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771 - Chapter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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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그건 두 사람 사이에 세워져 있는 절대 무너뜨릴 수 없는 단단한 벽이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전연우 또한 언젠가 천벌을 받고 말 것이다.장소월도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오귀화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는 오랫동안 알아 온 은경애뿐이었다. 때문에 오귀화의 마지막을 처리하는 건 그녀의 몫이었다.경찰은 화재 사고사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건을 종료했다.장례식은 조촐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은경애는 유골함을 인적이 드문 한 외딴곳에 묻었는데, 이는 오귀화가 예전 찾아놓았던 묘지였다.장례식이 끝난 뒤 은경애는 오귀화의 유품을 정리했다. 모두 어린 소녀가 쓰는 머리띠와 머리핀들, 그리고 분홍색 공주 원피스 한 벌도 있었다.모두 어린 시절 장소월의 물건이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은경애는 모두 정리해 가방에 넣었다.엘리트 개인 병원.사무실에서 서철용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이마를 꾹꾹 누르며 밤새 그 보고서를 쳐다보고 있었다.그가 틀렸던 것이다.장소월은 성예진의 딸이었고, 장해진과는 어떠한 혈연관계도 없었다.제기랄, 이렇게 간단한 일을 왜 생각하지 못한 거지.몇 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체 뭘 했단 말인가!"서 선생님." 누군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서철용는 고개를 들고 짜증 섞인 어조로 말했다. "들어와.""서 선생님, 배은란 씨가 오셨습니다. 예약을 하진 않으셨고, 선생님을 만나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서철용은 냉정하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만날 시간 없어요. 나 없다고 말해요."또각또각.복도에서 땅을 밟는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와 피하기엔 늦어버렸다.“네가 날 만나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내가 왔어.”배은란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서철용이 차가운 눈으로 힐끗 보고는 말했다.“나가 있어요.”“네. 선생님.”배은란은 일찍이 3개월 전에 귀국했지만, 두 사람이 만난 횟수는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결국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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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제발 그 사람 구해줘.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할게."배은란은 서민용의 치료를 위해 그와 함께 해외로 떠났었다. 하지만 모든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전부 허탕만 치고 말았다.이제 그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서철용이 유일하다.배은란은 평소 한량처럼 먹고 마시며 실없는 장난만 치던 시동생이 국제 의료계에서 이렇게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그녀가 찾아갔던 대부분 병원의 의사들이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서철용을 추천했다.그러다 겨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 결과 안타깝게도 서민용의 병세는 오히려 점점 더 악화되기만 했다.배은란도 도저히 방법이 없어 돌아온 것이다.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그가 차에 타자마자 배은란은 입술을 꽉 깨물고 차 문을 열어 조수석에 앉았다.서철용이 소리쳤다. "내려!""약속해주기 전엔 안 가."배은란 자신은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 말이었지만 서철용의 귀엔 유혹하는 것처럼 들렸다."안 간다고? 형수, 그렇게까지 나랑 자고 싶어?"배은란은 수치심에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이가 아니었다면 난 너랑 손톱만큼도 엮이고 싶지 않아!"그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서철용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눈 밑에 묻어있던 짜증스러움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서철용은 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을 떠났다.배은란은 차 안에 앉아 불안한 마음으로 시내에서 점점 멀어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절벽 옆 산꼭대기에 도착해서야 차가 멈춰 섰다. 이곳에선 서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끊임없이 이어지는 산들, 줄기줄기 흐르는 강, 배은란은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서철용은 차 키를 뽑고 좌석 의자를 뒤로 젖히고는 눈을 감고 옆으로 누워 잠을 청했다."서철용, 민용 씨에겐 시간이 얼마 없어. 