을 한 채 기사를 따라 차량 옆으로 다가갔다.기사가 그녀를 위해 뒷좌석을 문을 열어주자 바로 강지혁의 얼굴이 보였다.임유진이 차에 올라탄 후 차량은 천천히 단지를 벗어났다.“어디 가는 거야.”“오늘 갑자기 누나가 해준 요리가 먹고 싶어졌어. 월세방은 너무 작아서 불편하니까 우리 집으로 가.”“내가 한 것보다는 집에 있는 셰프님 요리가 더 맛있을 텐데.”“난 누나가 해준 게 제일 맛있어.”강지혁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전에 좁은 원룸에 있었을 때 임유진은 그에게 자주 요리를 해주었다.요리라고 해도 강지혁이 평소 먹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Read more
제959화
“네 일이잖아.”강지혁은 아주 당연하게 대답했다.“찾아온 건 맞지만 딱히 별말은 안 했어.”임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강지혁은 마치 그녀의 모든 꿰고 있는 듯했다.여전히 강지혁의 감시 아래 있는 건가?“그래?”강지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임유진의 앞으로 다가갔다.“솔직히 궁금해. 왜 강현수한테 네가 그때 그 여자아이라고 얘기해주지 않은 거야?”임유진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강지혁은 손끝으로 그녀의 입술을 매만지며 다시 한번 물었다.“대답해줘. 왜 말 안 했어?”임유진은 갑자기 코가 시큰거렸다.왜 말 안 했냐니.어떻게 이런 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지?기억을 되찾은 뒤에도 강현수에게 얘기하지 않은 건 강지혁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배여진이 그녀의 행세를 하며 강현수를 속여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강지혁이 그 일로 불안해하는 걸 원치 않았으니까. 그래서 강현수와의 모든 걸 끊기도 마음먹은 것이다.임유진은 그에게 충분한 안정감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그에게 자신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흥미를 잃으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장기 말 같은 거였다.“왜 내가 얘기 안 했을 거라고 생각해?”강지혁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그걸 말했으면 아까 너 혼자 오지 않았을 테니까.”임유진이 진실을 말했다면 강현수는 절대 그녀를 혼자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임유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했다.“말할 필요를 못 느낀 것뿐이야.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고.”“그 사촌 언니라는 여자가 네 행세를 하며 그딴 태도를 보이는 데 정말 괜찮아? 만약 네가 원한다면 더 이상 사칭하지 못하게 내가 해결해 줄게. 강현수가 그 여자를 감싸고 돈다고 해도 말이야.”“필요 없어.”임유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가족 간의 정, 뭐 그런 거야?”“그런 거 아니야.”임유진은 배여진에게 가족 간의 정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녀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는 건 배여진도 결국 외할머니 손녀이고 어릴 때 할
Read more
제960화
강지혁은 이 순간 임유진에게 요리를 부탁한 것을 후회했다.“계속 그러고 있어. 찌개는 내가 끓일게.”“네가?”임유진이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왜, 불안해?”강지혁은 냄비 앞으로 가더니 일단 내용물을 확인하고 물을 한번 넣더니 조미료도 한번 넣고 적당히 졸인 후 맛을 한번 보고는 만족한 듯 불을 껐다.그 일련의 행동이 너무 우아하고 자연스러워 임유진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강지혁은 찌개를 다시 끓일 때 이따금 그녀 쪽을 바라보며 제대로 흐르는 물에 손을 두고 있는지 체크했다.임유진은 10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손을 뺄 수 있었다.아직 조금 붉은 기가 있었지만 이 정도는 큰일도 아니었다.“아직도 빨개.”강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틀 정도 지나면 괜찮을 거야.”임유진의 말이 끝나는 순간 강지혁은 그녀의 데인 손가락을 입에 넣어 혀로 부드럽게 핥았다.그 행동에 임유진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강지혁은 그녀의 손가락을 핥는 것을 그만두고 서서히 입술로 그녀의 손가락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의 시선은 줄곧 임유진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임유진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 그의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심장 박동도 점점 더 거세졌다.그에게서 벗어나야 한다. 계속 이대로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면 그녀는...임유진은 있는 힘껏 손을 빼고서는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이제 정말 괜찮아!”강지혁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평소보다 더 어둡게 빛나는 그의 눈 때문에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아채기 힘들었다.“먹자 이제.”도우미는 임유진이 만든 요리들을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밥 먹는 동안 두 사람 중 그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온통 식기와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뿐이었다.임유진은 강지혁이 이상하게 조용하다는 생각을 했다.길었던 식사 시간이 끝이 나고 강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기사한테 데려다주라고 할게.”임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현관을 나
Read more
PREV
1
...
9495969798
...
103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