어찌 됐든 네 형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어가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서철용은 핏발이 가득 서 있는 눈을 번쩍 떴다. 언제 안전벨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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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서철용이 배은란을 안고 있던 손에서 힘을 풀고 핸드폰 너머 한의준에게 말했다. "죽었다고요?""네가 한 거 아니야?"서철용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아저씨, 그건 제가 확실히 조사해 볼게요."서철용이 오귀화를 죽일 이유는 없다. 또한... 그녀는 가만히 놔둬도 얼마 살지 못하는 몸 상태였다. 설사 이유가 있다 해도 살인이라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단서가 끊겨버렸다.서철용은 몇 년간 줄곧 성예진의 일기장을 찢은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 몇 페이지만 찾으면 당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겨우 십여 분 밖에 눈을 붙이지 못한 서철용은 너무나도 피곤했다. 돌아눕자마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살결에 부딪혔다. 배은란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다가 하마터면 굴러떨어질 뻔했고, 서철용은 빠르게 움직여 그녀를 잡아주었다.그가 애틋한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운전할 줄 알아?""뭘 하려고?" 배은란이 눈썹을 찌푸렸다.서철용은 바로 손에 있는 차 키를 그녀에게 던졌다. "산에서 내려가면 병원으로 가."그는 휴식이 필요했다.서철용은 배은란을 타고 넘어가 조수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배은란은 입술을 꽉 깨물고 운전석에 앉아 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 안에서 고른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차는 거의 두 시간 동안 달려서야 병원 문밖에 도착했다.서철용의 휴대전화는 한 번 또 한 번 반복해 울리고 있었다.배은란이 차를 세우자 휴대전화가 그의 주머니에서 굴러떨어졌다. 화면을 살펴보니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는 망설이다가 전화를 집어 들었다. "저기..." 배은란은 서철용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려 손을 뻗었다가, 아직 잠들어있는 그를 보고는 자신이 직접 수신 버튼을 눌렀다. 이어 핸드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일 났어요! 선생님, 인시윤 씨가 다쳤습니다. 빨리 와 보셔야 해요."배은란이 옆에 누워있는 남자를 깨우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서철용은 벌써 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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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전혀 가망 없는 일이라 치료를 시도해볼 필요도 없다.예전 전연우에게 독약을 넘겨주던 때의 그 통쾌함... 그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자책감이 몰려와 온몸을 휘감았다.그는 예진 이모의 유일한 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8살의 어린 서철용은 우아한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의 옆에 서서 별빛 달빛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예진 이모, 이모가 딸을 낳으면 제가 반드시 안전하게 지켜줄 거예요. 절대 다치게 하지 않을래요... 평생 좋은 오빠로 행복하게 해줄 거예요!”성예진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철용이는 좋은 오빠가 될 거라고 이모는 믿어.”“이모가 없을 땐 철용이가 여동생을 지켜줘야 해.”어린 서철용은 자신감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약속할게요.”그때의 다짐을 떠올리니 숨통이 턱 막혀오는 것 같았다.보호?만약 장소월이 죽는다면, 그 일등공신은 의심의 여지 없이 서철용이다.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배은란은 수술복을 입고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는 서철용을 보았다.배은란은 그의 흔들흔들 한량 같은 모습만 봤으니 이런 진지한 모습은 너무나도 낯설었다....장소월은 방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아래로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경애 아주머니, 아까 누가 왔었어요? 자다가 말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요.”“아가씨, 잊으셨어요? 경애 아주머니는 휴가 냈잖아요. 2,3일 뒤에야 돌아와요.”“깜빡했네요.”장소월은 기억력이 점점 퇴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끼고 있었다.최근 무언가를 깜빡하고 잊어버리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모두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들이었다.장소월이 식사를 마쳤을 때, 도우미는 전연우의 확인 전화를 받고 있었다.“네. 대표님, 아가씨께선 이미 점심 식사를 마치셨습니다.”“방금 조금 의심하긴 했지만 더는 묻지 않으셨습니다. 지금은 방에 들어가 별이를 돌보고 있어요.”보고를 마친 뒤 도우미는 전화를 끊었다.서울 변경에서의 비행기 폭발 사고에 관해, 전연우는 모든 권력을 총동원해 소식이 새어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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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내가 진짜라고 생각하면 진짜가 되는 거야.”“난 모든 사람들이 이 아이의 존재를 알게 할 거야. 나 전연우의 아들인 전우성이라고 말이야.”일단 결심하면 무슨 일이 있든 밀고 나가는 불도저 같은 성정의 전연우다. 지금 말투로 봐선 장소월과 상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할 일을 통보하는 것이었다.장소월은 전연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절대 제지하지 못한다.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난 허락 못 해. 별이를 내 호적에 올린 건 너잖아. 별이는 내 아이야. 너랑은 상관없어.”“서울을 떠나고 싶다면 너 혼자 가. 난 절대 너 따라 안 가.”장소월은 차분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그에게 그만의 계획이 있듯, 장소월 역시 자신만의 굳건한 의지가 있다.아버지... 아니...이제 장소월은 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그녀가 서울에 머무르려 하는 이유는, 이곳엔 아직 그녀가 알지 못한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그녀는 자신이 장해진의 딸이 맞는지 아닌지 알고 싶었다.장소월은 전연우와의 말다툼 때문에 아이가 깰까 봐 방을 나가 거실로 내려갔다. 그녀는 뜨거운 물을 컵에 붓고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멍하니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전연우는 언제 내려왔는지 등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파리에 가면 우리 결혼하자. 응?”전연우가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부드럽고 간질간질한 감촉이 온몸에 전류를 흘렸다.“결혼? 왜 내가 너랑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컵을 쥔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얼굴은 평온해 보였지만, 마음속에선 거센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잊지 마. 넌 예전 수차례 날 죽이려고 했던 사람이야!”“이제 와 나랑 결혼하겠다고? 너 스스로도 웃기지 않아?”“그리고 전연우... 넌 이미 결혼했어.”장소월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별이에게 줄 분유를 만들었다.이번 생에서도 전생과 마찬가지다. 그는 여전히 결혼을 장난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그는 이번 생에서 이익을 위해 인시윤과 결혼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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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그녀는 전연우가 했던 말이 신경 쓰였다.결혼?미쳐버린 게 분명하다!장소월은 불안한 얼굴로 아이의 침을 닦아주었다. 별이는 입가에 가까이 가져간 분유병을 보자마자 단번에 물고 쪽쪽 빨았다. 그리고는 장소월의 품에 안겨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볼을 만졌다. 예전 그 핼쑥하게 말랐던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바뀌었다.얼굴엔 젖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머리카락은 검고 빼곡하게 자라나 있었다. 맑고 반짝이는 두 눈동자만 보아도 영특한 아이로 성장할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전연우가 방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는 장소월을 힐끗 본 뒤 서재로 들어가 통화버튼을 눌렀다.“무슨 일이야?”서철용은 인시윤의 수술을 갓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가 피곤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인씨 집안 사고를 얼마 동안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전연우가 물었다.“언제부터 내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야?”서철용은 몇 초간 침묵하다가 말했다.“우린 한배에 타고 있잖아.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에게도 좋을 것 없어.”전연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날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병원 적잖은 사람들이 인씨 집안 사고에 관해 알았어. 이쪽은 내가 처리했으니까 너도 조심해. 새어나가지 않게.”전연우는 책상 위 담뱃갑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피고 연기를 내뿜었다.“내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해.”“전연우! 네 가장 큰 결점은 너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한다는 거야. 장소월에게 강영수의 죽음을 오랫동안 숨기지는 못할 거야. 또한 장소월을 잠시 가둘 순 있어도, 평생 통제하지는 못해. 장소월은 작은 자극도 받아선 안 된다는 걸 네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잖아. 이번 일은 장소월에게 큰 충격이 될 거야.”서철용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엔 무슨 일이 있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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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전연우가 말했다.“다시 한번 검사받게 해 보려고. 너 요즘 약 많이 먹었잖아.”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별이는 말 못 하는 인형처럼 전연우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었다. 별이는 오늘 가슴에 파란색 곰돌이가 그려진 티셔츠에 두꺼운 외투를 입고 모자를 쓴 채 문을 나섰다. 모두 장소월이 골라준 것이었다. 별이는 장소월의 품에서와는 달리, 손가락을 입에 물고는 조용히 안겨 있었다.장소월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돌연 그녀의 차가운 손에 따뜻한 온도의 살결이 포개졌다. 그녀는 모른 척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십여 분을 달려 엘리트 개인 병원에 도착했다.전연우는 아이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건장한 체격의 전연우 옆으로 가녀린 몸매의 장소월이 함께 걸어갔다.오늘 장소월은 베이지색 니트 원피스에 검은색 스타킹을 신고 따뜻한 핑크색 털신을 신고 있었다. 어깨엔 전연우의 코트가 걸쳐져 있기도 했다. 전연우는 편한 니트 차림에 서늘한 기운을 풍기며 한 손으론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론 장소월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간호사 한 명이 나와 그들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12층.엘리베이터 앞에서 또 다른 간호사가 기다리고 있었다.전연우는 땀이 나도록 꼭 잡았던 장소월의 손을 놓아주었다.“기다릴게.”검사실 문이 천천히 열리고 하얀색 의사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건 서철용이 나타났다.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두려움과 코를 찌르는 소독수 냄새에 장소월은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전연우가 그녀를 달래주었다.“금방 끝날 거야. 내가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을게.”검사실 안엔 온통 차가운 기계들만 자리 잡고 있었다. 전생에서 항암치료를 받을 때 항상 보았던 것이 바로 이런 광경이다.그녀는 무서웠다.들어갔다가 다시는 나오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전생에서 항암치료를 결심하고 병원에 간 그 시간 이후로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그녀는 다시는 그토록 고통스럽게 죽고 싶지 않았다.“나 요즘 몸 괜찮아. 검사받을 필요 없어.”전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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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장소월은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는 긴 머리를 질근 묶었다. 피검사, 뇌 CT... 전면 신체검사가 진행되었다.장소월은 작은 침대에 누워 의료 기계 옆에 앉아 있는 서철용에게 말했다.“일기장 다 봤어요. 찢어진 몇 페이지는 제외하고요.”“그러니까... 제가 정말 장해진의 딸이 아니라는 거 맞죠?”서철용이 복잡한 얼굴로 대답했다.“네.”“당신은 처음부터 내가 장해진의 딸이기 때문에 복수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이제 보니 아니네요...”“미... 미안해요!”서철용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장소월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간호사가 피를 다 뽑고 나간 검사실 안엔 두 사람만 남아있었다.장소월은 가슴에서 전해져오는 극심한 고통에 눈을 감았다. 복잡하게 얽혀버린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그녀는 용서할 수 없었다. 설사 이 모든 것이 엄마를 위해 한 일이라고 할 지라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서철용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얼굴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아요. 내가 최선을 다해 치료해 줄게요.”하지만 치료할 방법은 없다.“당신과 엄마는 대체 어떤 관계예요? 아버지... 장해진과 엄마 사이엔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당시 연씨 가문과 성씨 가문을 하룻밤 사이에 도륙한 놈이 바로 장해진이에요. 제 어머니는 소월 씨의 어머니인 예진 이모와 자매로 불릴 만큼 사이가 좋았어요. 연선우가 전쟁에 나갔다가 희생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그 날, 오성엔 대혼란이 일어났어요. 장해진은 그 기회를 틈타 사람을 매수해 오성 전체 명문가 집안을 도륙했어요. 그날 밤 성씨 집안에선 폭발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수십 명의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고 이모는 장해진에게 끌려갔어요. 제 어머니 또한 함께 그 일에 연루되어 우리 가문도 화를 피하지 못했죠. 저도 하마터면 장해진의 손에 죽을 뻔했지만, 이모가 목숨을 걸고 절 지켜줬어요.”“난 소월 씨가... 장해진이 이모를 강제로 범해 생긴 아이인 줄 알았어요...”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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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서철용이 말했다.“40년 전의 오성이 바로 지금의 해성이에요. 거기엔 영도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엔 당시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던 사람들이 묻혀있어요.”“그분도... 계세요?”서철용은 장소월이 말하는 그분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연선우가 전사한 뒤, 이모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남편을 묻어주었어요.”“해성에 가보면 내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모두 알게 될 거예요.”“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소월 씨에게 용서받지 못한다는 거 알아요.”“소월 씨가 제 목숨을 원한다면 흔쾌히 드릴게요.”이건 자신에 대한 서철용의 처벌이었다.아무 죄 없는 그녀를 수십 년간 괴롭혔던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처벌 말이다.“제가 모든 걸 명백히 조사해낼 때까진 전연우의 옆에 있는 게 좋을 거예요. 전연우는 소월 씨를 다치게 하지 않을뿐더러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닥쳤을 때 지켜줄 수 있을 테니까요.”두 가문의 친밀한 관계로 보아 장소월은 응당 서철용을 오빠라고 불러야 한다.하지만 오빠라는 단어는 도저히 입 밖으로 뱉어낼 수가 없었다.한 시간 뒤, 검사가 끝났다.장소월은 어떻게 검사실에서 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떠나기 전, 서철용이 그에게 말했다.“내가 이렇게 빌게요. 제발 병원에서 치료받아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내게 기회를 줘요. 소월 씨.”“앞으로 소월 씨가 뭘 하든 무조건 도울게요.”“그리고... 송시아를 조심해요.”얼이 빠진 모습으로 나오고 있는 그녀를 본 전연우는 급히 아이를 간호사에게 넘겨주고는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몸에 감싸고 부축했다.“왜 얼굴이 이렇게 창백해? 어디 아파?”장소월은 전연우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그녀가 고개를 들고 아름다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귓가에 서철용의 목소리가 맴돌았다.“오직 전연우만이 소월 씨를 보호할 수 있어요.”“괜찮아.”“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서 선생님, 1803호실 환자가 호흡을 멈췄습니다.”뒷정리를 하고 있던 서철용에게 간호사가 다급히 뛰어와 말했다.서철용은 곧바로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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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오 아주머니의 죽음.그리고 장해진의 죽음...화장이 끝난 뒤, 직원이 검은 천으로 감싼 유골함을 들고 나왔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유골함을 받은 건 전연우였다.그가 말했다.“장례식은 내가 치를게.”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마음대로 해.”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병원 로비, 서철용은 이미 모든 검사 비용을 계산하고 약이 든 주머니를 장소월에게 건넸다.“저번에 가져갔던 약은 약효는 좋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먹지 말아요. 이건 임상 실험을 거쳐 부작용이 없다고 판명된 약이에요.”뒷이어 걸어오는 전연우를 본 서철용은 몸을 살짝 굽혀 장소월의 귀에 속삭였다.“이제... 난 항상 소월 씨 곁에 있을 거예요.”전연우는 아이를 안고 걸어오고 있었고, 기성은은 유골함을 안고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서철용은 몇 걸음 물러서 그녀와 거리를 뒀다.기성은은 뒤에서 전연우와 장소월의 차를 따라갔다.전연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검사 결과는 다음 주 수요일에 나온대.”별이는 장소월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자 팔을 뻗어 안아달라고 애교를 부렸다.“그래.”장소월은 힘없이 대답하고는 아이를 안았다. 별이는 침이 가득 고인 입술로 그녀의 목을 이리저리 문질렀다.전연우는 장해진이 죽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언젠가는 새어나가고 말 것이다.한 시간 반 뒤에도 장소월은 여전히 차 안에서 별이를 달래고 있었다. 전연우에게 안겼을 땐 한없이 얌전하더니, 그녀에게만 가면 흥분제라도 맞은 듯 붕방거린다. 장소월은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오후 퇴근 시간이라 길이 막혀 여섯 시가 되어서야 남원 별장에 도착했다.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는 별장은 장소월로 하여금 낯선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알고 보니... 여긴 그녀의 집이 아니었다.별이는 장소월의 어깨에 기대어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세 사람이 현관에 들어왔을 때, 강만옥과 그 여자아이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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